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중소기업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구매하는 공공시장을 선호한다. 충분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일반 시장을 뚫기에는 노하우가 부족하고 초기 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공시장은 뚫기만 하면 일정 물량을 보장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매대금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우수한 품질과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중소기업들이 기존 시장을 뚫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지난 1996년부터 품질과 기술력이 우수한 ‘우수조달제품’을 지정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 없이 발주처에서 직접 계약하도록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조례 등을 제정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제품을 먼저 구매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충청지역에서 생산된 우수조달제품이 정작 충청지역 지자체에선 외면을 받고 있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대전의 한 업체가 생산 중인 어린이노인보호구역에 설치되는 ‘보행신호 음성안내 보조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 보조장치는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우수조달제품에 선정되고 지난해 2월 대통령 주관 스마트시티 혁신전략보고회에서 대전시 대표제품으로 시연까지 한 제품이다.

그러나 충청지역 지자체들은 정작 구매에서 적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다른 지역에 납품한 사례가 더 많다. 이 제품은 충청권에서 2017년 공주시 8대 등 10대, 2018년 서산시 8대 등 10대, 올해는 대전시 5대와 유성구 20대 등 27대의 구매가 이뤄졌다. 반면 타 지역에선 2017년 30대, 2018년 38대, 2019년 199대, 올해 167대를 구매했다.

업체 관계자는 “1대당 가격은 774만 원으로 경기도 타 업체가 올해 가격을 내려 우리가 5만 원 비싸지만 우리 제품이 사각지대까지 파악할 수 있는 카메라 센서인 데다 교통안전 캠페인용 전광판이 추가된 것을 감안하면 훨씬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더구나 2016년 음성안내 보조장치와 전광판을 합친 일체형 혁신제품을 출시했으나 경기도 경쟁사들이 보조장치 규정에 없는 제품구성이라는 이유로 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해 분리형으로 품질을 떨어뜨려야 했다고 한다.

충청지역의 중소기업이 꾸준한 연구개발로 품질이 뛰어난 우수한 혁신 제품을 생산했는데도 지역 지자체들이 외면하고 정부의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른 지역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지면 어쩔 수 없다지만 품질이 뛰어난데도 이를 외면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이와 함께 정부의 규제로 인해 혁신제품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한 사례라는 점에서 정부의 보다 강력한 규제개혁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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