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빚진 죄인은 옛말이 되었네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지지 말라 하였는데
공짜 점심은 세상에 없다는데
지 돈도 아닌데
생색까지 내면서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며
일단은 하나씩 빼먹자는 위에 분

빚을 나눠주며
무상(無償)이라 주장하네
지옥으로 가는 길을
포장하는 의인(義人)들
지옥은 감추고 선의(善意)만 드러내네
빚진 자는 채주(債主)의 종이 된다 했는데
빚을 내 소비하라 소비하라 강권하네

죄보다 무서운 게 빚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네, 모르고 있네
회개하고 돌이키면 죄를 사함 받지만
빚을 갚지 않으면 믿음이 붕괴되네
신용대출(信用貸出)은 믿음이 담보라네
돈을 벌지 않은 자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자
믿음을 배교(背敎)한 빚을 진 죄인(罪人)이네
 

고산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중앙은행은 주로 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정책금리가 제로에 근접해 더 이상 금리를 인하할 수 없는데도 자금경색 현상이 지속되고, 경기 하강이 멈추지 않으면, 중앙은행은 직접 장기물 국채를 매입해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장기 국채를 매입, 장기 국채를 보유한 금융기관에 직접 유동성이 공급되면, 이론적으로는 해당 금융기관이 대출을 확대할 수 있고, 국채를 기준으로 한 여타 주요 실세금리가 인하되고, 시중에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져 유동성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유입되는 유동성으로 인해 채권시장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통화가치의 약세와 함께 외국인 투자 위축, 인플레이션 유발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며, 경제 여건이 양호한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을 촉진시켜 신흥국의 자산 및 통화가치 상승 등의 거품을 유발한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경기가 침체되자 일본은 대대적인 양적 완화 정책을 실행했으나, 경제 위기에 대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돈이 집안에 쌓이는 속칭 ‘다다미 머니’로 인해 잃어버린 20년의 경제 침체기를 겪었다. 실물경제 위기가 장기화되면 개인과 기업 파산이 늘어나 대출 원리금을 회수할 수 없는 금융권이 도산하는 금융 위기가 발생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속담처럼 즐겨 쓰던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한 술집이 술을 일정 한도 이상 마실 경우 점심을 공짜로 제공한 데서 유래했다. 점심을 먹으려면 술을 많이 마셔야 했기 때문에 술값이 더 나왔다. 이처럼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 공짜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기회비용이 반드시 필요할 뿐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서로 맞지 않을 때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한 결과, 경제 주체 모두가 파국에 이르게 된다는 경제이론으로, 1968년 ‘사이언스’ 지에 게재된 미국 생물학자 하딘(G. J. Hardin)의 논문에 게재됐다. 축산업자들은 목초가 공짜인 공유지가 과밀 방목으로 인해 손상됨에도 불구하도 자신들의 소나 양을 공유지에 집어넣게 된다. 그 결과, 풀이 없어진 초지에서 목축을 할 수 없게 되므로 축산업자들 모두가 손해를 입게 된다. 개인들의 이익 추구에 의한 전체의 이익이 파괴되는 현상이 공유지의 비극이다.

정부는 작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올해 적자 국채를 97조 3000억 원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결산 기준 728조 8000억 원이었던 국가 채무는 올해 말 840조 2000억 원으로 111조 4000억 원이 증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재정 적자가 100조 원 이상 발생하면서 국가 채무도 한 해 사이 100조 원 이상 증가하는 ‘쌍둥이 100조 원’ 시대가 열린다. 경기 침체로 세금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 복지 예산을 중심으로 정부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해 재정건전성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타당한 지적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안 좋다는데 자산가격은 벌써 들썩인다. 미국에서는 마틴 루터 킹이 말한 “무시당하는 존재들의 언어인 폭동”이 일어나 가게들이 ‘록다운’에 들어가는 데도 주식시장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재난지원금으로 주식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인베스트넷 요들리(데이타 처리회사)에 따르면 연소득 3만 5000달러에서 7만 5000달러를 버는 미국인들은 코로나19 관련 정부지원금을 받은 뒤 주식 거래가 일주일 새 90%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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