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백신·치료제 개발 총력 다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고통분담 위해 출연금 지급 지연한 정부
일각선 “예산 감소로 백신 개발 차질 빚는다” 질타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코로나19로 나라 곳간이 바닥나면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다 하고 있지만 출연금이 삭감되거나 지급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로 백신 개발 연구 진행에 난항을 겪는 기관이 적잖은 현실이다.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각 연구기관에 지급되는 출연금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예산계획 대비 절반 이하로 감축·지급됐다. 정부는 예산 계획에 따라 매달 연구원에 출연금을 지급한다. 연구원은 출연금을 인건비, 경상비, 연구비를 집행하는데 쓰인다. 기관별로 예산 규모와 출연금 비율이 달라 사정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연구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업들이 대학과 출연연에 제안하는 용역과제를 감소시키거나 계약을 미루고 있어 향후 각 출연연에 대한 평가, 연구비 집행 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높은 이유다.

대덕특구 내 한 출연연 관계자는 “정부는 코로나19 고통분담을 위해 출연금 지급을 늦춘 것 뿐 3차 추경에서 보전하겠다는 논리인데, 이해는 가지만 출연금이 늦어지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골몰하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꽤 크다”며 “연구 역량이 충분함에도 불구, 출연금 지급 지연 등으로 인해 연구 성과 역시 지연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백신 개발이 더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예산 편성과 관련해 문제가 생긴다면 안전하고 검증된 백신을 내놓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연구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만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논리와는 달리 실제로는 3차 추경 예산 마련을 위해 출연연의 예산을 약 300억 원 가량을 줄일 것으로 예상돼 연구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장 눈앞에 불을 끄기 위해 더욱 중요한 사안을 뒤로 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이번에 지급된 재난 지원금이 4조 원 이상이었고 출연연 미지급금은 약 3000억 원에 달한다”며 “전체적으로 R&D를 위축시키기만 하는 일이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시급한 만큼 연구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정부 측에서 받쳐줘야만 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정부와 각 기관에서 고통분담 차원에서 지출을 구조조정하고 있는데 R&D가 위축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과기부는 최근 내년도 투자방침을 세웠으며 우선적으로 감염병 대응에 전년대비 117.2% 이상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총 3776억 원 규모다. 또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후보물질 최적화와 임상지원 등에 1114억 원을 신규로 투자, 신종 변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핵심 플랫폼 기술 개발 강화와 백신 자급화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감염병 예측 역학모델 개발 등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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