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먼저 가려고 다투지도 않고
처져 온다고 화도 안 낸다.
앞서 간다고 뽐내지도 않고
뒤에 간다고 애탈 것도 없다.
탈 없이 먼 길을 가자면
서둘면 안 되는 걸 안다.

낯선 물이 끼어들면
싫다 않고 받아 준다.
패랭이꽃도 만나고
밤꽃 향기도 만난다.
새들의 노래가 꾀어도
한눈팔지 않고 간다.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은 흐르면서 서로 먼저 가려고 다투지 않습니다. 또 뒤에 더디게 온다고 버럭 소리 질러 화를 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기 쉬워도 그것처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노장철학에 물의 속성을 일러 처약부쟁(處弱不爭)이라 했지요. 언제나 물은 앞서 낮은 곳으로 자리하며 서로 다투지 않는데. 강이 서둘지 않고 묵묵히 길을 열며 나아가는 것은. 바로 그 여유 속에 새로운 물길 더 크게 트이기 때문이지요. 이렇듯이 금강은 참으로 지혜롭습니다.

그러니 물에게 배워야 하겠습니다. 강에서 배우라고 해야겠지요. 강은 굽이를 돌면 더 크게 감싸 안는 마음으로. 그러다가 낯선 물이 끼어들면 언제나 넉넉한 품을 내어 품어주지요. 주변에 피어나는 가지각색 자연들도 한껏 껴안지요. 그러나 패랭이꽃 향기와 물새들의 노래에 절대로 한눈팔지 않습니다. 오늘도 금강은 그렇게 일편단심 깊이 흐르며 모든 것을 시작해 다시 열고 나아갑니다. 그러기에 금강이 남겨온 발자국은 새겨져 역사를 이루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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