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청산하고 독립서점 문 열어
나고자란 동구서 인생의 전환기 마련
마을 공동체 신바람 위해 새로운 도전
동네의 일상 필름에 담아 공유 하고파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지역민의 안전과 지역경제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감염 확산을 줄이기 위해선 대면(對面) 접촉을 최소화해야하는 만큼 정부·지자체의 방역체계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전 동구 대동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다은(32·여) 다니그라피 대표의 고심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지역 소규모 서점이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 밀린 지도 오래, 지역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수익적인 부분은 포기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업(業)에 충실하며 만족감을 얻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는 야속하기만 하다. 가뜩이나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발걸음도 뜸한데 이렇게 사회활동 자체가 막혀버리면 이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임 대표의 입가엔 웃음이 가득했다. 지금껏 임 대표의 삶이 늘 그랬다. 어려움에 풀썩 주저앉는 게 아니라 늘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

◆놓을 수 없는 대동에 대한 정(情)

“대학을 졸업한 후 문화예술단체에 근무했어요. 우연찮게 단체를 그만두게 됐는데 때마침 동구에서 청년 커뮤니티 관련 창업을 하고 싶어하는 동료와 뜻이 맞아 이곳에 정착하게 됐죠.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습니다. 단지 우리가 지내온 곳에서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맞아떨어진 거죠.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건 이미 수익은 포기하고 시작하는 것이어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예상했지만 이리저리 재고 따지는 시간이 길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당장 문을 열었어요.”

사실 동구가 타 지역에 비해 문화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가 임 대표가 동구에 터를 잡게된 계기로 작용했다.

“동구에서 자라 생활하고 있는 한 청년으로서 동구의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데 늘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문화예술 기획 관련 일을 일을 할 때도 대부분 작업이 중구나 유성구에서 이뤄졌죠. 동구에 문화 공간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늘 가슴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분명 동구에서 독립서점 문을 연다는 것에 의문을 가질 이들이 많다. 유동인구도 타 지역에 비해 적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변화가 없는 도시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제가 지금껏 지내온 동구는 늘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곳곳에 숨어있는 역사문화적 명소 또한 변함없이 늘 제자리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처음 문을 열 때에만 하더라도 ‘손님이 올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어요.”

어느덧 임 대표가 운영하는 독립서점은 지역의 힐링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와 함께 뜻을 같이 하는 문화예술인과 입소문을 듣고 달려온 타 지역 시민들 또한 적잖다.

◆ 코로나19로 6주간 문닫았지만…

“동구 인구에서 노인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서점이 대동 하늘공원 입구에 있다보니 젊은층의 유동인구도 비교적 많습니다. 그럼에도 첫 대전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동 근처에서 나오다보니 가게를 열기엔 두려움이 있었죠. 한 2주 정도는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운영했지만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결국엔 6주간 문을 닫게 됐고 당연히 수익 또한 낼 수 없었죠.”

분명 한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제 아무리 코로나19 감염이라는 두려움에도 문을 닫는 결단을 내리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임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휴업기간을 기회로 삼았다.

“아직 대학원을 수료만 하고 졸업을 하지 못한 상태여서 어차피 코로나19로 인해 가게 문을 열지 못하니 그간 못했던 일들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을 닫는 동안엔 그동안 미뤄왔던 지역에서의 독립서점의 역할 등과 관련한 대학원 논문 작성에 시간을 쏟았죠.”

시민들에게 독립서점은 여전히 생소한 공간이다. 그럼에도 지역에서의 독립서점 존재 여부는 건전한 동네 커뮤니티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서점은 더 이상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닙니다. 지역의 문화 행사를 연다든가, 커뮤니티 모임을 여는 등 좀 더 시민들이 생활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죠. 이는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이 할 수 없는, 지역서점만의 역할입니다.”

어느덧 임 대표가 독립서점 문을 연지도 1년이 지났다. 누군가에겐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시간이다.

“문을 열 때 예상했던 생각과는 다르게 상상 이상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큰 기대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독립서점 운영을 통해 지역 예술인들도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되면서 그 분들과 지역에서 어떤 긍정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꼭 대동에서 보낸 1년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을 내고 싶습니다.”
임 대표는 독립서점 운영과 함께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비록 몇 명 안 되는 사람 밖에 들어올 수 없는 비좁은 공간이긴 하지만 임 대표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에겐 더 없이 따뜻하고 넓은 공간이다.

“지역 예술문화인들과 함께 시민들을 상대로 한 드로잉 수업도 진행해봤어요. 이제껏 다수의 프로그램을 기획해보진 못했지만 앞으로 출판과 관련된 활동들을 많이 해보고 싶네요. 서점에 방문하는 어르신도 많아 어르신들을 위한 지역의 문화 활동과 관련해 무엇을 병행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 청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고민 ‘진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임 대표인만큼 그에겐 ‘동네를 기록하자’는 꿈이 있다. 아직 터를 잡은 지 1년이라는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소중한 시간을 책으로 엮는 작업이다. 누군게에겐 잠시 스쳐지나가는 공간이라 할지라도 임 대표에겐 소중한 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는 인연들이 수북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엔 로컬42협동조합이 있습니다. 문화적인 활동을 하는 예술인과 청년들이 만든 협동조합이죠. 저 또한 지역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만들고 콘텐츠화하는 동시에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분명 혼자서 해낼 순 없고 누군가와 뜻이 맞아야 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작가 등 문화예술인과 접촉하며 동네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동네 분위기를 필름에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도 그 기반을 다지기 위함입니다.”

청년에게 진로는 늘 고민일 수밖에 없는 요소다. 이미 업(業)을 갖고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 또한 예외는 아니다. 늘상 그 업에 대한 고민은 반복돼야한다는 게 임 대표가 조심스럽게 청년들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물론 자영업이나 창업이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본인이 하고 싶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선 늘 점검해보는 습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나에게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지, 하고 있는 일을 평생해도 행복할지 등에 대해서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본인 스스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글=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사진=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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