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법 개정안 20대 국회서 폐기
일부 경찰, 여전히 도입 반대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자치경찰제가 부지하세월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전면 시행 시기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경찰법 개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폐기, 훗날을 도모해야 하는데다 경찰 일부선 여전히 도입을 반대하는 등 좀처럼 분위기가 숙성되지 않고 있다.

자치경찰은 성폭력 등 여성·청소년 범죄 수사, 교통사고 조사·단속 등을 맡게 되며 2개 이상 시·도에 걸쳐 벌어진 광역범죄나 경제범죄 수사, 정보·보안·외사업무 등은 지금처럼 국가경찰이 맡아 지역주민에게 세심하고 친근한 높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자치경찰제는 이 같은 분업에 근간을 두고 있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난 2018년 4월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여부와 관계 없이 자치경찰제를 올해 전면 시행키로 하고 서울·세종·제주 등을 시범 지역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자치경찰제를 시범 운영 중인 세종경찰은 제대로 안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세종 한 경찰 관계자는 “시범 운영을 하고 있지만 이에 맞는 규칙과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애매하다”며 “자치경찰제 시행의 골격인 경찰법 개정안이 지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21대 국회조차 상임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자치경찰제 도입·국가수사본부 설치·정보경찰 개혁 등을 위한 관련법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 내부에서 여전히 자치경찰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지난 20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우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국 경찰공무원 8600여 명 대상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6.8%(7488명)이 반대했을 정도다. 대전은 조사 대상 126명 중 112명이, 세종은 40명 중 35명이 ‘반대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은 “자치경찰로 전환될 확률이 높은 지구대, 파출소 등에서 근무하게 될 경찰들의 반대가 심할 것 같다. 자치경찰제로 전환될 경우 임금, 근무 환경 등에서 차이가 날 수 있는 데다 광역 치안상황에 대처하는 일이 어렵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국가직 전환으로 장비, 임금 등을 갖춘 소방직과 달리 경찰은 부족한 부분이 많고 지방 간의 재정수준에 따라 격차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국가공무원에서 지방공무원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이 있다. 한마디로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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