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방향 스핀파 세계최초 증명
스핀 이용 초저전력, 초고속, 대용량 메모리 소자개발 박차

[금강일보 곽진성 기자] 60년 간 이론이 증명되지 않아 미지의 영역에 머문 ‘왼손 방향 회전 스핀파’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스핀을 이용한 차세대 소자개발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주인공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양자기술연구소 양자스핀팀(김창수 선임연구원, 황찬용 책임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수길 박사, 김갑진 교수, 김세권 교수다.

KRISS에 따르면 이들은 공동으로 전이금속 코발트(Co)와 희토류 가돌리늄(Gd)이 일정 비율로 혼합된 CoGd 준강자성체에서 왼손 방향의 세차운동을 하는 스핀파를 측정하고 이에 기반한 물리 현상들을 새롭게 밝혀냈다.

스핀(spin)과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의 합성어인 스핀트로닉스 기술은 전자의 전하와 스핀을 동시에 제어하는 기술로 기존 전자소자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된다. 스핀들의 집단적 움직임을 나타내는 스핀파의 경우, 작동 주파수가 매우 높은 영역에 분포하고 전력의 소비가 매우 적으므로 초고속 저전력 소자에 적용할 수 있다.

스핀트로닉스를 실현하려면 전자의 스핀 방향을 자유롭게 제어,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스핀을 결정하는 물리적 원인과 제어 방법, 스핀의 회전 방향 분석 등 복합적이고 난도 높은 연구가 필요하다.

공동 연구팀은 빛과 스핀파 사이의 충돌을 이용하는 기법인 브릴루앙 광산란법(Brillouin light scattering)을 사용해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CoGd 준강자성체에 빛을 쪼아 스핀파와 충돌시킨 후 되돌아온 빛을 분석해 스핀파가 가진 에너지와 운동량을 알아낸 것으로 이를 통해 60년 동안 미지에 머물렀던 이론이 비로소 규명됐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는 수십 피코초(ps, 1000억분의 1초) 영역에서 왼손 방향 운동을 처음으로 관찰했으며, 준강자성체의 자화보상온도에서 스핀파 에너지가 0 근처로 수렴하고 자기장의 증가에 따라 각운동량 보상온도가 같이 증가하는 현상 등도 새롭게 밝혀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융합연구사업(CAP), 한국연구재단 미래반도체 사업, 미래소재 디스커버리 사업의 지원을 받은 해당 연구결과는 재료과학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IF: 38.887)30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황찬용 KRISS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오른쪽으로 도는 자화를 기반으로만 이론이 제시되고 실험이 진행됐다”며 “스핀파의 왼손 방향 운동을 최초로 규명함으로써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소자개발에 새로운 지평선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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