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대전새미래초 교사

 

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일부만 보고도 전체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이 말을 아주 오랫동안 믿어 의심치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자칫하면 섣부른 판단으로 누군가를 또는 어떤 것을 오해해서 그릇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하나의 모습인 경우가 많다. 어떤 한 면을 보고 그 사람의 전부인 양 여기게 되면 우리는 누군가의 다양한 면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미리 덮어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를 수 있다.

특히,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모든 것을 다 잘할 것이라 여기고, 그들에게 특별한 기대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험 성적이 우수한 아이는 갖가지 모든 대회를 도맡아 나가는 바람에 상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기회가 많이 주어졌기에 그만큼 많이 얻어낼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학업성적이 성실함의 척도라며 공부 잘하는 아이는 이것저것 뭘 시켜도 나무랄 데 없이 잘하고, 심지어 급식시간에도 깔끔하게 잘 먹는다며 칭찬의 말을 쏟아 내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모든 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이며 아주 열심인 아이가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갈색 눈동자에 뽀얗고 투명한 피부를 가진 그 애는 키가 작아서 주로 앞에 앉았다. 2학년인데도 한글을 다 떼지 못해서 받아쓰기는 늘 빵점이었고, 곱셈구구를 외우지 못해서 따로 연습할 때가 많았고, 시계 보는 법을 익히는 데도 꽤 오래 걸렸다. 그런 탓에 그는 국어나 수학 시간에 그리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면 두 눈을 반짝이며 집중해서 들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도 잘 짚어내고 줄거리를 요약해서 친구들에게 얘기도 해줬다. 이제 겨우 글자를 익혀서 읽는 상황이다 보니, 다른 아이들처럼 책을 맘껏 읽지도 못하는데도 말이다. 이건 글을 얼마나 잘 읽고 쓰냐, 머릿속에 수학적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느냐와는 사뭇 다른 별개의 능력 같았다.

그는 학교를 오가는 길에 만난 길고양이를 돌보는 걸 좋아해서 추운 겨울 아침이면 헌옷가지를 덮어주느라, 하얀 뺨이 차가운 바람에 얼어 발갛게 됐어도 고양이 걱정이 앞섰다. 또한, 누군가 복도 창문 틈에 몰래 버린 우유갑을 헹궈서 정리하는 훌륭한 인성도 지녔다.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각자의 관심거리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어떤 잣대에 충분하거나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인 양 함부로 속단해선 안 될 것이다. 하나를 보고서 열을 알아내기는 무척 힘든 일이고, 사실 그 하나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아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애써 하나를 통해 열을 알려고 들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게 더 현명한 일이라 여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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