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인강만 듣고 1학기 종강
“모든 면에서 수업 미흡” 한목소리
학습자 중심 수업모델 구축 시급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2020학년도 1학기를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보낸 대학가의 막바지 기말고사가 한창인 가운데 벌써부터 2학기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쉬 예측하기 힘든 감염병 추이가 물론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로 인해 이뤄진 교육현장의 원격수업을 바라보는 내부 시각차가 꽤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공간에서 새 학기를 시작한 대학가의 종강이 다가왔다. 감염병 확산이 주춤하면서 대학가에서 잠시나마 대면수업 재개 움직임이 일기도 했으나 좀처럼 식지 않는 감염병 기세는 학생들의 캠퍼스 귀환을 허락하지 않았다. 1학기를 마무리하면서 강의를 준비한 교수나 학업에 몰두한 학생들이 대학교육의 본질적 의미를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성균관대학교 교육과미래연구소가 전국 39개 대학생 2만 205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의 질과 내용을 평가하도록 하고 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기주도 학습, 팀 프로젝트 수업, 교수와 학생 간 소통 등 전반에 걸쳐 원격수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주도 학습은 60점 만점에 33점으로 지난 2019학년도 1학기(36점)보다 3점 떨어졌고 팀 프로젝트 수업 등이 이뤄지는 협동학습에선 지난해 1학기(36점)에 비해 11점 떨어진 24점으로 평가됐다.

이와 함께 교수-학생 상호작용 분야에서도 22점을 기록한 2019학년도 1학기와 달리 올 1학기 14점에 그쳐 쌍방향 소통이 어려운 원격수업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전 A 대학 4학년 한 모 씨는 “개인적으로는 걱정한 것과 달리 큰 탈 없이 원격수업에 잘 적응은 했지만 대면수업에 비해 많은 걸 얻었다곤 할 수 없는 건 사실”이라며 “이제 한 학기 남았는데 여기저기서 차라리 2학기는 휴학하는 게 낫다고들 해 고민이 많다”고 푸념했다.

원격수업으로 학기 전체를 처음 보낸 교수들도 지금의 상황을 꽤나 난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학기는 어떻게든 마무리하겠지만 곧 다가올 2학기를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하다.

황지현 대덕대 인테리어디자인과 교수는 “아무래도 담당 과목이 실습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원격수업으로는 이론 강의를 하고 제한적으로나마 대면수업이 재개됐을 때 실습을 집중적으로 해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이참에 1학기 원격수업의 문제들을 종합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의사소통도 그렇고 학생들이 수업의 내용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학습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웠다”며 “2학기에도 원격수업이 불가피하다면 지금이라도 어떤 유형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지 토론해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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