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두대보다 무서운 칼날이 된 글들

 

이전 정보화시대를 넘어선 소위 우리가 일컫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현대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에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그 범위를 확장해 주었다. 대표적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SNS의 발달은 여러 사람이 현실을 넘어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소통의 수단이 되며 우리 사회를 사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급속도로 현대 기술은 발전했지만, 그 이면에는 그만큼 어두운 모습도 존재한다.

홍콩의 대표 추리작가인 저자 찬호께이는 적지 않은 분량 속에서 이러한 인터넷, SNS와 같은 사이버 공간 속의 폐해를 자신의 소설 ‘망내인: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서 한 여중생의 죽음이란 사건을 통해 촘촘하게 나열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아이’의 여동생인 ‘샤오원’의 아파트 투신자살로부터 시작된다. 과연 샤오원의 죽음은 자살이었을까? 샤오원은 사망하기 전 지하철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성추행 관련 글이 인터넷 익명 공간 속에서 악의적 소문으로 퍼지게 되고, 샤오원의 사진이 담긴 신상이 공개된다. 조롱 섞인 악성 댓글과 주변 시선들에 대한 엄청난 심적 압박을 견뎌야만 했던 샤오원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며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샤오원의 사건은 소설 속 이야기뿐만 아니라 요즘 한국의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도 심심치 않게 우리가 찾아볼 수 있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렇게 우리 또한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갈수록 삭막해지는 관계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또 이런 선택의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대가와 그에 따른 책임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책은 독자에게 말하고 있다.

‘책임지지도 못할 글을 닥치는 대로 써낸 놈들이 증오스러웠다. 그들이 여가 시간에 심심풀이로 휘갈겨 쓴 글들이 응집되어 결국 단두대보다 무서운 칼날이 된 것이다.’(p.57)

소설 속의 이 문장처럼 누군가 아무렇지 않게 써 내려간 글이 한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남길 수 있듯이 문제는 인터넷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각종 디지털 정보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에게 경각심을 가져야 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덧붙여 이전 찬호께이의 대표작 ‘13?67’이 홍콩의 과거를 그렸다면, 홍콩의 현재를 그리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저자는 말했듯이 책 속에서 홍콩의 과거와 현대의 시대적 배경, 일상의 모습이 고스란히 소설에 표현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하며 더욱 몰입하게 만들며, 현재 홍콩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유재현(충청남도아산교육지원청아산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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