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공동체연구원장·한밭대 교수

 

코로나19로 전세계는 전쟁보다도 더 광범위하고 예측 불가능한 충격을 받았다. 스페이스-X, 스타워즈를 말하고 공상과학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현실화되는 마당에서 머리카락 두께의 100분의 1도 안돼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미생물인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인류는 속수무책이다. 중국 우한의 작은 마을에 발생할 때부터 주의 깊게 지켜보기 시작해 이제 전세계 구석구석을 쓰나미처럼 휩쓸고 가는데도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감염사태를 직접 겪기 전에 예방에 소홀히 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지혜로움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코로나19로 사회의 많은 부분이 변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잠시 지나가는 태풍처럼 여겼으나 장기화되면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활동으로 전환되면서 교육, 행정, 서비스 업종은 물론 생산 및 거래 시스템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4차산업의 핵심이 사람중심에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반의 지능형기계 시대라고 본다면 코로나19는 4차산업 시대를 성큼 앞당긴 셈이다.

코로나 19로 우리의 사회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 재조명됐다. 초기에는 위기상황이란 이름으로 자유, 개인, 생명 등의 가치는 통제되고 일부 국가에서는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농락되기도 했다. 수십조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시중에 돈을 풀고 있고 미래세대에 부담이라는 사치스러운 비판은 언급할 수도 없는 상황 하에서 국가채무는 급증하고 있다. 교육 시스템 역시 일시정지 또는 마비라는 단어가 더 적정해 보일 정도로 대응에 부실함을 보였다. 6·25 전쟁 중 학교는 문을 열었는데 이번에는 교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동안 IT강국이라던 정부는 온라인 강의조차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초·중등 부문의 교육부실, 등교중지 장기화에 따른 불만, 대학의 등록금 환불요청 등 사회적 이슈가 등장했고 심지어 학교교육 체질개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한 학기의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필자의 학교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지식전달형 교과의 경우 온라인 수업의 효과적 장점을 주장하기도 하여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대학도 지식전달형 교과는 온라인 강좌로 진행하고 취득한 지식을 기반으로 토론과 실습 위주로 진행하는 참여형 창조력 향상 위주의 교과는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혼합한 브랜딩 강좌로 대폭 전환할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와 맥킨지(Mckinsey)만이 아니라 세계 3대 대학 평가기관인 영국의 QS 등을 포함한 고등교육 전문 연구 및 평가기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성공적인 교육형태로 블랜딩 강의를 추천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는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최고 교수의 강의를 수강하고, 대면 수업시간에는 비싼 강사 대신 대학원 박사과정의 티칭 펠로우(teaching fellow)를 투입하여 플립러닝 형태로 강의를 진행시킨다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대학의 강의 방식만이 아니라 학생 선발, 대학 구성원이 갖춰야 할 역량, 대학 수입과 예산 분배 구조, 대학 지배구조, 중장기 발전 계획 등에도 광범위하게 변화가 필요하게 됐다.

4차 산업시대는 현재의 주요가치인 노동, 자본보다는 디지털이 핵심가치로 등장할 것이고, 현존하는 직업의 대부분이 사라지거나 크게 변화할 것이며, 우리의 일상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체계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 기계와 소통하는 언어교육이 필요하다. 코딩교육이 그 기본이 되겠으나 크게 부실하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기술은 약한 편이다. 또 초·중·고교의 교육과정에 4차산업시대에 살아가기 위한 지식, 직업, 로봇과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인간의 역할과 윤리 등 교육과정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 교육분야에서 미리 준비하고, 바뀌지 않으면 성공적인 미래는 없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