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인협회 수석부회장

 

2019~2021년은 대전방문의 해다. 2020년 대전시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테미오래는 전국유일의 일제강점기 행정관사촌 ‘관사, 그 흔적을 찾아보다’라는 주제로 옛 충청남도 관사의 역사와 건축적 특징을 기록 사료를 바탕으로 근대 관사(官舍) 건축 양상을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활용해 찾는 이들을 위한 전시를 하고 있다.

거기 더해 도지사공관 옆 1호 관사(역사의 집)에서는 ‘눈물과 정한’의 시인 박용래 대전문학기록 아카이브 '숨은 꽃처럼 살아라'라는 제하에 특별전을 하고 있어 코로나19가 극심한 요즈음 시민들이 원도심에서 조용히 산책하고 힐링할 겸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기록으로 보면 대흥동은 마한 때 신흔국에 속했으며 백제 때는 노사지현, 신라 때는 비풍군의 영현인 유성현이었고, 고려 때는 공주부에 속했었다. 조선 초에 유성현 폐현에 따라 공주군에 속해서 산내면 관할이었으며, 조선 말 고종 32년(1895)엔 회덕군에 편입됐다가 지난 1914년 행정구역 개혁 때 동산마루 부처댕이와 테미를 병합해 대흥리라 하고 대전군에 편입됐다. 1931년 대전읍제(大田邑制) 실시에 따라 대전읍에 편입돼 대흥정이라 했으며 1946년 일본식 명칭 변경에 따라 대흥동으로 고치고 1949년 대전시가 시로 승격될 때 대흥 1·2·3동으로 나뉘어져서 그후 대전시 중구에 속하게 됐다.

역사는 흐른다. 1932년 10월 1일 낮 12시 청명한 가을 날씨에 당시로서는 웅장한 건축물로 된 충남도청 이청식이 있었다. 도지사 공관을 비롯한 관사도 함께 준공된 것은 물론이다. 이 날 각급 학교에서는 학예회가 열리고 시민 체육대회가 제1보통학교(現 삼성초등학교)에서 열렸으며 밤에는 유성 봉명관에서 성대한 축하연회가 베풀어졌다.

대전은 개시(開市) 후 38년 만에 맞는 최대의 경사였기에 축제는 사흘 동안 연이어 계속됐다. 이에 부응해 여타의 다른 공공기관과 유관단체도 속속 공주에서 대전으로 나오게 됐다. 허허벌판에 버드나무만 휘휘 늘어진 대전천만이 한가롭게 흐르던 ‘한밭’ 땅은 드디어 심호흡을 하고 새로운 충청권 제일 도시로의 도약을 마련하는 계기를 마련해 충남의 행정과 경제를 거머쥔 수읍(首邑)으로 일약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백제 근초고왕이 말 달리던 유서 깊은 테미 대흥동에는 관사촌이 있다.

현재는 ‘테미오래’라는 이름으로 근대문화유산 지정과 활용, 원도심 융·복합형 문화공간으로의 역할 탈바꿈 확충 등으로 조용하지만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도심 구역으로 단장돼 있다. 낯설지 않고 정겨운 테미오래는 둥그렇게 테를 둘러쌓은 작은 산성 ‘테미’와 ‘동네의 골목 안 몇 집이 이웃해 있다.’는 순우리말 ‘오래’를 합한 신조어다.

관사촌은 지사관사(知事官舍) 1채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4채, 서쪽으로 2채의 주임관사(奏任官舍)를 짓고 이후 1960~1970년대 서쪽으로 4개의 관사를 추가로 건립했다. 그러나 동쪽 1개의 관사는 소실돼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현재는 지사관사(知事官舍) 1채를 포함해 10개에 이르는 일제강점기 관사촌은 전국에서 대전만이 유일하다. 충남도지사 공관 및 4채 관사(제1호·제2호·제5호·제6호)는 비교적 건립 당시 근대 건축물의 형태와 특징들이 온전하게 남아 있고 역사적 사료의 가치를 인정받아 시 문화재 자료 제49호 및 등록 문화재 제101호로 지정됐다.

애환도 많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대전은 6월 27일부터 7월 16일까지 대한민국 임시수도 역할을 하고 충남도청은 임시정부청사로, 충남 관사는 이승만 대통령이 7월 1일까지 임시 경무대로 사용했다. 충남지사관사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6·27 특별방송 ‘서울에서 동요 말고 생업에 종사하라’를 녹음, 라디오 기만방송을 했으며, 당시 상황을 봤을 때 국민보도연맹과 형무소 재소자 민간이 학살에 대한 논의도 이 장소에서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충청남도 관사촌은 굴곡 많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 중요한 역사적인 현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2년 말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관사촌 사람들은 떠났지만 일부 건물은 옛 흔적과 역사를 간직한 채 현재도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며 새로운 원도심의 도약과 발전을 꿈꾸고 있다.
▶참고문헌 및 자료 新舊對照朝鮮全道府郡面里洞名稱一覽: 1917, 朝鮮京城府中央市場 발행 한밭 勝覽: 1972. 변평섭, 호서문화사 발행

여기가 大田이다: 1984. 최문휘, 충청남도향토문화연구소 발행(pp141~144), 公州의 脈: 1992, 공주문화원, 테미오래: ‘관사 - 그 흔적을 찾아보다’, ‘숨은 꽃처럼 살아라(시인 박용래 대전문학기록 아카이브 특별전’ 팸플릿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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