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

 

최근 우리 사회에서 매일매일 일어나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부정한 사건들은 어느 쪽이 진실인지 분간하기 참으로 어렵다. 더욱이 사실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방송과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조차 얼마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확실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과장과 자극적인 폭로성 가짜뉴스가 횡행하다 보니 ‘팩트 체크(사실확인)’라는 방송보도까지 생겨나고 있다.

공자는 “사람의 허물을 들추어 함부로 말하는 자를 미워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인간관계 속에서 험담으로 인한 상처가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번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실제로 그러했다. 지금 우리에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옛것을 통해 새것을 안다)’의 자세로 지난날의 거짓의 가면을 벗고 나쁜 관행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서로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들의 삶이 지속해야 할 진정한 자유이다.

조선이 일제의 강점으로 식민지로 전락한 우리의 근·현대사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었다. 지난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혁명적 상황에서조차 미국의 한반도 분할점령책동으로 분단체제가 시작됐고 통일 민주공화국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열망은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일제 식민지 시대의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과 미국의 분할점령을 추종한 세력들은 변절을 거듭하면서 우리 사회의 특권적 기득권 세력으로 성장해 토착화했다. 특히 그들은 특권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우익 보수라는 가면을 쓰고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의 처단과 통일 민주공화국을 부르짖던 사람들을 좌익(빨갱이)이라 규정해 온갖 부정한 조작과 탄압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바로 그러한 시대에 살았던 일반 민중들은 두려움과 긴장 속에서 인간 고유의 가치와 판단력을 상실한 채 억압과 분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민족 내부의 갈등과 증오로 통일 민주공화국 건설의 역사적 과업과 담론은 불투명해졌으며, 자본주의의 병폐로 인한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들이 사회적 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21세기를 앞둔 시기에 영국의 석학 앤서니 기든스는 ‘제3의 길’에서 자본주의의 병폐와 사회주의 실패 대안으로 세계사적으로 150여 년간 지속돼온 좌·우 이념의 대립을 넘어 앞으로 시대의 새로운 전망에 관한 창조적 상상력과 자극을 제공했다. 그런데도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반민족·반민주세력들이 낡은 좌·우 이념의 냉전적 사고를 기반으로 선량한 일반 대중들을 부추기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 속담에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라는 말이 있다. 솔잎보다 더 마른 가랑잎이 덜 바스락거릴 리가 있는가. 그런데 도리어 솔잎한테 바스락거린다고 나무란다는 말이다. 자기 결점은 숨기고 다른 사람을 탓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왜곡된 사회구조 속에서 상식과 원칙보다는 비정상적인 특권과 반칙의 유용성이 더 큰 위력을 발휘되도록 내버려뒀다. 역사와 민족 앞에 단죄해야 할 대상들이 오히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지도자로서 일말의 양심을 숨기고 민중들을 억압하고 그들만의 부귀영화를 누렸다.

하지만 이 세상이 영원한 것은 없음을 보여주듯이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 사회도 어둡고 불행했던 지난 과거를 청산하고자 하는 열망과 의지가 모이고 있음을 촛불혁명과 선거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나무가 세월이 흐를수록 겉과 다르게 속을 비우고 유연해지는 것처럼 암울했던 지난날의 대립과 갈등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 자주와 평화 그리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민주사회가 이룩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역사적 성찰을 통해 담대한 변화의 물결에 함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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