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마라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으로 그를 화나게 하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우리가 강을 향해 서서히 걸어가면 강은 우리에게 서서히 다가온다. 우리가 가슴을 열고 달려가면 강도 우리에게 달려와 안긴다. 세월이 흐르는 것을 보려거든 금강으로 가라. 거기 금강은 하늘의 뜻을 크게 담아 이어지거니. 유유히 흐르는 강의 숨결 따라 그대도 걸어보라. 비로소 그대의 발길도 강의 심장에 가 닿으리라. 우리의 삶이 때로 더디다 하여 강물의 흐름 탓하지 말라. 그의 등에는 더 큰 뜻의 시름이 숨 쉬고 있으니. 행여 그의 등에 무거운 소망도 올려놓지 마라.

모든 길에는 시름 앓는 달팽이 다친 걸음이 놓여 있더라도. 그의 궁지는 스스로 넘어설 산맥이다. 그대의 가벼운 손길이 그의 길을 몇 십 곱 쉽게 나아가게 할지라도. 그대의 도움을 그의 어깨에 얹지 마라. 그는 다만 고요히 우러러 하늘의 별빛을 받아들인 것. 잠시라도 자리를 뜬 별도 눈여겨보지 말라. 언제나 강은 이 세상 중심. 모든 것의 호흡과 맥박이니. 그건 언제라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땅의 핏줄이다. 그러니 강의 길이 더디다 하여 그의 옷깃을 끌지 마라. 그건 수천 년이나 우리가 보아온 금강의 역사다.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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