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맞고 있는데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 등 편향 지적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국무회의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 3건’에 대한 심의·의결을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보다는 ‘국격’을 위한 결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충청권 중소기업은 반발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집회·시위를 통해 압박해온 사안이나 경영계는 노사관계 불균형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것을 근거로 국격과 경제·통상의 국익을 위한 중대 사안이라며 7일 국무회의를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안을 심의·의결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ILO에 가입했으나 기본적인 국제 노동 기준을 담은 8개 핵심협약 중 138·182호(아동노동 금지), 100·11호(균등대우보장)를 비준한 반면 나머지 4개는 비준하지 못 했다. 이에 정부는 국무회의서 105호(강제노동 금지)를 제외한 28호(강제노동 금지), 87호(노동단체 설립과 가입·활동 자유, 98호(노사의 자유로운 교섭 보장과 노조 불이익 금지)를 통과시켰다.

이 같은 결정을 재계에선 ▲해고자와 실업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 규정 삭제 ▲공무원의 노조 가입 제한 폐지 등 노조 3법 개정을 위한 초석으로 보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와 더불어 노조 3법 역시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서 의결한 뒤 30일 국회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즉각 성명을 통해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만약 해고자·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과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이 허용된다면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고 있는 충청권 중소기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대전 한 정밀가공업체 관계자는 “미국·일본·독일 등 산업선진국은 부당노동행위 시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으나 한국은 노조의 권한이 훨씬 높은 데 있다. 문제가 있어 내보낸 해고자와 실업자에게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까지 지급하라는 건 노조의 군림을 돕겠다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충남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도 “노조의 부당한 활동으로 적자가 나더라도 사용자는 위기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국격과 국제통상 이득도 중요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있어야 수출도 하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 3법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특히 충청권 경제를 이끄는 충남 자동차산업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덕대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지난해까지 자동차산업은 노조 강성을 딛고 유럽시장을 개척하며 간신히 버텨왔다. 그런데 계속해서 노조에 편향된 힘을 부여하면 근무 근로자의 이익 대변보다는 정치 노조에 집중돼 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복수노조로 인한 노노 간 갈등도 많아질 수 있다. 또 그로 인한 생산 차질은 자본력이 낮은 지역의 중소기업에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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