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업체 브랜드 성장시킬 방안 마련 절실
소규모 정비사업이 신호탄

[금강일보 서지원 기자] 대전은 상대적으로 건설산업이 지역의 생산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또한 ‘4차산업특별시’를 표방할 정도로 산업정책이 신산업에 주안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건설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낮게 인식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전경제에서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며, 기반산업의 특성으로 다른 산업의 생산요소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건설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대전의 새로운 도시재생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고유 브랜드와의 동반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주택시장 먹거리가 떨어진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지역 업체는 대형건설사들의 눈치를 보다 간신히 대형건설사의 컨소시엄 참여사가 되거나, 사업 수주에 실패하는 상황이 나타난다. 이는 결국 ‘대전’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이해하고 있는 향토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업체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과 소규모 정비사업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시켜야

지역 건설업계는 소규모 정비사업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규모 정비사업을 시작으로 지역 건설업 브랜드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작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활성화다.

관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97곳에 달하지만, 가로주택정비로 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국토교통부는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1만㎡ 미만의 가로구역에 조합을 결성해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으로 최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방식이다.

활성화 방안을 살펴보면 가로구역 면적을 30% 범위에서 시·도 조례로 완화해 더 넓은 가로구역에서도 정비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에는 최대 2만㎡까지 허용한다. 아울러 사업시행자가 공공기관 단독인 경우와 지정개발자(신탁업자)인 경우에도 기금 융자가 가능토록 융자 대상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전반적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완화해 사업 참여를 유도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1만㎡ 미만의 가로구역을 1만 3000㎡까지 완화하는 등의 조례 제정을 통해 소규모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기준 완화에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대구 등 지역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느는 등 전국적으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반면 대전지역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전무하다. 지역 내 정비사업장은 재개발 55곳, 재건축 30곳, 주거환경개선사업 12곳 등 모두 97곳에 달하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없다.

건설·정비업계에선 조례 개정 등을 통한 활성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가구 수와 사업시행 면적 확대를 유도하는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소규모주택사업 활성화해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 건설업계 먹거리 마련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정비업계 관계자는 "빈집과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으로 전국적인 활성화 추세에 따라 조속히 방안을 마련해 낙후된 소규모 주택들에 대한 주거 환경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대형건설사들도 뛰어들 정도로 전국적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열풍을 불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시만 사업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의아하다"며 "대형건설사들의 지역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지역 건설업계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라도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역 건설업체 브랜드 성장시켜야

지난해 12월 대전세종연구원에서 정책연구를 실시한 ‘대전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건설업체 보호 정책이 어느 정도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건설업조사 기준 전체 발주 공사의 74.9%를 해당 지역 내 업체가 수행했고 대전시의 경우도 전체 발주공사의 73.3%를 역내 업체가 수주했다.

그러나 건설공사 계약금액 기준으로 보면 역내 업체의 공사 비중은 36.5%(대전시 36.0%)로 낮아진다. 이는 지역제한 및 지역의무공동도급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대형공사의 상당부분은 수도권의 대형 건설사가 수주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역제한경쟁입찰은 지역소재 중소건설업체의 수주 물량을 일정부분 확보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공사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대전세종연구원은 지역제한입찰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제한경쟁입찰은 지역소재 중소건설업체의 수주 물량을 일정부분 확보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공사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규모 공사에 지역업체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도록 국제협정의 양허하한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지역제한입찰 대상 공사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세종연구원 관계자는 “지역업체의 생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 지자체에서 지역의무공동도급 등의 보호제도를 강화해도 지역 건설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도 효과가 발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시에서는 지역 건설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보호제도의 도움 없이 지역업체가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 건설산업 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할 것”이라고 훈수했다.

특히 지역업체 브랜드 강화를 위한 방안마련도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하면서 지역에서도 일거리가 늘었지만 지역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브랜드’가치가 높은 대기업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지역의 한 재개발 조합에서 시공사 계약 해지를 통보한 적이 있었다. ‘브랜드’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배경이였다. 조합원들이 지역 업체의 브랜드가 대형건설사보다 약해 미분양 등의 우려가 있다며 대형건설사로 브랜드 교체를 요구했다. 지역 업체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내세워 일감을 수주했지만, 브랜드 때문에 일감을 빼앗긴 사례다.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앞서 시공사 선정을 완료한 장대 B구역을 보면 지역업체가 참여하고 시공능력 10위권 대형사로 구성된 '드림팀'이 단독 GS에 시공권을 빼앗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결국 조합원들이 GS 자이라는 브랜드를 선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지역업체 브랜드 육성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브랜드 육성 방안과 함께 지역업체가 의무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지역 업체 의무 할당제 등을 도입한다면 지역 업체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대전시는 지역 건설업체들을 위한 '2030 대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개선 사업에 지역업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골자로 지역 건설업체를 육성하겠다는 포석이다.

최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용적률 인센티브제도 개편도 단행했다. 현재 지역업체 참여 비율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는 14~18%이나, 2030 기본계획에서는 기준용적률(10%)에 허용용적률(5~20%)을 합해 15~30%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시 관계자는 “기존 용적률보다 상향시킴으로써 지역 건설업체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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