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중순 지지 의원들 농성 돌입

대전시의회 원 구성 파행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당론파 의원들이 제작한 플래카드. 최 일 기자

[금강일보 최일 기자] “전반기 합의사항이 후반기에 깨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 합니다.”

지난 3일 제8대 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파행 직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시의회 1층 로비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에서 결정한 권중순 의장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로, 의장 선출 무산 사태에 맞서 “약속을 이행하는 정치”를 강조하며, ‘부결’을 이끌어낸 자당 동료 의원들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이들의 농성은 4년 전 7대 의회 후반기 원 구성 당시 당론을 어기고 반란을 일으킨 김경훈 의장 선출에 반발하며, 시의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던 박정현 전 의원(현 대덕구청장)을 떠올리게 했다.

대전시의회 원 구성 파행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당론파 의원들이 제작한 플래카드. 최 일 기자
대전시의회 원 구성 파행과 관련, 5일 시의회 앞에 더불어민주당 당론파 의원들이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최 일 기자

4일 시의회에서 이틀째 농성 중인 7명의 의원들을 만났다. 조성칠(중구1)·민태권(유성구1)·오광영(유성구2)·구본환(유성구4)·김찬술(대덕구2)·채계순(비례)·우승호(〃) 의원이 바로 그들로, 전반기 원 구성 당시 직을 맡지 않았던 초선 의원들이다.

이들은 “민주당이 시민들에게 보여선 안 될 모습을 보여 부끄럽다”며 “우리의 농성은 약속과 원칙, 정도(正道)를 지키는 정치,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의원들이 2년 전 전반기 의총에서 합의한 사항을 뒤엎으려 해 또다시 의총을 열고 권 의원을 의장 후보로 결정한 것인데, 그들은 본회의에서의 두 차례 투표에서도 합의사항을 깼다. 이건 말이 안 된다”라며 ‘권중순 반대파’를 성토했다.

그러면서 “오는 13일 다시 의장 선거를 치르기로 했는데, 만약 사리사욕으로 똘똘 뭉친 그들이 의장직을 노린다면 탈당 후 후보 등록(9일까지)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태권·조성칠 의원의 경우 부의장 후보로 등록을 했었지만, 의장이 선출되지 않으면서 이들 역시 3일 본회의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고, 부의장 선거도 13일 진행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두 패로 갈린 민주당 시의원들을 향해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다. 양쪽 모두 밥그릇싸움, 자리싸움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4일 대전시의회 1층 로비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이 8대 후반기 의장 선거 파행과 관련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조성칠·구본환·우승호·채계순·오광영·김찬술·민태권 의원. 최 일 기자
지난 2016년 7월 박정현 전 대전시의원(현 대덕구청장)이 제7대 의회 후반기 원 구성 파행과 관련해 단식 농성 돌입을 선언하는 모습. 최 일 기자

한편, 민주당 중앙당은 최근 대전시당에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에 관한 지침’이란 공문을 보내 “당 소속 의원들은 사전 선출된 의장 후보가 선임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3일 1차 투표 직후 열린 의총에 노준호 시당 정책실장이 참석, 의총 결과와 다른 투표를 할 경우 징계에 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음에도 권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하는 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권 의원이 의장직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는 의원들은 “왜 당에서 투표를 강요하나. 의장 선거에 개입을 해선 안 된다”며 당론을 따르라는 데 대해 반감을 표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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