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작가의 뜰/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외 31권

▲ 나무 이야기 = 케빈 홉스·데이비드 웨스트 지음, 김효정 옮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100가지 나무의 이모저모를 세밀화와 함께 소개한다.

은행나무는 2억 년 전의 모습을 지금까지 유지하는 유일한 식물이어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다. 강한 생명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 중심지로부터 1㎞ 거리 내에 있던 은행나무 최소 6그루가 되살아났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주목은 수명이 매우 길어 웨일스의 한 교회 묘지에 사는 주목은 나이가 무려 5063살이라고 한다. 독성이 있는 데다 창과 활의 재료로 쓰여 고대 지중해 문명에서 주목은 죽음을 상징했다.

중남미 음식에 많이 쓰이는 과일과 나무의 이름인 ‘아보카도’는 ‘고환’을 뜻하는 멕시코 원주민어에서 비롯됐다. 아보카도 열매의 모양은 물론 짝을 지어야 열매가 열리고 그것을 먹으면 생식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원주민들의 믿음이 이 이름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바나나는 다년생 ‘풀’이면서도 이 책에 실리는 ‘영예’를 안았다. 선사시대에 쌀보다 먼저 재배돼 인류에게 향긋하고 맛있으면서도 간편한 음식을 제공해 줬고 최고 15m까지 자라는 큼직한 체구까지 갖췄으니 그만한 자격은 있다.

한스미디어. 224쪽. 2만2000원.

▲ 작가의 뜰 = 전상국 지음.

‘우상의 눈물’ 등 소설을 쓴 원로 작가가 강원도 산자락에 ‘문학의 뜰’을 조성해 가꿔 가며 겪고 느꼈던 식물과 인생, 문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첫 번째 글의 제목 ‘움직이는 나무’는 아내를 일컫는 말이다. 아내가 잣나무 숲속 ‘문학의 뜰’에서 쑥부쟁이, 개미취, 둥굴레, 은방울꽃, 금낭화 등을 심고 있는 모습을 이렇게 부른 것이다.

저자는 그 모습을 보고 꽃 가꾸기를 좋아했던 할머니를 떠올린다. 그리고 할머니의 영향으로 자연과 가까이했던 어린 시절, 꽃을 좋아하는 아내와의 만남, 오랜 세월 마을을 든든히 지켜온 밤나무와 느티나무에 얽힌 추억 등 자연과 함께해온 한평생을 돌아본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어휘력과 문장이 젬병이라는 평을 들으며 백일장에 참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그가 학교를 빠져나와 마주친 소양강 가의 미루나무와 뱀산의 진달래꽃, 그곳에서 바라본 움막 속 나환자 부자에 대한 묘사는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마지막 글에서 “우리 할머니가 그 시절 그랬듯 나 또한 들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내가 능청스레 감추고 사는 염세·염인증의 자가 치유의 바이블이 바로 자연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샘터. 300쪽. 1만4500원.

▲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정재승 지음.

2001년 처음 출간돼 과학 도서로는 이례적인 인기를 얻으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던 책의 두 번째 개정증보판이다.

백화점 매장에서 할리우드 영화계까지, 토크쇼 스튜디오에서 심장발작 환자가 들어온 긴박한 응급실까지, 정교하고 아름다운 아프리카 전통가옥에서 시끄러운 영국의 레스토랑까지 다채로운 무대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물리학이라는 렌즈로 인간과 사회를 새롭게 바라본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차들의 응집현상을, 잭슨 폴록의 그림에서 프랙털 패턴을, 땅콩과 모래알갱이에서 알갱이역학을, 주식시장에서 카오스이론을 발견하는 과학자들을 따라가다 보면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우리의 삶과 세상에 다가가는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된다.

출간 20년을 기념하는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원고지 100매 분량의 ‘두 번째 커튼콜’을 통해 학문적으로 발전된 내용을 대거 보완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과정부터 사회적 성취가 이뤄지는 과정,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내고 있는 변화와 같은 것들이다.

어크로스. 388쪽. 1만6800원.

▲ 시티 픽션 = 조남주 외 지음

7명의 작가가 도시로 소재로 한 단편을 모은 테마소설집. 장르를 넘나들며 도시의 모습과 도시인들의 삶을 조명한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는 집값을 둘러싼 역세권 아파트 주민들의 갈등을 다룬 ‘봄날아빠를 아세요?’를 실었다. 정용준의 ‘스노우’는 서울 대지진으로 무너진 종묘에서 피어나는 온기를 그렸다. 이주란은 ‘별일은 없고요?’에서 소도시를 배경으로 고통 이후 서서히 단단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와 함께 서울 중심부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싶은 청년의 욕망(조수경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 중’), 불 꺼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난 두 사람의 기괴한 인연(임현 ‘고요한 미래’), 하룻밤 새 전 세계 정치인이 사라지는 판타지(정지돈 ‘무한의 섬’),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자매의 따뜻한 사랑(김초엽 ‘케빈 방정식’)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겨레출판. 384쪽. 1만5000원.

▲ 죽음의 한 연구 = 박상륭 지음

철학·종교적 사유로 죽음과 구원의 문제에 천착한 소설가 박상륭(1940~2017)의 대표작이 문학과지성사의 한국 현대소설 명작선 시리즈 ‘문지클래식’ 일곱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1986년 초판이 발행돼 한국 문학계를 흔들었던 소설을 새로운 제본으로 펴냈다.

화자가 ‘유리’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40일간 구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로, 설화와 신화, 주역과 연금술의 세계를 넘나든다. 평론가 김현은 “이광수의 ‘무정’ 이후 가장 뛰어난 소설 중 하나”라며 극찬했다.

문학과지성사. 737쪽. 1만8000원.

▲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 남진우 지음

남진우 시인이 2009년 ‘사랑의 어두운 저편’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시집. 4부로 나눠 68편의 산문시를 실었다.

한편마다 이야기를 품은 산문 형식의 시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서로 얽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듯하다. 남진우는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나들며 문장을 이어간다.

“당신의 손 위에서 책은 페이지마다 그토록 많은 암초들을 숨겨놓고 은밀히 당신의 시선이 수면 위를 스쳐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산호초-어느 항해의 기록’ 일부)

시인은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학동네. 168쪽. 1만원.

▲ 못의 사제, 김종철 시인 = 김재홍 지음

평론가 김재홍 백석대 석좌교수가 40년 넘게 벗으로 지낸 김종철(1947∼2014) 시인의 작품을 고찰한 평론집.

못을 통해 삶을 성찰하는 작품으로 한국 현대시에 족적을 남긴 김종철은 ‘못의 시인, 사제’로도 불렸다. 고인은 출판사 문학수첩과 시인수첩 발행인으로도 활동했다.

이번 책은 문학수첩이 발간하는 ‘김종철 시인의 작품세계’ 시리즈 첫 권이다. 문학수첩은 매년 김종철 시인 기일에 맞춰 한권씩 추가로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문학수첩. 240쪽. 1만3000원.

▲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세탁소 옆집 = 조윤민·김경민 지음.

평범한 직장인 여성 2명이 맥주 슈퍼를 차리게 되는 과정과 그곳에서 겪은 일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둘은 평일 오후 6시가 되면 회사를 나와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맥주 슈퍼인 ‘세탁소 옆집’으로 향한다. 진열장 가득히 독특한 라벨의 맥주들이 놓여 있고 반대쪽에는 디제잉 부스가 있다.

새로 들어온 맥주를 차곡차곡 정리하다 보면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이 들어와 냉장고에서 자연스럽게 맥주 한 병을 꺼내 직접 캐셔에 찍어 계산하고는 이런저런 근황을 나눈다. 금요일 저녁에는 가게에서 소수 인원만 모여 디제잉 연습을 하기로 했다.

두 저자는 직장이 다르지만 공동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친해졌고 자주 같이 술을 마시러 다니다 ‘이렇게 마실 바엔 가게를 차려도 되겠다’는 농담을 하다 그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수익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회사 일이 바쁠 때는 알바를 쓰고 체력 관리도 해가며 퇴근 후 시간을 관리해온 덕분에 그들의 사업은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었다.

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퇴사를 선택할 필요도, 자기 생활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아르테. 276쪽. 1만6000원.

▲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 우엉·부추·돌김 지음.

대학 선후배 사이인 부추(여)와 우엉(여), 길 위에서 만나 부부가 된 돌김(남)과 부추. 이들은 함께 살기로 결심하고 공동명의로 땅을 사 자신들만의 집을 지었다. 이들의 필명은 어느 날 함께 차린 저녁 밥상에 올라온 반찬에서 하나씩 따왔다.

한살림을 차리기까지 각자 5·13·30번 이사한 이들은 지긋지긋한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데 둘이 아닌 셋이 힘을 합치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꺼이 ‘대출공동체’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비 내리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강화도 땅을 덜컥 사면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설계부터 착공, 각종 인허가 절차 등 초보 건축주로서 겪어야 할 험난한 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남들보다 몇 배 더 많은 서류를 준비하고서도 주거 지원사업에서는 배제됐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며 차곡차곡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지금은 함께 지은 집을 ‘시점’이라는 이름의 책방이자 북스테이로 운영하며 강아지 2마리, 동네 고양이 5마리, 직접 심은 나무 6그루와 함께 알콩달콩 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기획하고 쓰는 자신들의 이야기 ‘요즘문고’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900km. 268쪽. 1만3500원.    

▲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 홍승은 지음.

제목 그대로 두 명의 남자(그중 하나는 성별 구분을 거부하는 젠더 퀴어이지만)와 폴리아모리, 즉 ‘비독점적 다자 사랑’ 관계를 맺은 여성이 자신들의 관계와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사랑이 왜 특정한 형태에 얽매여야 하느냐고 묻는다.

우주와 사귀던 저자는 어느 날 지민을 알게 되고 우주에게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묻는다. 우주와는 그 전부터 폴리아모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온 터였고 지민은 의사를 물어보자 즉시 “옳은 방향”이라는 답을 해왔다. 얼마 후부터 1주일 가운데 월화수는 포항의 지민과 목금토일은 춘천의 우주와 지내게 된다.

만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존재에 관해서는 알고 있던 두 남자와 관계를 이어가면서 ‘섹스에 관해 묻지 않기’ 등 나름대로 규칙을 세워 실행한다.

그리고 아예 셋이 한 지붕 아래에서 살게 된 지 벌써 3년 다 돼 간다.

그게 가능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N명의 사람만큼 N개의 사랑 방식이 존재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라고 대답한다.

낮은산. 336쪽. 1만5000원.

▲ 체스트넛 스트리트 =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아일랜드 인기 작가 메이브 빈치가 수십 년에 걸쳐 쓴 단편을 모은 소설집.

더블린의 가상의 거리 체스트넛 스트리트에서 살아가는 친근한 이웃들의 삶을 그린 단편 37편이 실렸다.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 소박하고 다정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른 채의 작은 집들이 모인 말발굽 형태의 체스트넛 스트리트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사랑과 우정 등 저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이 온기를 전한다.

‘비와 별이 내리는 밤’, ‘올해는 다른 크리스마스’, ‘타라 로드’ 등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는 2012년 72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남편인 아동문학 작가 고든 스넬이 저자의 소설을 모아 2014년 이 책을 펴냈다. 

문학동네. 544쪽. 1만6500원.

▲ 실패한 여름휴가 = 허희정 지음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허희정의 첫 소설집. 2018년과 2019년 문지문학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Stained’와 ‘실패한 여름휴가’ 등 7편을 수록했다.

‘실패한 여름휴가’에서 작가는 이성적 판단이나 논리적 인과로 설명하기 힘든 불안의 감각을 형상화한다.

SF, 판타지, 스릴러, 연애소설, 추리소설 등 여러 장르를 조합한 다채로운 소설은 불안이라는 장치로 연결되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문학과지성사. 208쪽. 1만3000원.

▲ 내가 말하고 있잖아 = 정용준 지음

열네 살 소년이 언어 교정원에 다니며 언어적,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은 정용준의 장편소설.

2009년 등단한 이후 황순원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문지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등을 받은 작가가 오랫동안 준비한 이야기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소년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외톨이 신세로 겉돈다. 자신을 깊이 미워하고 상처 준 사람들을 향한 복수를 다짐하던 소년은 엄마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교정원에 간다.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았던 소년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짓고 마음속에 길을 내며 세상과 연결되는 자신만의 문을 만들어 간다.

교정원이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조금씩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긍정하게 되는 소년의 성장기가 펼쳐진다.

민음사. 172쪽. 1만3000원.

▲ 미미상 = 권정현 지음

어느 날 갑자기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가 실연 후에 보이는 기이한 열정과 환상을 다룬 권정현의 신작 장편소설.

헤어진 여자친구 집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한 해골을 집으로 가져가 함께 지내다가 처음 자리로 돌려놓기까지의 과정에서 사랑과 죽음, 기억과 소멸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해골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화자는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다. 제목 미미상(美味傷)은 주점 이름으로, 화자에게 구원처럼 다가오는 공간이다.

작가는 2016년 단편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로 현진건문학상을, 2017년 장편 ‘칼과 혀’로 혼불문학상을 받았다.

나무옆의자. 172쪽. 1만1000원.

▲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 김민섭 외 지음, 북크루 기획

김민섭·김혼비·남궁인·문보영·오은·이은정·정지우 등 일곱 명의 에세이 연작집.

지난 3~5월 에세이 새벽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를 통해 매일 새벽 독자들에게 전달된 63편의 글을 모았다. 작가들은 서로 주제를 하나씩 던지며 매주 한 편의 에세이를 완성했다.

이들은 자신의 삶에 새겨져 있던 기억들을 꺼내 나눈다. 작은 기억에서 출발한 내밀한 이야기는 오래된 일기장처럼 솔직하다.

고양이를 구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순간부터 친구가 되기로 한 설레는 순간, 자신의 세상이 딱 캐리어 하나만큼 넓어졌던 순간까지 기쁨, 슬픔, 두려움과 그리움 등이 교차하는 추억이 되살아난다.

웅진지식하우스. 364쪽. 1만5000원.

▲ 야구소녀 = 변은비 지음, 최윤태 원작

최윤태 감독의 영화 ‘야구소녀’를 원작으로 창작한 소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한 변은비의 첫 번째 장편이다.

“여자는 야구선수가 될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서는 야구소녀 주수인의 도전과 성장을 그린다. 제한된 상영 시간 때문에 영화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담았다.

파랑새. 191쪽. 1만1500원.

▲ 머니랜드 = 올리버 벌로 지음, 박중서 옮김.

영국의 탐사 언론인이 파헤친 금융과 돈세탁의 은밀한 세계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슈퍼리치들이 부정하게 얻은 부를 은닉해 두는 가상의 나라를 ‘머니랜드’라고 명명하고 그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우크라이나 전직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자국에서 약탈한 자금의 경로를 추적하는 데서 시작된 취재는 전 세계로 확대되고 ‘부자와 권력자의 비밀을 숨겨 줌으로써 세계를 궁핍화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그에 따르면 머니랜드는 하나의 시스템이며 각국의 제도적 허점과 사법관할구역 간 차이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방법으로 유지된다.

머니랜드를 굴러가게 하는 핵심 산업은 ‘자산 숨기기’로,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방법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를 통해 소유권을 흐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런던의 할리 스트리트에 명목상의 회사를 두고 그 회사를 다시 리히텐슈타인, 맨섬, 미국 델라웨어주 케이맨제도, 라이베리아 등 역외 사법관할구역 소유로 등록하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 비밀주의로 정평이 난 스위스 은행의 비밀 계좌를 덧붙이거나 신탁이라는 법적 구조물을 이용해 재산을 양도하는 것과 같은 수법을 보태면 자산의 기원과 소유권을 숨기고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

저자는 “자유 질서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가난한 이민자들이 아니라 무책임한 돈이다. 역외 강도들은 세계를 약탈하고 있으며, 이런 약탈은 민주주의를 잠식하고, 불평등을 촉진하고, 우리가 차마 따라갈 수도 없는 머니랜드로 점점 더 커다란 양의 부를 빨아들인다”고 주장한다.

북트리거. 448쪽. 1만9800원.

▲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 트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작가이자 항해사, 탐험가인 저자는 우리 주변에 널린 자연의 신호와 단서들을 알아보는 법을 담은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으로 ‘자연 내비게이션’ 기술의 르네상스를 가져왔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에 내놓은 후속작은 물의 세계를 관찰하고 탐구한 결과를 담았다. 연못, 강, 호수, 바다 등 물의 영역부터 물 튀김, 밤의 물, 해류와 조수, 파도, 해안 등에 이르기까지 18가지 주제를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지구과학, 해양학을 망라하는 광범위한 지식을 동원해 설명한다.

그리고 물과 교유하는 별과 바람, 동식물에 관해서도 다양한 지식을 펼쳐놓는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만나는 새들은 그곳이 육지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제비갈매기가 보인다는 것은 곧 육지가 나타난다는 뜻이며 군함새의 출현은 육지에서 최대 110㎞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이밖에 잔물과 너울, 파도의 차이, 홍수 표지가 되는 식물들, 수맥 찾는 법, 가재가 있는 곳에 홍수가 나지 않는 이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 증거 등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물과 그 주변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케이북. 464쪽. 1만9800원.

▲ 독일 출판을 말하다 = 신종락 지음.

세계 출판 시장의 불황에도 큰 굴곡 없이 일정한 매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독일 출판계의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 출판산업에 도움이 될 시사점을 찾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디어 캠퍼스(전 출판서적상업학교)에서 출판사, 서점, 그리고 출판유통을 공부한 저자는 독일 출판계의 특징으로 우선 협업과 상생의 원칙이 잘 지켜진다는 점을 든다. 출판사, 출판유통회사, 서점 업계 대표들이 독일출판서적상업협회를 중심으로 현안에 관해 논의하고 협조하는 체계가 자리잡혀 있다.

또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인터넷 영업을 하는 초대형 서점뿐 아니라 중소형 서점도 출판유통회사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서점을 운영하는 등 미래에 대비한 인프라가 마련돼 있고 6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출판서적상업협회가 주관 ‘책 읽기 대회’와 같이 미래의 독자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저자는 특히 출판사, 유통회사, 그리고 서점이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서로 간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관행이 출판계 전반의 안정적인 경영을 보장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출판사가 수익이 창출된다면 학교나 도서관 등에 직접 납품을 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독일에서는 도매상과 서점이 공존할 수 있도록 출판사는 최종 소비자와는 직접 거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저자는 “(한국에서는) 출판사, 출판유통회사, 그리고 서점들이 룰과 유통질서를 무시하고 나 혼자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에 결국은 출판 업계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인터파크송인서적 사태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꼬집는다.

산과글. 228쪽. 2만원.

▲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 = 조애나 러스 지음, 나현영 옮김

페미니스트 공상과학소설(SF) 작가이자 비평가 조애나 러스의 SF 비평집.

현대 문명과 페미니즘, 여성의 글쓰기와 같은 주제를 SF 장르를 통해 사유한 저자의 대표적인 글을 모았다.

페미니즘 SF 비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러스는 작가 개인이나 SF 전반의 성차별주의적 경향을 비판했다. 그는 SF 장르에 만연한 각종 차별과 배제, 젠더 고정관념, 여성 목소리를 억압하는 남성 신화에 분노하고 저항한다.

뉴욕타임스는 2011년 부고 기사에서 러스를 “SF의 가장 낯선 외계 생명체, 즉 여성에게 SF를 전달해 준 작가”라고 했다. 

포도밭출판사. 420쪽. 2만원.

▲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 = 매기 오파렐 지음, 이상아 옮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아일랜드 작가 매기 오파렐의 장편. 영국에서 2013년 출간돼 코스타 북어워드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설은 1976년 7월 15일부터 나흘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역대 최고의 폭염이 런던을 덮친 그때, 어느 가족에게 사건이 벌어진다. 최근 은퇴한 로버트가 신문을 사러 나갔다가 사라지고, 남편의 실종에 당황한 아내는 집을 떠나 사는 세 자녀에게 연락한다.

오랜만에 고향 집에 모인 세 남매가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어머니만 간직하고 있던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다. 오래 떨어져 지낸 가족은 조금씩 오해를 풀고 온전한 가족의 모습을 회복해간다. 김상은 옮김.

문학과지성사. 436쪽. 1만6000원.

▲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 = 김정후 지음.

가장 먼저 산업화를 이룬 만큼 시대에 뒤떨어진 ‘애물단지’를 많이 안고 있던 영국 런던이 도시재생을 통해 면모를 일신한 과정을 살펴본다. 런던의 도시재생은 도시사회학자이자 건축가인 저자의 영국 런던정경대학 박사학위 연구주제이기도 하다.

런던은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쇠퇴하고 낙후한 시설과 지역을 개선하고 템스강을 경계로 한 남북의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1950년대부터 일련의 도시재생사업에 착수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템스강변의 경관을 해치는 골칫덩어리가 된 ‘사우스 뱅크’ 지역, 오랫동안 방치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 런던에서 가장 추한 지하철이라는 오명을 얻은 ‘런던브리지역’ 등 템스강 남쪽 낙후지역의 재생 과정을 알아보고 이 지역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거듭났는지를 돌아본다.

런던이 남북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펼친 도시재생사업의 기준은 ‘공공공간’, ‘보행 중심’, 그리고 ‘시민’이었다. 템스강 북쪽의 가장 부유한 지구와 남쪽의 가장 가난한 지구를 ‘밀레니엄 브리지’로 연결함으로써 세인트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을 하나의 도보 권역으로 묶고, 세인트폴 대성당 뒤편의 파터노스터 광장도 역사적 맥락과 조화를 이루며 열린 공공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또 195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건축 사조인 브루털리즘과 그에 대한 비판에 맞선 주상복합 ‘브런즈윅 센터’는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발전이 더 기대되는 ‘킹스 크로스’는 영국 도시재생이 지향하는 바를 가장 잘 함축하는 프로젝트로 영국다운 도시재생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런던의 도시재생은 현재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점’에 불과했던 파괴된 건축물의 복원은 런던의 동서남북으로 뻗어 나가는 하나의 ‘선’이 되고 런던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하나의 도보 권역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런던의 도시재생이 모든 도시가 따라야 할 해답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험했으며 반성하고 실천한 런던의 경험은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고 강조한다.

21세기북스. 260쪽. 1만9800원.

▲ 마음의 오류들 =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학습과 기억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200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뇌과학자가 그동안 마음의 문제로만 취급되던 자폐증, 우울증, 양극성 장애, 조현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사실은 고장 난 뇌와 관련이 있다고 밝힌다.

컴퓨터가 입력값을 디지털 언어로 변환해 처리하는 것처럼 우리 뇌는 신경전달물질을 디지털적으로 주고받으며 자극을 처리한다. 디지털 코드가 어떤 전기회로를 따라 전달되는지에 따라 컴퓨터 출력값이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 뇌에 있는 수천억 개의 신경세포가 보내는 전기신호도 신경 경로에 따라 기억, 감정, 의식으로 달라진다.

저자는 고장 난 뇌를 들여다봄으로써 이 과정을 알아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컴퓨터 부품이 고장 났을 때 그 부품의 기능이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예를 들어 베르니케 영역이라는 뇌 부위가 손상되면 언어 이해에 결함이 생기고 이마앞겉질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도덕적 판단력이 상실되며 뇌의 보상체계에 활성이 줄어들면 중독에 취약해진다.

다시 말해 모든 정신 질환에는 그에 대응하는 뇌의 장애가 있고 인지, 기억, 사회적 상호작용, 창의성 등 우리의 모든 정신 과정에는 그에 대응하는 뇌의 기능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다만 의식에 관해서는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그는 “뇌의 장애들로부터 우리가 의식에 관해 알아낸 것은 대부분 의식적 과정들과 무의식적 과정들의 상호작용에 해당한다. 의식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궁극적으로 이해하는 단계에서 이런 상호작용은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RHK. 400쪽. 2만4000원.

▲ 가짜뉴스 경제학 = 노혜령 지음.

신문 기자, 미디어 스타트업 경영자, 대기업 마케팅 임원 등으로 미디어 산업의 민낯을 안팎에서 경험해온 저자가 오늘날 미디어 기업들이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내몰린 이유를 탐색한다.

저자는 우리가 당연히 믿고 있는 저널리즘의 객관성과 전문성은 뉴스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형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신화일 뿐이며, 대량생산 체제에서 지식경제 체제의 변화로 나타난 대중의 소멸과 플랫폼 경제의 등장으로 200여년간 지속해오던 뉴스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뉴스 콘텐츠에 덧씌워진 저널리즘의 신화를 벗겨내고 모든 것을 가짜뉴스 탓으로 돌리려는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 지식경제 산업의 하나로서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구체적인 뉴스 비즈니스의 대안은 디지털 퍼스트 전환으로 매출 하락세를 저지하는 데 성공한 뉴욕타임스의 구독 중심 모델, 노르웨이 십스테드 미디어 그룹과 같은 디지털 사업 다각화 모델, 버즈 피드처럼 태생부터 디지털 미디어를 전제로 한 디지털 네이티브 뉴스 기업 모델 등이다.

저자는 “우리에겐 여전히 유능과 신뢰를 겸비한 저널리즘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부수는 광고를 의미하고 광고는 돈을 의미하며 돈은 독립성을 의미한다’는 ‘퓰리처의 등식’을 ‘뉴스 독자는 데이터를 의미하고 데이터는 수익 모델 혁신의 기반이며 수익모델 혁신 성공은 독립성을 의미한다’는 말로 대체하고 싶다”고 썼다.

워크라이프. 318쪽. 1만8000원.

▲ 중국현대철학사론: 획득과 상실의 역사 = 이규성 지음.

1911년 신해혁명 이후 약 100년간 중국 주요 사상가들의 철학적 주제를 다뤘다.

중국현대철학은 서구 자본주의와의 교류를 통해 형성됐다. 중국 사상가들은 서양을 만나면서 중국의 전통철학을 처음으로 대상화하고, 반성하고 평가했다.

책에 따르면 현대 중국에서는 네 가지의 큰 철학적 흐름이 형성됐다.

중국 최초 마르크스주의자 천두슈(陳獨秀)와 마오쩌둥(毛澤東)은 기존 사회 위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사상가 량수밍(梁漱溟) 등은 전통문화를 재해석해 문화적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또 ‘논리적 이성주의 철학’을 주장한 철학자 펑유란(馮友蘭) 등은 전통철학이 결여한 지식론과 형식논리학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철학자 장시잉(張世英)은 사회·자신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내적 자유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은 이들 사상가의 사고를 주요 문제에 대한 해결방식을 통해 살펴보고, 각각의 특징과 의미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1136쪽. 5만4000원.

▲ 아르키메데스 코덱스 = 레비엘 넷츠·윌리엄 노엘 지음. 류희찬 옮김.

고대 그리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의 고서를 복원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책은 1998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중세 기도서 양피지가 200만 달러에 팔리면서 시작한다. 양피지는 불에 그을리고 곰팡이로 뒤덮여 글을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13세기 기독교 기도문 아래에는 아르키메데스가 쓴 글이 담겨 있었다. 바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르키메데스의 논문이었다. 그 속에는 그의 가장 유명한 논문인 ‘부체에 대하여’를 비롯해 ‘방법’, ‘스토마키온’이 수록돼 있었다.

책은 아르키메데스의 이 논문집이 수 세기 동안 어떻게 보관됐고, 어떻게 다시 등장하게 됐는지를 소개한다. 또 첨단 공학을 통해 디지털 전자책으로 복원하는 과정을 기술한다.

승산. 456쪽. 2만5000원.

▲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 안세홍 지음.

일본군 성노예 실태를 알려온 저자가 지난 25년간 만난 아시아 성노예 피해 여성 21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 4명, 중국 4명, 인도네시아 5명, 필리핀 4명, 동티모르 4명 등이며 이 가운데 8명이 인터뷰 후 세상을 떠났다.

저자가 만난 이들은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혹은 시장을 가다가 일본 군인들에게 성폭행당한 뒤 위안소로 끌려갔다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 시켜 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성노예가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하루 최소 3명에서 최대 20명의 군인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땅굴을 파고 빨래를 하며 밥을 하는 생활을 해야 했고 때로는 춤을 추고 민요를 부르며 ‘광대’ 노릇까지 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들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결혼을 못 하거나 하더라도 불임의 몸이 돼 자식 없이 홀로 노년을 맞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아직 생존한 경우에도 대개 병마와 싸우며 거동조차 불편한 이들은 자신의 기록이 남겨져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1996년부터 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필리핀, 중국 등 아시아의 성노예 피해 여성 140여명을 만나 그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한국, 미국, 독일 등에서 50차례 이상 사진전을 열었고 2012년 일본 도쿄 니콘살롱에서 개최한 사진전이 니콘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글항아리. 304쪽. 1만9000원.

▲ 엄마는 너를 기다리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어 = 잔드라 슐츠 지음, 손희주 옮김

독일에서 촉망받는 저널리스트가 다운증후군 아이를 배고 출산하며 겪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면서 독일 사회가 장애 문제에 얼마나 열려 있는지를 묻는다.

저자는 임신 13주 차에 시행했던 혈액검사에서 태아에게 ‘21번 세염색체증’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많은 사람이 중절을 권유했고 의사는 장애아를 가진 부모의 80%는 각자 다른 길을 간다며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지만, 저자는 33㎜짜리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보며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장애아를 키워야 한다는 현실에 눈을 뜨자, 저자는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고 장애인이 한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예상했던 대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장애를 지닌 딸을 키우고 있는 저자는 다른 여성들도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생각은 없다.

다만 “엄마가 될 여성이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겠다고 결정한다면, 이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사회를 믿고 의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사회에서 없애는 대신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일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다.

생각정원. 304쪽. 1만6000원.

▲ 소녀 연예인 이보나 = 한정현 지음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첫 장편 ‘줄리아나 도쿄’로 민음사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한정현의 첫 소설집. 느슨한 연작 형태로 읽어도 무리가 없는 소설 8편이 이어진다.

작가는 이상하다고 불린 사람들, 이상하다고 역사 속에서 지워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성애자와 트렌스젠더, 이성의 옷을 입는 크로스드레서 등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은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한 소설 등장인물이 다른 작품에 나오기도 한다. 어떤 이름은 퍼즐 조각처럼 끼워지지만, 어떤 이름은 들어맞지 않는다. 이들이 살아가는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듯하다.

민음사. 356쪽. 1만3000원.

▲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 박현주 지음

소설가이자 전문번역가인 박현주의 에세이집. 진정한 자립 의지를 다지며 운전을 결심한 작가의 우여곡절 속에 삶과 관계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다.

운전의 많은 부분이 인간 삶을 은유하듯 닮은 꼴이 많다. 면허를 따기 위해 실패와 연습을 반복하며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의 시행착오를 떠올린다. 차를 고르면서는 결혼과 파트너에 대해 생각한다. 도로에서는 날씨, 교통체증, 주차, 사고 등 길을 가로막는 것들을 헤치고 제대로 내 갈 길을 찾는 법을 깨닫는다. 자전적인 운전과 인생 이야기 속에 책,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주제를 곁들였다.

작가는 소설 ‘나의 오컬트한 일상’ 연작 등을 썼으며, 2018년 ‘하우스프라우’로 유영번역상을 받았다.

라이킷. 248쪽. 1만3000원.

▲ 장 선생, 1983년 9월 원주역 = 원재길 지음

평생 민주화운동과 생명운동에 헌신한 무위당 장일순(1928~1994)을 모델로 삼은 장편소설. 장편 ‘궁예 이야기’, 소설집 ‘달밤에 몰래 만나다’ 등의 작가 원재길이 썼다.

작가는 장일순의 생애가 아니라 그가 평생 머릿속에 담고 지내며 행동으로 옮긴 생각을 소설에 담았다. 창작한 등장인물과 사건으로 장일순이 살았던 세상, 그가 꿈꾼 세상, 그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삶의 가치를 추적한다.

장일순은 서예가, 교육자, 사회사업가, 생명운동가로 1980년대에는 도농직거래장터 한살림을 만드는 등 말년까지 생명운동에 전념했다.

단강. 236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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