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 오류·화백 친일 행적 등 논란
영정 심의규정 개정돼 교체 가능성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충남 아산 현충사에 봉안된 충무공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이 기로에 섰다.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가 충무공 영정에 대한 표준영정 지정 해제를 신청하면서다. 그동안 복식 고증 오류와 맞물려 영정을 그린 고(故) 장우성 화백 친일 논란으로 점철된 충무공 표준영정을 둘러싼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가 충무공 영정 교체에 나선다. 충무공 영정은 지난 1953년 장 화백이 완성한 후 박정희 전 대통령 지시로 1973년 제1호 표준영정으로 지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으나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게 고증 오류다. 교과서에도 수록돼 대중에게 퍽 익숙한 홍색 관복 차림의 충무공의 모습이 그렇다. 표준영정 속 충무공은 소매가 길게 늘어져 있고 옷고름 매듭이 밖으로 드러나 있는 홍색 관복 차림인데 문화재제자리찾기 등 문화재 단체에 따르면 이런 특징들은 모두 19세기 무렵 등장한 것으로 당대 복식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충무공을 비롯해 충청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유관순·윤봉길의 영정을 제작하기도 한 장 화백을 따라 붙는 친일 시비 역시 표준영정 해제 움직임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다. 1945년 해방 이후 새로운 미술의 형성과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게 장 화백에 대한 미술계의 일반적인 평가지만 그 이전 행적이 영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장 화백은 1941년 조선총독부가 서화협회를 견제하고자 개최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조선총독부상 등 여러 차례 수상자로 오르내리며 이름을 날렸고, 1942~1944년 조선미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내선일체(內鮮一體)를 강조하면서 태평양전쟁을 찬양하는 그림을 전시한 반도총후미술전람회(半島銃後美術展覽會) 초대작가로 위촉되는 등 조선총독부에 적잖게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0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교체 물밑 작업이 일었으나 “친일 논란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충사에서 수명을 연장해 온 충무공 표준영정의 운명이 올해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영정·동상심의규정에 교체 근거에 복식과 용모, 사회통념을 추가하면서 지정 해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다. 현충사 관계자는 “개정된 규정에 따라 복식 고증 오류, 장 화백 친일행적 등을 근거로 문광부에 표준영정 지정 해체를 신청했다”며 “지정 해제 결정이 나오면 현재 표준영정을 현충사에서 철거하고 새 영정 제작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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