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민 한밭대 인문교양학부 조교수

 

지난달 25일은 6·25 전쟁 70주년이었다. 전쟁을 기념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다시는 그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후손들이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6월 16일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지금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이 또 있다. 그것은 바로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통일의식조사 결과다. 응답자의 약 55%가 전쟁을 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이 필요없다고 했고, 약 26%만 통일을 원했다. 북한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61%로 나타났는데, 조사에 참여한 모든 연령대에서 55% 이상을 기록했다. 다른 기관에서 실시한 비슷한 조사도 전반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한반도 통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점 약화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북한에 관심이 많았으며, 남북이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고 여겨온 나는 대한민국 통일인식 평균에서 한참 동떨어진 특이한 국민일까? 남북은 아직 휴전 상태이며, 일제 강점기 후 열강의 이해관계에 따라 ‘억지로 갈라진’ 비극적 상황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데 어찌 북한에 관심이 없을 수 있을까? 생각이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니 나와 다르게 응답한 이들을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통일연구원 조사의 신뢰성에 딴지를 걸자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남북 평화통일 없이 진정한 한반도 번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지면상 두 가지만 들겠다. 첫째, 당위적 이유로 남북은 한 핏줄이고, 형제자매이기 때문이다. 가족 개념이나 근대국가 탄생에 관한 학술적 논의를 거론하며 나의 논리를 비판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보면서 온 국민이 함께 눈물 흘리던 모습을 과연 상아탑의 논리로 갑론을박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학자가 어떻게 논리보다 감정을 우선시하냐며 나를 비판한다면 되묻고 싶다. 사람 없는 논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둘째, 현실적 이유로 냉혹한 국제질서를 순진하게 인식하고 믿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 아닌 누구도 진정으로 걱정해 주지 않으며, 동맹국도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등 돌릴 수 있는 것이 국제질서의 비정한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실례로 1905년 러·일 전쟁의 일본 승리가 굳어지면서 미국은 필리핀을, 일본은 한반도 지배를 미·일이 상호 승인했던 카쓰라-태프트 밀약을 들 수 있다. 우리가 힘이 없으면 우리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주변 강대국들의 결정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분단의 지속은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그들에게만 좋은 것일 뿐 한민족에게는 70년 넘게 계속되어온 고통일 뿐이다. 브레진스키(Z. K. Brzezinski)가 밝혔듯이, 세계를 체스판처럼 보고 패권을 행사하는 미국은 현재 동맹국이지만, 분단된 한반도가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유지 시킬 수 있는 거대한 무기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은 우리에게 큰 시장이지만, 통일 한반도가 친미가 될지 친중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 누리는 한반도에 대한 정치·군사적 패권 상실은 G2 시대를 만들려는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다.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도록 한 평화헌법 제9조를 수정하여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려는 일본에게 통일 한반도는 결코 바라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만약, 친미적 통일 한반도가 출현하더라도 중국과 달리 러시아에게 치명적인 위협은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을 관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부동항의 필요성이 존재하는 한 한반도 접견 지역 이해관계에서 러시아가 소극적일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이는 2019년에 러시아 공중조기경보통제기(A-50)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여 우리 공군이 대응한 사례만 보아도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야욕은 명확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단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화되고, 전쟁만 하지 않으면 분단된 상태도 좋다고 여기는 것은 주변국들만 좋아할 일이지 우리 민족의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까지 주변국들만 이로운 6·25 전쟁을 기념하며 살 것인가? 남북은 하루 빨리 종전선언을 하고, 한반도 통일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전쟁의 아픈 기억이 희미해지고, 분단 체제에 무뎌지고 있다. 시간이 없다. 나는 살아서 꼭 한반도 통일 기념식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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