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지난달 25일 충청북도교육연구정보원 행복씨 TV에서 방영된 ‘2020 충청권 학교혁신 원격포럼’에 패널로 참가해서 사례발표를 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지인들로부터 문자가 날아들기 시작하더니, 다음 날 출근 후 한참 동안 방송 이야기가 화제였다.

“방송 잘 봤습니다. 인물이 훤하게 잘 나왔습니다.”

“일반고의 특징을 잘 살려서 시간 안에 핵심을 잘 전달하셨어요.”

“실물보다 화면이 훨씬 잘 생겼어요.”

“선생님, 한 번도 더듬지 않고 잘했어요.” 등등…….

많은 칭찬과 격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쑥스럽고 부끄럽다. 포럼이 실시간 유튜브 방송으로 나가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나는 거절했을 것이다. 모교 신문에 게재된 교사 칼럼과 학교 홍보용 보도자료가 인연이 돼 그냥 그 원고를 간추려서 10분 정도 잠깐 발표하면 된다는 말에 덜컥 수락을 하고 말았다. 유튜브로 방송되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지난 4월 창의체험활동 동아리 조직 때에도 유튜브 방송을 탔다. 그날은 온라인을 통해 학년별 동아리 교육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학년부에서 갑자기 신규 담임들도 많고 또 신입생들은 고등학교 동아리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과 동아리 교육의 효율성을 이유로 총괄 부서에서 유튜브를 활용해 일괄적으로 교육과 홍보를 한 후에 동아리 조직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막무가내로 강력히 요구했다. 그래서 마지못해 등에 떠밀려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마이크를 잡았었다. 다행히 동아리 총괄 업무를 5년째 맡고 있고, 담임들이 동아리 교육을 할 수 있게 우리 부서에서 수업자료를 미리 제작해 제공한 덕분에 내용과 절차를 잘 알고 있어서 그나마 무리 없이 성공적으로 끝냈다.

그러나 나는 정말로 방송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몸집은 태산과 같고, 얼굴은 큰 바위의 얼굴로 남달리 큰 데다가 10년 전 구안와사의 흔적으로 눈과 입이 비대칭이다. 그리고 국어 선생이 말까지 더듬곤 한다.

오늘따라 전에 모시던 교장 선생님께서 “방 선생은 참 묘한 데가 있어. 그냥 평소에는 말을 더듬어 신경이 쓰였는데 방송이나 수업을 할 때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어.”라며 공개수업 후 고개를 갸우뚱하며 웃으셨던 기억이 새롭다.

돌이켜보면 말을 더듬는 이유로 초등학교 때에 놀림도 자주 받았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린이회장으로서 학급회를 원활하게 진행하였고, 웅변대회에서 심심찮게 상도 받았다. 그때의 선생님들도 전 교장 선생님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다.

말을 더듬는 이유는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나의 부족함을 알기에 “저 사람도 교사야”라는 말을 듣지 않게 조심하며 살았다. 말은 비록 어눌하지만 그 말이 항시 진실하고 참되며 행동과 일치시키고자 노력했다. 그것이 내가 교직에서 욕되지 않게 살아 온 이유이고 삶의 원동력이었다. 앞으로의 교직 생활도 그 신조는 변함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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