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국에 가야했나” 눈총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대전지역에서 등교개학 후 처음으로 코로나19 학생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교육현장 방역을 책임져야 할 교육감이 출장길에 올라 빈축을 사고 있다. 교육현장을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대전시교육청의 상황 인식이 퍽 와 닿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대전 교육현장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등교개학 이후로 첫 학생 확진자가 나오며 학교 현장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계 전반에 걸쳐 비상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설동호 교육감이 30일 서울 출장에 나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설 교육감은 이날 오전 서울 국회도서관을 찾아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은 국회도서관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데 대전교육청보다 먼저 체결한 타 시·도 중 일부는 서울이 아닌 지역교육청 현장 협약을 맺은 사례도 있어 코로나19로 교육현장의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현실에서 적절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지역 감염이 속출하고 학생 확진자까지 나온 이 비상시국에 꼭 교육감이 참석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협약식 자리에는 부교육감을 대신 보내고 코로나19 관련 대책 브리핑은 교육감이 직접 했더라면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됐을 텐데 유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남부호 부교육감은 “밤 늦게까지 코로나19 대책 협의를 마친 후 서울 출장 일정에 나선 것이고 이번 업무협약은 지난 2월부터 추진해왔다”며 “총선과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연기를 하다가 새롭게 잡은 날이 하필 30일이었는데 불가피하게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고 코로나19에 관한 모든 대책은 교육감과 직접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회도서관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교육감님이 서울에 올라와 협약만 맺고 바로 내려간 것으로 안다”며 “대전에서도 초·중·고교생들이 코로나19로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이 있고, 특히 지식정보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이번에 힘들더라도 서둘러 체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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