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 예금에 소규모 투자금 쌓이고
은행들 건전성 회복 기대감 상승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금융 자금이 저축성 예금 대신 저원가성 예금에 몰리고 있다. 주식 투자 등에 이용할 여윳 돈을 모아두며 ‘눈치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4대 은행(KB국민·우리·신한·하나)에 쌓인 저원가성 예금(요구불·MMDA) 잔액은 498조 3511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대비 약 71조 원(16.6%) 늘어난 수치다. 올해 초부터 저원가성 예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월 말 기준 427조 3000억 원이었던 저원가성 예금은 2월엔 445조 400억 원, 지난달엔 전 달보다 약 20조 원 증가했다.

저원가성 예금은 금리가 연 0.1% 수준인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MMDA) 등을 말한다. 통상 급여통장이나 통신 또는 카드 자동이체 통장이 저원가성 예금에 해당된다. 정기예금 등 금융상품에 묶여있지 않아 유동성이 매우 큰 자금으로 분류된다.

저원가성 예금은 대기성 자금인 만큼 예금 증가는 은행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감소하면서 예대마진을 줄일 수 있어서다. 또한 예대율 방어도 가능해 업계에선 ‘만능 예금’ 또는 ‘핵심 예금’이라 불린다.

금감원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은 전년 동기 대비 0.15%포인트 하락한 상황이다. 반면 정기예금은 점점 줄고 있는 추세다. 6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05조 552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2조(2%) 줄었다.

저원가성 예금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저금리가 꼽힌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올 상반기에만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내렸다. 보통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시중은행들도 예대마진을 방어하기 위해 수신상품 금리를 내린다. 1%도 안 되는 정기예금에 돈을 맡기기보다는 괜찮은 투자처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심리가 늘은 거다.

대전 서구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이자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요즘 저원가성 예금 증가가 은행들의 수익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언제 빠져나갈지 예측이 어려운 자금인 만큼 긴장은 늦출 수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시중에 갈 곳 없는 자금이 대거 묶여있는 모습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아서 상황을 지켜보며 일시적으로 원할 때 바로 회수 가능한 저원가성 예금에 돈을 맡겨둔 것 같다. 대부분 소규모 자본이 많이 몰려있는 만큼 주식 투자 등으로 돈이 유출 될 수 있어서 은행 건전성 제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