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마스크제도 폐지 첫 날
사재기·대량 구매 등 안 보여
공급안정에도 값은 요지부동

[금강일보 신성룡 기자] <속보>=12일부터 공적마스크 제도가 폐지됐다. 이날 대전 서구의 한 약국 거리에는 손님 하나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물량 공급 안정화에 따라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몰리면서 생기는 긴 줄은 이젠 보기가 힘들어진 거다. 불과 몇 달 새 바뀐 광경이다. 약국에서는 몇 개까지 구입할 수 있냐는 물음에 원하는 만큼 구입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본보 8일자 4면 등 보도>

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 모(42) 씨는 “구매제한이 풀렸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마스크 사재기를 한다든지 대량 구매를 하는 손님을 보지 못했다”며 “약국에도 KF80, KF94 모두 재고가 충분한 상황이다. 게다가 오시는 소님들도 다들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과정에서 손님들과 힘들었고 마진도 남지 않았지만 보람을 함께 느꼈던 상황이 끝나서 시원섭섭하다”며 “온갖 시행착오 속에 약사들이 고생했다. 앞으론 대처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회했다.

마스크 구매가 편의점, 온라인 등 다양한 판매처에서 자유롭게 이뤄지는 시장공급체계로 전환되면서 보건용 마스크를 장소와 수량 제한 없이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여름철 수요가 크게 증가한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시장공급체계로 공급되지만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수술용 마스크는 공적공급체계가 유지된다. 코로나19 확산 전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200만~300만 장에 불과했지만 이달 들어 최대 2000만 장까지 늘었다.

공적마스크 제도 폐지로 시민 누구나 쉽게 마스크를 살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마스크 가격은 1장 당 1500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충분한 재고 상황에도 여전히 가격이 부담스러워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상당수 업체들이 조달청과 ‘울며 겨자먹기식’ 계약을 했던 만큼 시장공급체제에선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전 중구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주부 이 모(38) 씨는 “하루에 한 장씩 쓴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하루 6000원. 일주일에 4만 2000원 정도 비용이 든다”며 “코로나19 이전 KF94 마스크는 개당 800원가량이었다. 코로나 이전으로 낮춰지긴 힘들더라도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가격이 낮아지는 게 상식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적마스크 제도 종료를 앞두고 기획재정부·조달청 등 관계부처와 마스크 가격 인하 문제를 논의했지만 인하를 결정하진 않았다. 품질과 인지도 등이 낮은 마스크는 온라인에서 저가로 유통되는 등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시장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이미 가격왜곡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비말차단 마스크의 경우 KF94·80에 비해 숨쉬기가 용이한 점 때문에 아동용 수요가 많아 아동용 마스크 가격이 올라가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마스크 가격, 품절률, 일일 생산량 등 시장 동향을 주시하면서 마스크 대란 재발 시 구매 수량 제한 또는 요일제 등의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생산량 확대·수출량 제한 및 금지·정부 비축물량 투입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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