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강가 잔디밭에 앉아
뜨개질하는 여자가 있네
봄을 좀더 촘촘히 엮으려는 바느질처럼
겨울은
바늘에 머릿기름을 묻히듯
잔디밭 여기저기 연초록 코바늘 싹이
꽂히듯 솟아 있네

한 코 한 코 엮어가는 스웨트는
허공이
마음먹고 모여든 털실 앞에
제 빈 몸을 터줬기 때문이네

돌 속에 꽃을 뜨개질해 넣고 싶던
저 여자, 가슴 속의 남자를
짰다가 풀고 짰다가 풀길 수백 번
겨우 벙어리장갑 한 짝으로 다다른 늦겨울이네
풀리지 않는 일들을
격자무늬처럼 매듭짓다 보면
한 매듭 속에 들어왔다 나간 강물의
소용돌이는 차마 소중하고 아득하여
이 강물 저 강물 보이지 않게 손잡으며
만다라의 넉넉한 바다 옷 한 벌 짤 수 있을 것이네

눈물로 소금을 짠 여자의 한낮이
쉬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그림자 옷을
겨우내 메마른 금잔디에게 떠 입히네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금강 가에는 언제나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눈빛이 흐르고 있었지요. 어서 봄이 와서 강가 풀밭을 수놓으라고 촉촉촉 솟구치는 연초록 코바늘. 그 코바늘 싹들이 열심히 금강 가를 비단실로 짜 올리고 있었지요. 그렇게, 그렇게 어서 대지에 왕성한 봄 신령이 지피라고. 그러던 차 지난봄은 너무 큰 시련이었어요. 강 건너 이쪽에서 강 건너 저쪽을 바라보며 서로 거리를 두고 견뎌야 했던 시간. 그렇게 올해의 금강 봄은 잃어버린 시간이었지 싶네요. 그래서 올봄부터 금강에는 언젠가 다가올 그대를 기다려 빈 배를 매 두었어요.

이제 봄은 혼자 훌쩍 떠나고 성큼성큼 여름이 와 있는데. 아직도 금강 가에 그대가 올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강 이쪽과 저쪽에 길게 늘어서서 서로 바라만 보는 미루나무. 오늘도 긴 목이 더 길어졌어요. 그래도 금강은 시련이 클수록 더 굳센 물살로 꿋꿋하지요. 그침 없이 멈추지 않고 흘러 끝내 오대양 육대주를 다 적시지요. 금강에 사는 여자는 오늘도 가슴 속의 남자를 짰다 풀고 짰다가 풀기를 수백 번이나 하지요. 그렇게 촘촘해지는 신하늬와 인진아의 사랑. 「금강」은 그렇게 그들의 사랑 속으로 흘러가요.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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