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창 시인, 시조집 ‘거꾸로 선 나무’ 출간

 

꽃 피면 오마하고 손 흔들며 떠난 사람
물에 지는 꽃 그림자 쑥국새만 울고 가네
그리움 먼 하늘가에 구름으로 나부낀다

-‘그리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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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창 시인

코로나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고, 나라는 어지러워지고, 세상은 점점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정의롭지 않은 이가 정의를 앞세우고, 오물 범벅인 권력자가 위세를 떨친다.

어수선한 시절, 세월에 떠밀린 시인은 어느새 고희(古稀)의 고개에 접어들었고, 그는 거꾸로가 아닌 바로 선 나무를 꿈꾸며 세상을 관조(觀照)한다. 닫힌 마음을 다시 열고, 상처를 치유하는 노래를 한다.

청라(淸羅) 엄기창 선생이 2020년 여름 시조집 ‘거꾸로 선 나무’(오늘의문학사)를 출간했다. 지난 2016년 ‘봄날에 기다리다’에 이어 4년 만에 선보인 두 번째 시조집이다.

자신의 시조(時調)가 산골 물소리처럼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노래였으면 좋겠다는 그는 1부 ‘내 마음의 꽃밭’, 2부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3부 ‘참사랑은 시들지 않는다’, 4부 ‘미소가 따라와서’, 5부 ‘고희(古稀) 고개에서’ 등으로 구성된 이번 시조집에 ‘능소화’, ‘가시연’, ‘설일(雪日)’, ‘서해의 저녁’, ‘춘일(春日)’, ‘생가 터에 앉아’, ‘황혼 무렵’, ‘세월의 그림자’, ‘자연법’, ‘코로나에 갇힌 봄’ 등 총 90편의 작품을 담았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아 마음이 흐르는 대로 강물처럼 흘러가고 싶다는 청라 선생은 슬픈 사람에게는 위안을, 기쁜 사람에게는 더 큰 환희가 되어 온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등불과도 같은 시조를 독자들에게 선물하며 절절한 그리움을 전한다.

충남 공주가 고향으로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대전문인협회 시분과 이사 및 부회장, 문학사랑협의회장 등을 역임했고, 대전시문화상·정훈문학상·대전문학상·호승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가슴에 묻은 이름’, ‘서울의 천둥’, ‘춤바위’, ‘세한도(歲寒圖 )에 사는 사내’ 등이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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