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한 현장 근로자들 ‘숨막혀’
질본, “코로나19 유행 속 무더위 온열질환 주의해야”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때 이른 무더위와 장마까지, 야외 근로자들이 어느 해보다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해 고충이 이만저만 아닌 거다. 이에 정부와 관련기관에선 무더위 온열질환 주의를 당부한다.

장마 바로 직전이었던 지난 23일 야외 근로현장을 찾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충청 등 수도권과 중부권을 중심으로 기온이 치솟았다. 특히 대전지역 낮 최고기온은 31.8도, 체감온도는 33도에 육박했다. 습도도 상당했다.

찜통더위 속 건설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근로자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까지 착용하다보니 더 힘겨워 보였다.

이날 대전의 한 공사현장에서 만난 황 모(61·대전 서구) 씨는 “공사장 온도계를 확인해보니 42도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답답하다. 거기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까지 착용하니 진득하게 일을 할 수가 없다”며 “더위로 일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지만 다들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야외 작업이 많은 건설현장은 다른 산업보다 무더위에 취약하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업종별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폭염 관련 온열질환 재해자는 153명, 이 중 27명이 숨졌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재해자는 77명, 사망자는 19명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다 지난해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까지 겹쳐 건설 근로자들은 온열질환에 주의해야 한다”며 “폭염 예방 3대 기본수칙인 물·그늘·휴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사업주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폭염에 노출된 곳은 건설현장 뿐만 아니다. 체감온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환경인 비닐하우스에서도 온열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비닐하우스에서 농작물 작업에 열중하던 최영숙(80·충남 금산) 할머니는 “더위가 전보다 일찍 찾아와 당황스럽다. 농작물 작업 대부분이 쪼그려 앉아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지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작업자들이 부족해 혼자 하고 있는데 장마가 끝나고 더 매서운 더위가 찾아온다면 이 많은 농작물을 제대로 수확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 쉬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실외 환경에서 일할 때는 작업 전에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2인 1조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며 “몸에 이상을 느끼면 즉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온열질환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름 무더위가 예고된 만큼 코로나19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긴장을 놓지 않고 건강수칙을 잘 실천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과 만성질환자는 온열질환과 코로나19 감염에 모두 취약하므로 기온이 높아지는 낮 시간대 작업과 외출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