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지난 5차에 걸쳐 한국의 대표적인 유해발굴인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6·25전사자 유해발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발굴’과 대표적 실례인 ‘설화산 사건 및 일제강점하 강제징용희생자 유해발굴’을 간단히 소개했다. 또다시 맞은 6월 보훈·호국의 달 끝자락에서 유해발굴의 이야기를 끝내며 유해발굴의 당위성과 유해발굴에 필요한 학문적 바탕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해야 할 일 등을 생각해본다.

우리에게 유해발굴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일까. 국가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국민을 보호하는 일로 다른 국가의 침략으로부터 자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임무는 국가가 존립하는 기본 요소이다. 국가는 이 임무에 관한 무한책임을 지고 있다고 하겠다.

오늘날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유해발굴은 국가와 국민 간의 정치적·도덕적 계약을 이행하는 작업이고, 과거를 청산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전사자와 순국선열의 유해발굴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국가의 무한 책임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민간인 희생자들에 관한 유해발굴은 국가가 저질렀던 폭력과 국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피해를 당한, 숨죽여 있던 피해자들의 ‘사라진 기억’과 ‘대항기억’을 공식적으로 역사 속에 자리 잡게 하고, 이를 통해 희망과 번영된 미래로 나아가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최근에 발생한 대형 해양사고 또한 진실을 밝히고 유해발굴에 관한 앞으로의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유해발굴을 위해 필요한 학문적인 바탕은 무엇일까.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사람뼈대학의 전문적 지식이 바탕을 이뤄야 한다. 이와 함께 고고학과 타포노니(taphonomy) 학문이 훈련된 전문가가 절대 요구된다. 위에서 언급한 유해발굴들은 거의 육지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육지에서 진행된 유해발굴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문제는 유해가 바다에서 발견될 경우이다.

현재 바다 희생자들의 발굴을 다루는 해양 타포노미(marine taphonomy)를 훈련받은 전문가가 거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 학문은 바다에서 유해(특히 뼈대)를 찾았을 때 언제, 어디서 사고가 일어났는지를 규명하는 데 중요하다. 바다 유해는 육지 유해와는 다른 과정을 거쳐 손상되는데 이런 과정을 세월호 유해발굴에서 직접 경험했다. 세월호 실종자 유해를 찾기 위한 여러분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세월호 유해발굴조사가 우리에게는 생소한 해양타포노미 학문의 아주 좋은 연구과제라는 점에도 학문적 조사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사고가 발생한 바닷속 어류와 조류, 파손된 배의 위치, 배 안에서 유해가 발견된 위치와 이에 따른 분석 및 바닷속에서 찾는 유해와 유품의 처리방법 등 수많은 학문적 정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속히 진지한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 유해발굴과 학문의 연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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