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세권 쪽방촌 새롭게 탈바꿈 시도
노후불량주택 새 단장할 천동 3구역

[금강일보 서지원 기자] 도시재생은 정확히는 낡은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는 재개발·재건축과는 결이 다른 개념이다. 도시의 역사를 보존하면서, 현대인이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되, 지속가능한 미래까지 고려해야 하는 일종의 재창조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노후한 주택지역을 개발하는 방식은 주택들을 불도저로 밀어내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이 가능했던 것은 용적률을 대폭 늘려 일정 공간에 거주할 수 있는 가구 수가 확대되고, 외부에서 입주하는 사람들이 지불하는 분양금이 개발비용을 상회한 덕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 시대인 데다 과거처럼 인구가 서울에 집중 유입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해법은 작동하지 않게 됐다. 이 지점에서 ‘도시재생’이 해법이 될 수 있다.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전에서도 도심을 혹은 마을을, 동네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한 주거환경사업 등 도시재생이 시도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LH 대전충남본부가 있다. LH 대전충남본부는 현재 대전지역에서 ‘천동 3구역’과 ‘대전역세권 쪽방촌’ 등 6곳의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역세권 쪽방촌 조감도.
대전역세권 개발 위치도

◆대전역세권 쪽방촌

대전역 주변 쪽방촌은 노후불량 주택 밀집단지와 성매매업소 영업으로 정주환경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장애인 등 168명이 거주하고 있다. 역 인근으로 유동인구는 많은 편이나 건물 노후화와 컨텐츠 부족으로 상권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점차 슬럼화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오는 2025년 12월이면 대전역 인근이 새롭게 태어난다.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사업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LH와 대전시는 올해말까지 활성화계획 수립하여 행정절차를 완료하고 2021년 1월 도시재생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원주민이 쫓겨나지 않는' 개발 방식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쪽방촌 세입자들의 재정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그동안의 개발 방식은 민영방식이든 공공방식이든 원주민 쫓아내기식 개발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저렴한 값에 토지 등을 매입 및 보상·수용한 뒤 개발해 비싼 값에 분양하는 방식으로 기존 원주민들은 도심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 사업은 두 갈래로 진행된다. 쪽방촌을 정비하는 공공주택사업과 주변 상업지역을 활성화하는 중심시가지형 뉴딜 사업이다. 대전시와 동구청과 LH, 대전도시공사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대전역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은 쪽방촌(1만 5000㎡)과 인근 철도부지(1만 2000㎡)를 편입한 2만 7000㎡ 면적에 영구임대주택과 주상복합, 사회초년생 등을 위한 행복주택 등 1400호의 주택과 업무복합용지를 공급하게 된다.

이번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사업은 영구임대주택 250호를 마련해 시세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쪽방촌 세입자 등 원주민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쪽방촌의 월세는 10만 원 남짓, 지금의 쪽방보다 면적은 크게 5배 가량 넓어지는 반면 임대료는 1/3 안팎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단지에는 취약계층 자활센터, 사회적응 프로그램 등 재활 프로그램을 지원, 쪽방촌 주민 및 주거취약계층 지원을 단순 주거지원이 아닌 주거권 보장-자활-경제활동을 지원해 삶의 질이 향상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전시와 LH는 한약방, 인쇄거리 등 단순한 상권을 벗어나 젊은 세대와 어울리는 다양한 컨텐츠를 확보하고, 성매매업소 등 어둡고 낙후된 골목이지를 개선해 안전한 거리 조성 및 침체된 대전역 상권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복안이다.

LH 관계자는 “그동안 (구)아카데미 극장의 폐업과 맞물러 젊은 수요층이 부족해지고 거리의 활력 상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대전역세권의 풍족한 유동인구를 유인할 새로운 컨텐츠를 마련, 원주민들과 대전의 새로운 도시재생을 이끌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천동 3구역 조감도
천동3구역 개발 위치도

◆천동 3구역

천동 3구역은 도시철도 대전역으로부터 두 번 째 정거장인 신흥역 바로 옆에 위치하고 판암IC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주변에는 천동 1구역과 2구역, 신흥마을, 어진마을, 가오지구, 이스트시티 등이 개발됐지만 유독 옛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이례적인 구역이다. 노후불량주택(신축 후 20년 이상 82.1%, 평균 경과년수 38년) 밀집지역으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부족, 도시경관 불량, 공가에 따른 범죄우려 상승 등으로 주거환경개선이 절실히 요구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낙후된 지역에 대한 일체형 개발로 기반시설의 확충 및 주변지역 개발의 파급효과를 부여하기 위해 계획적 개발이 필요한 대전에서 대표적인 지역이다.

주변여건은 나쁘지 않다. 대전역(KTX)과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와 연접하고, 천동지하차도(공사중)을 통해 대전지하철 1호선 신흥역과 연결돼 교통환경이 양호하고 지구인근에 초·중·고·대학이 위치하며 기존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인 천동1, 2지구와 인접해 양호한 주거환경 특성을 가진 곳이다.

천동 3구역을 살리기 위해 LH가 나섰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지하 3층~ 지상 29층의 규모로 26개동 3463세대의 대규모 단지로 조성한다는 게 LH의 구상이다.

분양아파트의 규모를 보면 공공분양아파트 59㎡형 1007세대, 74㎡형 1052세대, 84㎡형 692세대, 도합 2751세대를 분양하며 공공임대아파트는 39㎡형 208세대, 51㎡형 154세대, 59㎡형 350세대 합계 712세대를 공급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천동3구역은 20~30년 이상 된 노후·불량주택이 밀집해 있고 주변 기반시설이 극히 열악한 전형적인 주거환경정비 대상지역”이라며 “개별 정비구역 단위의 정비사업을 지양하고 주변지역과 연계를 강화시켜 생활권 및 커뮤니티 기반의 주거환경정비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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