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 갈려 극심한 분열…코로나 비상시국 외면 감투싸움 혈안
의총서 결정한 의장 후보 본회의서 부결, 지역민 공분 자초

대전시의회 원 구성 파행과 관련, 5일 시의회 앞에 더불어민주당 당론파 의원들이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최 일 기자

[금강일보 최일 기자] 자고 깨면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도, 침체일로를 걷는 지역경제도, 갈수록 힘겨워지는 서민의 삶도, ‘지역민의 대표’이자 ‘선출직 공직자’인 그들의 머릿속에 없는 것 같다. 오로지 감투싸움에 혈안이 된 정치꾼들의 행태가 공분을 사며, 또다시 지방의희 무용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 3일 대전시의회는 후진적인 대한민국 지방의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제8대 의회 후반기 2년을 이끌어갈 의장을 선출하는 이날, 전체 22개 의석 중 21석을 장악하고 있는 절대다수당 더불어민주당은 일당독주시대에도 얼마든지 극단적인 파행이 벌어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민주당이 네 차례의 간담회와 의원총회를 열어 어렵사리 결정한 대전시의회 의장 후보를 본회의에서 낙마시키는 사상 초유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민주당 시의원 21명은 지난달 25일 의총에서 “2년 전 전반기 의총에서 결정했던 대로 권중순 의원(중구3)을 후반기 의장 후보로 선출했다”며 “권 의원은 7월 3일 본회의에서 공식 선출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의사결정과 정책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의원 1명을 포함한 재적 의원 22명 전원이 참여한 의장 선거의 뚜껑이 열린 결과, 단독 출마한 권 의원에 대해 찬성 11표, 반대 11표의 동수가 나왔다. 당황한 민주당 대전시당은 2차 투표 전에 긴급 의총을 열어 의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의장 선출은 무산됐다.

지난 3일 대전시의회에서 제8대 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가 진행된 가운데 단독 입후보한 더불어민주당 권중순 의원(중구3)이 과반을 얻지 못해 부결된 투표 결과를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자신들이 시민들에게 당론으로 내세운 후보를 본회의에서 공식 선출하는 요식행위를 하면서, 스스로 이를 뒤엎어 버리는 모순을 저지른 것이다. 의장 선거 8일 전 의총에서의 표결 결과(‘전반기 합의추대안을 따르자’ 11명 ‘자유롭게 경선을 실시하자’ 9명, 나머지 1명은 기권)가 고스란히 본회의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반기 합의추대안을 따르자는 측과 그렇지 않은 측으로 팽팽하게 패가 갈리며, 집권여당 민주당이 시의회 내에서 극단적으로 분열돼 서로에게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야당의 존재감이 미미한 시의회에서 여당의 자중지란이 파행을 불어온 것으로, 여기에는 ‘전반기 원 구성에 참여한 의원(의장-김종천, 부의장-윤용대·문성원, 운영위원장-남진근, 행정자치위원장-박혜련, 복지환경위원장-이종호, 산업건설위원장-이광복, 교육위원장-정기현, 예산결산특별위원장-김인식)은 후반기에는 직(職)을 맡지 않기로 한다’라는 약속 이행을 둘러싼 갈등이 배어있다. 즉 전반기에 직을 맡지 않았던 의원들과 후반기에도 직을 맡으려는 의원들이 물러설 수 없는 밥그릇 싸움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시민의 대표임을 망각한 그들만의 권력욕이 볼썽사나운 블랙코미디를 연출하며, 코로나 사태로 멍든 민생과 유리(流離)된 지방의회의 추악한 단면을 노정(露呈)하고 있다.

7대 의회 후반기와 8대 의회 전반기에 이은 세 번째 도전에서 의장 등극을 기대했던 권 의원(3선)은 참담한 결과에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고, 시의회는 오는 9일까지 다시 후보 등록을 받아 13일 의장 선거를 치르기로 한 가운데, ‘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의회가 약속과 원칙이 무너진 복마전(伏魔殿)이 됐다.

지난 3일 대전시의회 제251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진행된 제8대 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가 의원들 간의 의견 다툼으로 파행이 되고 있다. 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지난 3일 대전시의회 제251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진행된 제8대 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가 의원들 간의 의견 다툼으로 파행이 되고 있다. 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한편,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각 5석, 무소속 1석으로 구성된 중구의회는 전반기 의장(무소속 서명석)과 부의장(통합당 김연수)이 후반기에 자리를 맞바꾸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며 원 구성이 파행을 빚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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