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 신전

그리스여행에서 내 주요관심은 그리스신화와 다양한 건축양식의 변화였다. 

먼저, 그리스신화는 BC 800년경 호메로스(Homerus)의 일리야드, 오디세이 등 장편 서사시와 헤시오도스(Hesiodos)의 신통기(神統記), 일과 나날(Works and Days) 등에서 우주의 기원, 신들의 계보를 알게 된다. 호메로스는 이 세상은 오케아노스(Oceanus)의 강 위에 떠 있는 평평한 원판이며, 태양·달·별이 있는 반구형의 하늘에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했다. 또, 세계는 육지와 바다로 나뉘며, 그 한복판에 올림포스산의 델포이 성지가 있다고 믿었다. 이것은 중국 황제가 천제의 아들로서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은 서양판 중화사상(中華思想)인 셈이다. 

바다나 강물은 모두 오케아노스에서 흘러나왔으며, 육지의 중간에 있는 바다가 지중해로서 모든 물은 오케아노스로 흘러간다. 세상의 북쪽과 남쪽에는 극락정토가 있고, 서쪽 끝에는 엘리시온(Elision)이라고 하는 신의 총애를 받는 인간들만이 갈 수 있는 ‘행복의 들판’이 있다. 그리고 자연의 균열은 하데스의 지하세계이자 죽음의 세계로 가는 입구라고 생각했다. 

미로사우르스
크레타 자기
미케네 황금가면
트로이의 라오쿤(바티칸박물관)

한편, 헤시오도스는 ‘신통기’에서 세계 창조를 다룬 그리스신화를 비롯해 신의 기원인 티탄(Titan)과 기간테스뿐만 아니라 복잡한 가계도와 민간 설화, 기원 신화까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또, ‘노동과 나날’에서는 농경 생활에 대한 서사시,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 신화, 다섯 시대 설화가 있다. 즉, 세상은 혼돈(Chaos) 속에서 만물의 근원이 되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가 우라노스(Uranus), 바다의 신 폰토스와 산을 낳았다. 가이아는 아들인 우라노스와 사이에서 12명의 자식을 낳았는데, 이들을 티탄(Titans) 12 신족(神族)이라고 한다. 티탄의 영어식 발음이 타이탄이다. 

당시 페르시아의 식민지였던 소아시아 출신 헤로도투스(Hredotos: BC 484(?)~ BC 420(?))는 유명한 ‘페르시아 전쟁사’를 남겼는데, 그는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가 그리스인들에게 신(神)을 만들어 주었다고 평했다.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의 그리스신화는 아테네에서 연극의 소재가 되어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는 트로이 전쟁, 영웅시대의 신화, 아가멤논과 그의 자녀, 오이디푸스, 이아손, 메데이아 등이 소개되었을 뿐 아니라 조각·그림·문학 등 예술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서 서양문명의 기원을 만들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는 티탄 신족 이외에 키클롭스 3형제와 헤카톤키레스 등 3형제가 있었는데, 자식들​ 사이가 나빠지자 우라노스는 자식들을 모두 가이아의 자궁 속으로 돌려보냈다. 다 큰 자식들이 다시 자궁 속으로 들어오자 고통스러워하던 가이아는 자식들에게 우라노스에게 복수를 부탁했다. 모두 우라노스를 두려워하며 망설였지만, 크로노스(Kronos)가 용감하게 잠자고 있는 우라노스를 죽였다. 

하드라아누스 문
신화 이카루스 날개
고대아고라

우라노스에 이어 두 번째 우주의 지배자가 된 크로노스도 누이인 레아(Rhea)와 혼인하여 불의 여신이자 처녀신 헤스티아(Hestia)를 비롯하여 풍요와 농업의 여신 데메테르(Demeter), 올림포스의 여왕 헤라(Hera), 지하세계의 왕이 된 하데스(Hades), 바다의 왕이 된 포세이돈(Poseidon)을 낳았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왕위를 빼앗길 것이라는 신탁을 믿은 크로노스도 아버지 우라노스처럼 자식들을 차례로 모두 삼켜 버렸다. 이것을 본 레아는 제우스를 낳자마자, 돌덩어리를 아기처럼 강보에 싸서 크로노스에게 먹였다. 크레타섬에 숨어서 자란 제우스(Zeus)는 10년 동안 티탄족인 크로노스 일파와 전쟁에서 승리하여 이들을 지하의 암흑세계에 가둬버렸다. 이렇게 그리스 신 중 최고의 신인 제우스가 크레타섬을 고향으로 했다는 것은 크레타섬이 그리스 문명에서 최고로 영향을 주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아무튼, 제우스 자신은 하늘의 왕, 형제인 포세이돈(Poseidon)은 바다의 왕, 하데스(Hades)를 지하의 왕이 되었다. 이후 제우스는 수많은 여신과 인간들 사이에서 많은 자식을 낳았으니, 누이 헤라와 사이에서 청춘의 여신 헤베, 출산의 여신 에레투이아, 그리고 전쟁의 신 아레스(Ares), 불의 신 헤파이토스(Hepatitis) 등을 낳고, 또 다른 누이인 데메테르,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와 사이에서도 자식을 낳았다. 특히 디오네(Dione) 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Aphrodite)는 헤라가 낳은 헤파이스토스와 결혼했지만, 아프로디테는 절름발이 남편 헤파이토스를 싫어하고 아레스와 간통해서 사랑의 신 에로스(Eros)를 낳았다. 

제우스는 신이 아닌 인간과의 사이에서도 많은 자식을 낳았는데, 대표적 인물이 아르크메네 가 낳은 헤라클레스(Heracles)이다. 헤라클레스는 먼 훗날 헤라의 집요한 박해로 수많은 고생을 하고, 힘을 상징하여 로마 트레비 분수 등 유럽 곳곳에 사자 가죽을 걸치고 몽둥이를 든 그의 동상이 많다. 특히 제우스가 티탄족인 코이오스의 딸 레토(Leto) 여신을 임신시키자, 헤라의 방해로 아기를 낳을 곳을 찾아 헤매던 레토는 지중해의 델로스섬에서 낳은 아기가 아르테미스(Armithes)와 아폴론(Apollon) 쌍둥이 남매다. 이후 델로스섬은 아폴론의 성지가 되었으며, 아르테미스는 처녀인 님프들을 인솔하는 수호신이 되고, 또 아폴론은 음악의 신이자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버지로서 모든 병을 고치는 의신(醫神)이 되었다. 

소크라테스
페르시아 전쟁 영웅 레오니다스왕

그런데, 제우스도 할아버지 우라노스나 아버지 크로노스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식이 왕위를 빼앗을 것이라는 신탁을 믿고, 갓 임신한 메티스를 삼켜 버렸다. 그러나 점점 두통이 심해진 제우스는 아들 헤파이토스가 제우스의 머리를 가르자 갑옷을 입고 창과 방패를 가진 아테네가 튀어나왔다고 하는데, 이것은 제우스가 임신한 메티스를 삼켜버리자 잉태한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아테네는 전쟁의 여신이자 기술의 신, 영원한 처녀로서 아테네의 수호신이 되었다. 

우리는 그리스신화를 통해서 그리스인에게 형성된 전설과 내세관을 엿볼 수 있는데, 아버지가 자식을 죽이고 어머니가 자식과 혼인하여 자식을 낳고, 또 입에 삼킨 자식을 토해내고, 임신한 아내를 삼키자 머릿속으로 튀어나왔다는 등의 난혼(亂婚)과 혼돈은 지중해 사이에 있는 삼 대륙 간의 갈등을 말해준다. 또, 지중해의 영향으로 마치 고래가 바닷물과 함께 물고기를 삼켰다가 토해내는 것처럼 부활과 재생을 깨닫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근대올림픽경기장
메테오라 수도원

그리스신화에서 ①제우스 ②헤라를 비롯하여 ③포세이돈 ④헤스티아 ⑤데메테르 ⑥아테네 ⑦아폴론 ⑧아르테미스 ⑨아레스 ⑩헤파이스토스 ⑪헤르메스 ⑫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올림포스 12신’이라고 한다. 일찍이 로마와 바티칸을 비롯하여 서유럽 일대를 세 차례 이상 돌아본 눈으로는 그리스에서 약탈해온 유물들과 중세에 조각가와 화가들이 그리스신화에 근거하여 제작하고 그린 조각과 그림들이 오늘날 사진처럼 정교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크게 차이가 나서 머릿속을 크게 혼란시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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