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오백리길 : 백골산성낭만길] 물길따라 느릿느릿, 초록반도에 안기다
  • 조길상 기자
  • 승인 2020.07.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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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축골에서 바라본 대청호
방축골에서 바라본 대청호. 모래톱 위로 버드나무와 돌탑이 보인다.

 

[금강일보 조길상 기자] 2020년 한 해가 어느덧 절반이 지나고 맞이한 7월. 코로나19로 사회전반에 먹구름이 가득한 요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대청호오백리길을 찾았다. 최근의 사회 분위기처럼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이지만 ‘한여름 뜨거운 햇살’이 보이지 않는 걸 좋은 점으로 생각하며 여정에 나선다.
오늘의 목적지는 대청호오백리길 5구간, 백골산성낭만길이다. 봄이면 벚꽃이, 여름이면 신록의 터널을, 가을이면 은빛의 갈대와 억새 향연을 만날 수 있는 이 곳, 백골산성낭만길. 걸음의 시작은 ‘흥진마을 갈대밭 추억길’부터다. 흥진마을 갈대&억새숲길은 대청호 수변을 끼고 갈대, 억새숲길을 지나 돌아오는 약 3.1㎞의 둘레길이다. 이 길 양 옆으로는 풍성하게 자라난 갈대와 억새가 자라나 있어 걷다보면 마치 무릉도원의 한가운데에 와 있는 착각을 느낄 정도다. 특히 길을 걷다보면 대청호에 비치는 하늘빛과 저녁 노을빛의 풍경은 낭만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를 만큼 절경을 이루고 있으며 산책하기 좋게 잘 다듬어진 숲길은 가족 소풍코스는 물론 연인 데이트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과거의 풍성했던 갈대·억새숲이 마치 이발을 한 것마냥 뭉텅이로 잘려나갔다는 거다. 올 가을 대청호를 넘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며 은빛의 장관은 여전히 볼 수 있겠지만 과거의 위용과 비교하자면 그 덩치가 사뭇 줄어들었다.

 

억새물결 파도치는 흥진마을서 시작
산도 호수도 초록 … 짙어가는 여름
백제의 통곡 서린 백골산에 오르면
초록 물든 섬들의 파노라마 펼쳐져
떠오르는 명소 방축골 또다른 감동

 

흥진마을 갈대숲길
흥진마을 갈대숲길
오동선벚꽃길
오동선벚꽃길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면 시골내음 가득한 흙길이 나온다. 오락가락 하는 비에 곳곳이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지만 오히려 푹신한 감을 더해줘 걷기는 한결 수월하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높이 솟은 산과 그 밑의 대청호, 물 위를 가로지르는 조그마한 고깃배 한 척이 눈에 들어온다. 그 광경은 마치 한국의 정취를 가득담은 수묵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잠시간의 감상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바깥아감에 도착하니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이라는 조형물과 그 뒤로 펼쳐진 녹음으로 가득한 오동선 벚꽃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하얀 벚꽃잎이 가득한 봄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여름의 이곳 또한 나름의 매력을 뽐낸다. 도로를 감싸듯 자리 잡은 벚나무는 머리 위의 뜨거운 햇님을 가려주는 천연 차양막 역할을 해 데크를 따라 걷기 편하게 해준다. 최근엔 데크길 중간 중간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거나 사진 찍기 좋은 곳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전보다 많은 즐길거리가 생겼다.

 

 

드론으로 촬영한 방축골
드론으로 촬영한 방축골
대청호 조성으로 수몰된 고향마을을 기리는 신촌리애향탑
대청호 조성으로 수몰된 고향마을을 기리는 신촌리애향탑

 

 

쉬엄쉬엄 걷다보니 어느새 방축골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돌담길을 따라 걷는, 내리막과 오르막이 번갈아가며 나오는 조용한 시골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방축골에는 이름값이 제법 나가는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다. 주변 경관이야 말하면 입 아픈 수준이고 손맛이 더해지다 보니 가게 이름이 고유명사처럼 불리는 지경이다. 이날도 코로나19를 피해, 혹은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또는 자연을 벗 삼아 휴식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도 북적였다. 잠시 앉아 목을 축이며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한다.
충분한 몸과 마음의 휴식 후 백골산성낭만길의 마지막을 향해 걷는다. 방축골을 나와 다시 오동선 벚꽃길 위에 선다. 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면 대청호 조성으로 인해 수몰된 고향 마을을 기리는 ‘신촌리애향탑’이 나온다. 이 탑의 ‘기쁨과 슬픔을 내일같이 나누던 이웃사촌들, 뿔뿔이 흩어져 이제는 소식조차 알기 어렵게 됐고, 타지에서 살다보니 그리운 것은 고향의 향수뿐이기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이 탑을 세운다’라는 글귀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들의 희생으로 현재의 우리가 편리한 삶을 살아감에 감사함을 마음에 담으며 걸음을 마무리한다.

글·사진=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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