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익 전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연합뉴스

제21대 국회가 개원해 그 역할이 중요한 때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결렬돼 안타깝고 아쉽다. 국회법이 정한 원 구성 시한을 한 달 이상 넘기는 것 자체가 국민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은 물론 경제 현안, 대북 문제, 민생 관련 법안들이 태산같이 쌓여 있다.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정상화시켜 필요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될 시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를 놓고 한 달간 협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원내 1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갔다. 집권여당의 뜻대로 국회가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것으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권한에 비례해 책임도 커짐을 잊어선 안 된다. 여야 갈등과 앙금이 향후 국회 운영과 국정 수행에 장애요인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야당은 명분과 실리를 놓고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모두 놓쳐 버렸다.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의회의 가장 기본적인 본연의 의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제는 국민이 원하는 정책, 국민을 위하는 정책, 국민만 바라보는 정책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자는 요사이 7살 먹은 손녀를 위해 새삼스럽게 ‘이솝우화’를 읽고 있다. 이솝우화는 기원전 6세기경 이솝이라는 노예가 창작해 구전으로 전해오다 17세기에 프랑스 시인에 의해 정리된 우화집이다. 서양에서 ‘성인들의 도덕 교과서’로 불리면서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고, 오랜 세월 동안 회자되면서 ‘지혜의 칼’, ‘언어의 칼’이라고 평가받는다. 우화란 깃들일 우(寓)에 이야기 화(話) 자를 합한 말로, 의미가 겉에 드러나 있지 않고 속에 숨어있다는 뜻이다. 동물을 의인화시켜 인간의 어리석고 나약한 모습을 다룬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왠지 뜨끔해진다.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 느껴진다.

심규익 교수

대한민국 국회의 문제점은 하루아침에 불거진 것이 아니다. 박병석 의장을 감독으로 선출했지만, 21대 국회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도록 채찍질을 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국회 시스템을 갖춰 위기 속에서도 체질을 바꿔야 한다. 외교·안보와 포스트 코로나 대응은 무엇보다 여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대전이 낳은 박 의장은 대전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이끌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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