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첨단센서 및 시스템반도체 기술 선도
국제적 공신력 갖춘 저주파노이즈 시험 분석

[금강일보 신성룡 기자]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건 창업주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센서연구소는 국내에서는 아무도 가지 않으려 했던 새로운 길을 개척한 기업이다. KOLAS 국제공인시험기관인 한국센서연구소는 반도체소자 신뢰성 시험과 국내 유일의 저주파노이즈 시험분석으로 첨단센서의 성능을 높여주는 전문기업이다. 한국센서연구소를 독보적인 공인시험기관으로 키우기까지 ‘반드시 될 것’이라는 신념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이수민(50) 대표의 뚝심 충만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주부에서 여성 CEO로 거듭나다

한국센서연구소는 센서 국산화를 위해 저주파 노이즈 기술을 적용, 첨단 센서의 감도와 신뢰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대 중반 이후 현모양처의 길을 걸으면서 평범한 주부로 지내왔다. 그러나 이 대표는 두 아들을 키우면서 배움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았다.

“아이들을 위한 독서논술교실을 운영하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30대 중반 늦깎이 대학원생의 길을 선택하게 된 데는 아이들의 응원이 컸죠.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둘째가 유치원 들어갔을 때 저는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독박 육아’로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그도 석사를 거쳐 박사과정에 도전한다. 그러나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들을 키우면서 박사과정 소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욱 엄마의 역할과 학문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원을 가기 위해 잠을 못 자고 새벽에 일어났고 아이들 사춘기에는 휴학을 반복하면서도 스스로 선택한 길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 대표는 이화여대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몸소 증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미국 오스틱 실리콘 힐과 독일 드레스덴 실리콘 색소니 비교연구를 진행하면서 이전에는 생각해 본 적 없던 CEO의 길에 눈을 뜨게 됐다.

“목축업이 기반이던 미국 텍사스와 가난했던 독일 동독 지역의 성장배경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 시스템 반도체와 센서 분야의 육성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국산 센서 기술을 선도하다

한국센서연구소 설립 당시 국내 기업들은 센서 제품의 공인된 시험 결과를 얻기 위해 대만에 있는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해외 선진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어 경쟁력이 낮고 센서 업계 전공자들은 국내 시험기관 도입에 난색을 표했지만 이 대표는 달랐다. K-ESP 기술 전문기업을 통해 향후 대만으로 향하는 국내·외 기업의 발길을 모두 한국센서연구소로 돌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게 된 거다.

“대학원 논문을 준비하면서 국내에서 취약했던 비메모리반도체와 첨단센서 사업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습니다. 오히려 비전공자이기에 가능했던 부분이죠.”

2012년에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한국센서연구소는 축적된 노하우와 탁월한 전문성을 토대로 국내 유일의 ‘센서 저주파노이즈 평가·분석 솔루션’과 ‘시스템반도체 wafer level 신뢰성 시험분석’을 구현하며 국가 첨단 센서산업과 비메모리 반도체 신뢰성 분야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센서연구소가 우뚝 서기까지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녹록잖은 고된 길이 그와 연구소를 단련시켰다.

“설립 초기 매출이 없었던 시기에 종잣돈을 모두 털어 넣었습니다. 설립 당시 손을 벌릴 만한 곳이 없었거든요. 주위에선 박사학위를 가지고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면 몰라도 주부가 어려운 창업을 한다는 점에서 선뜻 응원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설립 이후 매년이 고비였습니다.”

이 대표는 미래 산업에서 신뢰성 기술 중심의 사업의 중요성을 믿고 끝까지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은근과 끈기가 빚어낸 결실이다.

결국 한국센서연구소는 타 기관과는 차별화된 소논문 형식의 성적서를 제공하는 등 독보적인 정확성, 공평성, 신뢰성을 바탕으로 공인시험기관으로 거듭났다. 특히 센서·반도체 분야의 석·박사급 전문가들이 있는 이곳은 KOLAS(한국인정기구) 국제공인시험기관, ISO 9001 인증, 중소벤처기업부 공동장비활용 바우처 주관기관, K-ESP 기술전문기관, 연구개발 분야 우수벤처기업 등을 획득하며 원천 기술 확보에 역량을 모았다.

첨단 센서와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은 저주파노이즈 기술이다. 2015년 국가표준기술(TTA)로 채택된 ‘저주파노이즈(1/f Noise) 평가·개선 기술’은 센서 감도 개선 핵심이다. 과거 시스템 반도체만 적용됐지만 2010년부터 센서 분야에서 저주파노이즈 개선 수요가 늘고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카메라 손떨림을 방지하고, 폐쇄회로 화면 화질을 보다 선명하게 할 수 있다. 인체에 부착되는 바이오 센서 오작동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각종 전자기기·국방무기·우주항공 등에서 사용되는 센서의 성능을 개선하고 수명 연장과 안전도 증진을 이뤄내 만족도가 높다.

한국센서연구소는 첨단 센서의 저주파 노이즈를 간단하게 측정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는 측정 장비도 개발 중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반도체 분야에서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와 첨단센서 산업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신뢰성과 센서 민감도는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좌우하기에 한국센서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저주파 노이즈 기술을 통해 기업 제품의 품질완성도를 높이고 취약 부분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 여성리더만의 강점으로 선도적 기업으로 거듭나다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한국센서연구소엔 다양한 인재가 모이고 있다. 이 대표는 원하는 인재상으로 주인의식을 갖고 오랫동안 센서연구소를 믿고 같이 갈 재원을 꼽는다.

“애플이나 구글도 창고에서 시작했습니다. 시험기관이다 보니 성적서 자체가 있는 그대로를 담아서 줄 수 있는 윤리의식이 있는 직원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인성이 요구되다보니 ‘바른생활 사나이’가 필요합니다.”

이 대표는 한국센서연구소를 기업을 돕는 기업이라고 소개한다.

“국내 센서 분야 시장이 아직 크지 않기 때문에 검증 시장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의 특성을 감안하면 시험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수고 수요는 적더라도 우리와 같은 전문기관이 있어야 센서 개발 업체들이 발전할 수 있어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정에 안주했다면, 난관에 주저 앉았다면, 꿈을 빚지 않았다면 품을 수 없었던 그의 비전이 오늘도 배신 없는 노력을 말한다.

글=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사진=함형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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