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스타트업 베를린, 구도심 재생 바르셀로나
사회적기업이 재생시킨 런던, 도시재생의 미래 뉴욕까지

[금강일보 서지원 기자] 저성장과 인구정체로 양적 공급 위주의 도시 확장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도시재생은 새로운 도시 재개발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각국에선 도시 쇠퇴를 국가 차원의 문제로 보고 도시 내부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저마다의 방안을 찾고 있다. 세계 곳곳의 거대 도시들은 이미 수십년에 걸쳐 이 숙제를 해왔다. 이제 대전도 이 물결 앞에 마주 섰다.

독일의 '팩토리 베를린' 전경

◆1300개 청년 스타트업…독일의 '팩토리 베를린'

독일 베를린의 ‘팩토리 베를린’ 프로젝트는 청년 스타트업 유치를 통해 도심 가치를 업그레이드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팩토리 단지는 베를린 미테 지역의 폐쇄된 맥주 양주장을 리모델링해 오픈한 공유 오피스 단지다. 예비 창업가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하고, 청년 스마트업 등 우수한 인재를 이끌어 내 주목을 끌었다.

베를린은 독일의 정치적 수도일 뿐 산업·경제적으로는 동서독 통합 이후에도 별다른 기반이 없었다. 이에 베를린 주정부는 베를린 미테지역의 폐쇄된 양조장을 리모델링을 통해 2011년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사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팩토리 단지는 유럽 최대 규모인 1만㎡ 넓이를 자랑하며 개장 1년 만에 공간을 확장하는 등 청년 창업가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었다. 젊은 예술가들과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저렴한 값에 공간을 제공해 주고 대출 혜택을 제공하면서 세계 각국의 젊은 인재들을 끌어 모았다.

최근 발표된 게놈 보고서를 살펴보면 베를린은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전 세계 스타트업 10위 수준에 올라 있다. 이 보고서는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와 관련해 시장의 접근성과 연결성에서 높은 평가를 줬다.

특히 베를린은 지난해 네스트픽 조사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창업자들 사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꼽혀 2위 몬트리올, 3위 런던, 4위 암스테르담을 제쳤다. 실제 독일은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유치 신기록을 달성했다. 투자유치 건수는 전년도 대비 22% 증가해 621건 기록했다. 투자유치 금액 역시 전년 대비 약 7%(3억1600만 유로) 늘어난 46억 유로를 기록하며 종전 기록을 깨는 기염을 토했다.

‘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로 새롭게 탈 바꿈된 바르셀로나 전경

◆구도심 재생 최고봉…‘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

구도심 재생을 통한 혁신거점 조성의 성공적 사례로는 ‘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는 종래의 용도인 공업전용지역에서 주거 및 리서치센터, IT, 미디어 등의 지식기반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지역으로 재생·발전해 그 주변으로 성과를 확산시키는 프로젝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부 동남쪽에 위치한 포블레노우 지역은 1960년대 전까지 바르셀로나 최고의 방직산업 집적지역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탈산업화 등으로 인해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쇠퇴가 가속화되고, 이로 인해 1963년부터 1990년까지 포블레노우 지역의 1300여개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게 된다.

스페인은 이러한 쇠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2002년 ‘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를 통해 주거, 문화 등 도시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미디어, ICT, 에너지 등 혁신창출이 가능한 지식 집약형 클러스터를 육성하기로 계획한다.

이 사업의 추진전략은 쇠퇴한 도심지역의 산업집적지에 스마트 기술과 지식창출 산업을 접목시켜 혁신거점공간으로 육성하고, 균형적인 컴팩트 시티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사업의 성과로 925개의 기업이 입주하게 되고, 3만 2478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다.

22@바르셀로나 프로젝트로 주요기업 유치와 기업건물을 활용한 업무공간 및 다양한 문화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지역주민과의 교류확대 및 관광객 유치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또 지역 기능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창출과 함께 지역명소로서의 랜드마크로 부각할 수 있었다다.

코인스트리트 계획도.
코인스트리트 커뮤니티 센터,도미노 공원

◆사회적기업이 재생시킨 코인스트리트

대전의 도시재생을 위해 코인스트리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적 기업'이 도시재생을 주도한 특별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공장 밀집지역이었던 이곳은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함께 쇠락했다. 하지만 워낙 입지가 좋아 부동산개발업자들이 호텔과 고층빌딩을 짓기 위해 부지매입에 나섰고 대규모 개발로 인한 집값 상승으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결국 주민들은 1977년 '코인스트리트 액션그룹'을 결성, 지역 지키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1977년부터 7년에 걸친 싸움 끝에 주민들은 런던시로부터 도시 재생 사업에 대한 협조를 이끌어 냈고, 1984년 ‘코인스트리트 지역공동체(CSCBㆍCoin Street Community Builders)’라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 후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주민들은 지역을 지키기 위한 계획안을 런던시에 제출하는 한편 1984년 코인스트리트 액션그룹의 후신인 '코인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CSCB)'라는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기금을 모아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CSCB의 활동 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카페·식당 등 상업시설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창출된 수익은 다시 마을공동체를 통해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코인스트리트는 슬럼가에서 활력이 넘치는 살고 싶은 동네, 젊은이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변모했다. 물론 땅값도 크게 올라 런던에서도 금싸라기 땅으로 꼽힌다. 지역공동체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지만 이 같은 성공 사례의 배경에는 런던시의 정책적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코인스트리트의 재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역주민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의 역량이 도시재생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도미노 공원

◆미래를 그리는 뉴욕 도시재생

미국 뉴욕은 현재 도시 재생의 선두를 달리는 곳으로 평가 받는다. 그들은 낙후된 지역의 건축과 시설을 파괴하지 않고 수리·개량하는 방식으로 도시에 새로운 색깔을 입히고 있다. 바야흐로 재개발·재건축 시대를 넘어선 도시재생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의 도시재생 사업은 미트패킹, 첼시마켓, 하이라인파크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중 하이라인파크는 1934년부터 1980년까지 사용됐던 고가 철도를 2009년 공원으로 바꾼 곳으로 약 2.3㎞ 길이의 철로에 갖가지 식물과 휴식 시설을 설치했다. 흉물은 도시의 유산이 됐고, 뉴욕 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에게 뉴욕의 역사를 전하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최근에는 브루클린 리버 스트리트에 개장한 도미노파크가 새로운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도미노파크는 2018년 부동산 개발 회사인 투 트리스 매니지먼트 컴퍼니가 폐쇄된 설탕 공장을 빈티지 예술 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도미노파크는 지난 2018년 6월 문을 열었다. 2007년 10월 뉴욕시는 강변을 하나로 연결하는 강변 잇기 사업의 일환으로 120억 달러(14조 940억 원)를 투입해 윌리엄스 지역을 재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곳 부지를 사들인 투트리(Two Tree)사는 2026년까지 주거, 상업·문화 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투트리는 공장 부지에 공원을 짓고 그 주변에 저소득층 아파트를 포함한 주거공간과 오피스, 상업시설을 섞기로 했다. 도미노파크는 이 사업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강변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투트리는 시민들을 위해 공원을 무료로 개방했다. 설탕공장은 재개발돼 소상공인이 입주하는 몰(mall)로 변신할 예정이다. 기존 자산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고 살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게 뉴욕시 미래형 도시재생이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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