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연구소 ‘꿈꾸는다락방’ 대표

[금강일보]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있다. 여느 때보다 힘든 경기 침체와 실업 대란이 찾아오고 있어 슬기로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을 통해 올바른 선택을 고민해보자.

우리에게도 제법 익숙한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벨기에 출신의 감독 다르덴 형제가 실업자가 늘고 있는 유럽에서 ‘연대’를 생각하며 만든 영화다. 다큐멘터리 감독답게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불안정한 서민들의 일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는 주인공 ‘산드라’가 우울증으로 휴직했다가 복직을 하려던 차에 그녀의 일을 덜어주던 동료 열여섯 명에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회사는 그녀가 없는 동안에도 잘 돌아갔고 그녀의 복직 대신 1000유로의 보너스를 제시하며 직원들에게 산드라의 복직과 보너스를 두고 투표하게 한다. 결론은 보너스가 우세했고 산드라의 복직은 어려워졌다. 하지만 동료들의 선택에 팀 반장의 압박이 있었다는 한 통의 제보로 사장에게 재투표를 요구한다. 그 요구가 받아들여져 돌아오는 월요일에 재투표를 하기로 한다.

산드라는 주말 내내 열여섯 명의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보너스 대신 자신의 복직을 선택해달라고 부탁한다. 믿었던 동료들은 보너스 앞에서 흔들리고 산드라의 설득을 거절하거나 불편한 만남을 거부한다. 하지만 더 가슴 아픈 건 동료들이 말하는 거절의 이유가 충분히 이해될 만큼 그들의 형편도 척박한 상황이어서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어떤 명분으로 1000유로라는 큰돈을 포기해달라고 설득해야 할지 막막한 산드라의 목소리는 미안함과 수치심으로 떨리고 존재는 한없이 작아진다. 가난한 동료들에게 보너스는 대학생 아들의 학비이며, 1년 치의 전기세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과연 산드라의 복직이 그들의 상황보다 더 큰 가치를 지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영화 속 산드라의 동료 ‘안느’는 집수리를 위해 보너스가 필요하지만 산드라의 복직에 손을 들어준다. 동정도 강요도 없었지만 더 가치 있는 선택을 고민한 끝에 결국 ‘함께’라는 연대의 가치를 선택한다. 드디어 월요일 재투표가 이뤄진다. 결과는 8대 8로 산드라는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복직할 수 없게 된다. 허무한 결과에 속상할 즈음, 회사는 팀 절반을 설득시킨 산드라의 능력을 인정하며 다른 계약직 사원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그 자리로 복귀하라는 달콤한 제안을 건넨다. 그러나 산드라는 자신 때문에 동료가 해고되길 원치 않는다며 이를 거절한다.

영화는 이 장면에서 진정한 연대의 의미와 가치를 곱씹게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시하지 않을 때, 비로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내일이 올 수 있다고 말이다. 우리가 함께할 때 위험은 줄고 기회는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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