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로4∼크로바4 구간 방지턱 철거
“불편 민원 폭탄에 구 성급히 결정”
설치비 1천만원 일주일 새 허공으로

대전 서구 문정로네거리에서 크로바네거리로 향하는 구간에 과속방지턱이 설치됐다 사라진 흔적. 민원 때문에 일주일 만에 철거됐다.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불편’이 교통안전의 가치를 눌러버린 일이 대전에서 발생했다. 어린이보호구역 확대에 따라 서구 문정로네거리에서 크로바네거리까지 설치됐던 5개의 과속방지턱이 일주일 만에 철거됐다. 과속방지턱은 일명 민식이법 시행과 맞물려 지자체가 보행자, 특히 어린이·노약자 등 안전취약계층과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건데 불편 민원에 설치 1주일 만에 철거됐다. 과속방지턱 설치에 투입된 예산 약 1000만 원이 일주일 만에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대전 서구가 과속방지턱을 설치한 구간은 탄방중이 위치해 있고 문정로네거리에 인접해선 문정초가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이다. 구는 과속방지턱 설치를 통해 ‘안전속도 5030 정책’을 뒷받침하고 어린이보호구역을 정비하는 동시에 어린이와 운전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렸다.

구는 과속방지턱 설치를 마치고 바로 도색작업까지 마쳤지만 관련 민원이 일주일 새 200건가량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정로네거리부터 크로바네거리까지 속도를 낼 수 없어 불편하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당초 문정로네거리에서 크로바네거리까지 운전자가 조금 과속을 하면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가 위치한 은하수네거리까지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과속방지턱 설치로 과속이 불가능해졌고 운전자는 신호대기에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과속방지턱이 한두 개가 아니어서 운전자가 잠시 속도를 줄이고 다시 급과속을 하는 꼼수도 부릴 수 없게 됐다.

구에 따르면 이 같은 불편을 호소한 민원은 구 담당부서에 접수된 것만 100건에 달하고 담당부서를 몰라 타 부서에 제기한 것까지 포함하면 200건에 달한다. 이 같은 불편 민원 폭탄이 떨어지자 구는 곧바로 일주일밖에 안 된 과속방지턱을 철거하고 원상복구했다.

구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확대에 따라 해당 구간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했는데 이를 다시 원상태로 돌려달라는 민원이 너무 많이 접수됐다. 담당부서뿐만 아니라 애먼 부서까지 민원 폭탄을 맞아 과속방지턱을 해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가 차량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의 안전한 교통체계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로 교통안전시설이 일주일 만에 해체된 것을 두고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출·퇴근 시 해당 구간을 매일 이용하는 A 씨는 “과속방지턱이 설치돼 처음엔 다소 불편했지만 어차피 언제 해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과속방지턱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이 게 불편 민원 때문이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고 ‘시민의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안타까웠다”며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그 때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구의 결정도 성급했다”고 꼬집었다.

글·사진=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