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사회부장

[금강일보 이기준 기자] 2020년 한 해는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날 것 같다. 좀 수그러드나 싶더니 재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방심’의 틈바구니에서 다시 살아나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방역당국은 현 상황이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위기의식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민선7기 지방자치는 재난으로 시작해 재난으로 끝날 모양이다. 현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북상하는 태풍으로 인해 제대로 취임식도 못 하고 재난 현장에서 임기를 시작했는데 임기의 절반에 이른 시점에선 코로나19와 씨름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도 벅찬데 그 이후의 변화까지 준비해야 하니 미칠 노릇이다.

코로나19에 지배당한 지 반 년,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의 뉴노멀( New Normal)’이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이후 대두될 새로운 질서에 대한 고민이 공통의 과제라는 거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인류의 역사는 BC(Before Corona, 코로나19 이전)와 AC(After Corona, 코로나19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이 변화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탈세계화’, ‘언택트 문화’, ‘4차산업혁명의 가속화’ 등 다양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는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역시 ‘사회적 안전망’이다.

코로나19 속 미국의 폭동 사례에서 보듯 감염병 창궐이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면 예측불허의 더 큰 위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사회적 재난의 피해는 취약계층에 더 빨리, 더 직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사회적 양극화를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 사회에 이미 오래 전 던져진 지향점 가운데 하나인 ‘지방분권·균형발전’의 가치가 재소환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K-방역’이라는 브랜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합작에서 비롯됐다. 국가적 재난상황은 중앙정부 혼자 컨트롤할 수 없고 지방정부와의 협업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 졌고 그래서 지방정부의 창의적·창조적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분권이 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재난지원금’ 정책 역시 지방정부가 선도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도 갑론을박 단계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밸런스, 지역간 균형적 발전의 밸런스가 담보되지 않으면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응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 스스로 지역적 특성에 맞게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는 사무적·재정적 권한을 더 나눠야 한다. 시기상조라는 반론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이는 코로나19를 통해 여실히 나타난 성숙된 시민의식에 대한 모독이다.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생태적 밸런스다. 코로나19 역시 궁극적으로 환경파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21세기 들어 세균과 바이러스의 공격은 더 자주, 더 강력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환경파괴로 인해 동물의 서식지가 지속적으로 줄면서 바이러스를 품은 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위기를 불러왔듯 코로나19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이동제한·격리·지역봉쇄 등 코로나19로 인간의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자 지구 대기환경이 개선됐고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수질오염이 심각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 역시 수질이 개선됐다는 언론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구의 생태적 균형은 지나친 개발과 이를 위한 에너지 사용으로 깨진 지 오래다. 시급히 되돌리지 않으면 기후위기, 세균·바이러스의 공포는 우리 후세를 괴롭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류 멸종’을 앞당긴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와 관련해 디지털뉴딜·그린뉴딜을 제시했다. 4차산업혁명 기술의 가속화로 사회·경제적 체질을 개선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에너지 전환 가속화로 지속가능한 발전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복안인데 이는 국회가 일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3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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