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자체 모르는 시민 10명 중 4명꼴
인권위 “보호의 사각지대 있어”
코로나19 사태에 암묵적 갑질도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1. 천안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이 모(25·여) 씨는 “최근 간호사 간 태움 문화에 시달리다 결국 병원을 그만두게 됐다”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병원 내에서의 괴롭힘은 여전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2 대전 한 공무원학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 모(여)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수강생이 크게 줄자 학원 측에서 일부 직원들을 상대로 무급 휴가를 제안했었다”며 “이미 업무에 있어 근로시간은 따로 없다. 눈치껏 퇴근후 밤중에도 수시로 업무를 봐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보이지 않는 갑질에 당하고 있다는 하소연들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의 대표격인 간호사 태움 문화가 알게 모르게 횡행하고 있고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근로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다.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개정 근로기준법이 지난해 7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6.9%가 ‘모른다’고 답했다. 법 시행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정규직(72.8%)과 비정규직(48.5%),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79.4%)와 노조가 없는 직장인(58.9%) 간 큰 차이를 보였다. 또 사업장 규모나 성격에 따라서도 법 시행 사실을 알고 있는 비율의 차이가 컸다. 5인 미만에선 40%, 5∼30인에선 60.9%, 공공기관에선 75.2%, 300인 이상에선 75.7%로 사업장 규모가 작을 수록 법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 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정부가 10인 이상 사업장을 전수조사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내용을 취업규칙에 담았는지 확인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500만 원 이하)를 부과해야 한다. 또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회사가 의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의 사각지대도 풀어내야 할 과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4명 이하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확대와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화 등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권고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자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침해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다. 지난해 7월 16일부터 시행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제3자에 의한 괴롭힘이나 4명 이하 사업장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는 등 보호의 사각지대가 있고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 도입 후 1년을 맞이하고 있으나 아직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고 법 제도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훼손 문제가 묵과되지 않도록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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