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국립묘지 안장 금지 가처분 신청, 15일 대전현충원 안장 확정 속 논란 과열

故 백선엽 장군의 영정

[금강일보 최일 기자] 지난 10일 별세한 고(故) 백선엽 장군(1920~2020)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이 결정된 가운데, 그의 친일 행적을 둘러싸고 현충원 안장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과열되고 있다. 

국가보훈처와 육군에 따르면 백 장군 유족 측은 대전현충원 안장을 신청, 보훈처 심의를 거쳐 고인을 15일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 안장하는 안이 확정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2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의 백 장군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인은 6·25전쟁에서 큰 공훈을 세웠다. 정부는 육군장(葬)으로 대전현충원에 잘 모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 등 보수 진영에선 ‘서울현충원 안장’과 ‘국가장(葬)으로 격상’을 요구하고 있다. 통합당 대전시당은 “6·25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알려진 다부동 전투에서 백선엽 사단장은 ‘내가 앞장설 테니, 내가 물러나면 나를 쏴라’라는 한마디를 던지고 돌격해 전세를 뒤집었다. 고인이 몸을 던져 끝까지 지키려 했던 대한민국 그리고 자유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전쟁영웅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지금의 자유와 평화, 풍요를 공기처럼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된다. 자유와 평화는 절대 공짜가 없다’고 전후세대에게 남긴 고인의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고인의 100년 삶을 애써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가벼운 언행은 중단돼야 한다”며 고인의 친일 행적을 부각시키는 이들을 질타하고, “보훈처는 고인의 대전현충원 안장 계획을 거두고, 전우들이 잠들어 있는 서울현충원에 정중히 모셔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인의 친일 행적에 주목하는 이들은 현충원 안장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백 장군은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된 후 줄곧 논란이 돼 왔다. 일제가 조선독립군 부대를 토벌하기 위해 조직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 복무하며 일제 침략전쟁에 자발적으로 부역했다는 것이 그에게 ‘친일파’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유이고, 그가 반민족행위에 대해 어떠한 사과나 참회도 없이 눈을 감은 것에 반감을 표하고 있다.

광복회 대전충남지부, 독립유공자유족회 및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는 13일 대전지법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국립묘지 안장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14일 오후 2시 대전지방보훈청 앞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반대 기자회견’을, 안장식이 열리는 15일 오전 10시 대전현충원 앞에서 안장 반대 시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고인을 바라보는 극과 극의 시선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관계자가 13일 대전지법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국립묘지 안장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립묘지법 제5조에 현충원 안장 대상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현역 군인 사망자, 무공훈장 수여자, 장성급 장교, 20년 이상 군 복무자, 의사상자(義死傷者) 등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자 6·25전쟁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고인의 공로(태극·을지·충무무공훈장 등 수훈)를 놓고 볼 때 현충원 안장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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