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코로나 사태 장기화는 우리 일상 모두를 앗아가 버렸다. 이전에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모든 일상생활이 코로나 확산으로 모두 중지됐다. 한두 달에 그칠 줄 알았지만 벌써 반년을 넘어섰다.

서양인들이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살아간다면 동양인들은 공동체문화 속에 살아간다. 동양인 가운데도 특히 한국인은 함께 모여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면 산다.

그러니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를 원천 차단하고 있는 지금의 사태는 한국인에게 더없는 고통이다. 한민족의 DNA 속에는 집단문화가 유전자로 자리 잡았다.

매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던 야유회나 체육대회를 비롯한 모임이 차단됐고, 학생이 학교에 가고 교인이 교회에 다니는 일상의 생활조차도 극도의 경계 속에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듯 모여서 활동하는 모든 것이 차단되면서 국민은 지쳐가고 있다. 몸만 지쳐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피폐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확진자들에게 원망의 눈초리로 대하는 네 탓 풍토가 번져가고 있다.

물론 본인이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경계를 게을리하여 확진자가 된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가족에 의해 감염됐거나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하다가 감염된 사례도 있다.

따지고 보면 이들 역시 피해자임이 분명하다. 죽음의 공포부터 시작해 병마와 싸워야 하는 힘든 시간이 이들 앞에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더 무서워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과 원망이다.

전문가들은 방송이나 신문 지면 등을 통해 “확진자 모두가 피해자이니 이들을 원망하면 안 되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고 숱하게 주장했지만, 확진자들을 향해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 분위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울보건대학교의 한 연구팀이 코로나 감염과 관련된 의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0.7%가 감염 책임이 환자 자신에게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망의 정서가 상존한다는 방증이다.

물론 응답자의 60%는 ‘환자 자신만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답변했지만, 10명 중 3명은 환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환자들은 병마와 더불어 사회적 편견과도 싸워야 할 처지이다.

사회적으로 몰아붙이지 않아도 환자들은 스스로 자신이 전파자가 됐다는 죄책감을 가질 텐데 거기에 덧붙여 사회적으로 몰아붙이면 그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게 걱정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나도, 내 가족도, 누구라도 감염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감염자를 바라봐야 한다. 고통을 나누고 이해하는 사회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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