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6·29’…與 상임위원장 독식 현실로, 충청권 도종환 문광위원장 유일

[금강일보 최일 기자] 지난 29일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가져온 1987년의 ‘6·29’에 이어 한국 정치사에 있어 또 하나의 ‘6·29’로 가록됐다. 충청권에선 유일하게 도종환 의원(충북 청주 흥덕)이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독식하는 것으로,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여야는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충남 아산을)은 “유감스럽게도 미래통합당은 끝내 우리와의 약속도, 국민과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스스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길을 택했다. (원 구성 협상 과정에) 다섯 번의 양보에도 꿈쩍하지 않았다”며 18대 0의 비정상적인 원 구성 책임은 통합당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에 묻고 싶다. 통합당 원내대표(주호영)는 협상할 권한만 있고 결정의 권한은 없는 것인가. 힘들게 이룬 원내대표 간 합의가 의원총회와 지도부 회의에서 거부되는 것이 도대체 몇 번째인가. ‘의회 독재’, ‘민주주의 말살’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싶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국민들은 4·15 총선 결과를 통해 ‘이제는 달라지라’고 국회에 명령했지만, 통합당은 아직도 ‘무작정 발목 잡기’라는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통합당의 몽니와 구태를 기다릴 마음도, 시간도 없다”며 “민주당은 21대 국회를 엄중히 책임지겠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오직 국민과 국익만 바라보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법제사법위원장을 차지하며 의회 독재에 시동을 건 민주당이 결국 나머지 17개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모조리 차지했다”며 “33년 전 6월 29일은 민주화의 문이 열렸던 날이었다면, 2020년 6월 29일은 의회 독재의 문이 열린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부대변인은 “행정부 견제라는 입법부의 존재 이유조차 망각한 채 법사위를 가져간 민주당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검찰 개혁을 방해하던 법사위는 이제 없다’며 제1야당을 배제한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며 “박병석 국회의장은 상임위 싹쓸이 표결 후 우리 당 의원들을 강제로 각 상임위에 배정했다. 헌정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 국민 41%의 지지를 받은 제1야당의 의견을 철저히 소외하고 막무가내로 강제 배치한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애초부터 협상의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여당은 협상과정 내내 야당의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했고, 마지막까지 협상 결렬을 제1야 대표 탓으로 돌리며 기상천외한 면피를 했다”며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 법적 근거도 없는 협의체를 만들고 날치기로 일관했던 민주당이 또다시 국회를 불법과 독단으로 운영하기 위한 폭거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황 부대변인은 “176석이란 의석수는 의회를 마음대로 운영하라는 국민의 뜻이 아니다. 여당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며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행정부 견제라는 국회와 대의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집권여당의 폭주를 막아달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위해서라도, 의회 독재 시도에 맞설 것이다. 야당의 손발을 자를지언정 의회민주주의 수호를 향한 굳은 결기만큼은 절대 무릎 꿇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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