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스쿨존 곳곳서 운전자 대상 장난 드러나
법 취지 불구 거세진 개정 목소리 고조될 듯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 양 모(43·서구 복수동) 씨는 최근 어이없고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대전의 한 스쿨존을 지나가던 중 앞서가던 승용차 쪽으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 2명이 뛸어들 듯 접근하는 거였다. 다행히 충돌은 없었고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제 갈길을 갔다.

양 씨는 “잠시 불러 훈계하니 “장난으로 그랬다”고 하더라. 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할 뻔 했는가. 아무리 철없는 아이들이라도 이건 아니다 싶다”며 “민식이법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말이 많은데 아차하다 피해자가 피의자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아찔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앞으로 스쿨존 근처로는 절대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처럼 일부 철없는 아이들이 민식이법을 혼란시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지속되고 있는데 급기야 아이들의 놀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는 거다. 장난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들도 민식이법으로 인해 운전자들이 살얼음판 운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못 된다. 자칫 법 취지까지 흔들 수 있어서다. ‘요즘 어린이보호구역 민식이법 근황’이라는 제목의 SNS 영상은 심각성을 보여준다.

영상에 따르면 흰색 SUV를 본 어린이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어 쫒다가 멈춰 섰고 이내 팔을 가리면서 웃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이를 촬영한 뒤측 차량이 잠시 속도를 줄인 뒤 다시 출발하자 해당 어린이는 이 차량 뒤로 따라 붙기도 했다. 

황원태 (31·대전 동구) 씨는 “민식이법은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최소한의 안전망인데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한다면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장난이라고 하겠지만 운전자들은 스쿨존에서 사고가 나면 무조건 형사처벌이기 때문에 상당히 예민하다. 왜 민식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민식이법 개정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35만 4000여 명이 동의했으며 청원글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법조계 쪽에서도 민식이법 개정의 필요성을 말한다.

대전의 한 변호사는 “사망사고 시 윤창호법과 민식이법은 같은 형량(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이 적용되는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로 간주되는 음주운전 사고와 순수과실범죄인 스쿨존 내 사고가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책임과 형벌 간 비례성 원칙이 어긋나는 것 같다”며 “운전자가 법을 준수했더라도 스쿨존에서 어린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게 되면 이를 악용해 합의금 목적으로 어린이를 이용한 고의성 사고를 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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