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왜 강물인 줄 아니?
흐르기 때문이래

고여 있고만 싶다면
강물이 될 수 없는 거래

흐르고 흘러서
내게도 오고
네게도 가고
바다까지 가는 거래

거기엔 고래가 산다잖아
강에선 볼 수 없는
글쎄, 집채만 하대

너도 흘러 본 적 있니?

음… 음…
함께 웃고
도와주고
나눠 주고
이런 게 흐르는 거라면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흐른다는 것은 나를 허무는 일이야. 나를 넘어 그리고 너를 넘어 우리가 하나로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지. 그래서 비로소 우리가 하나 되어 세상을 함께 열어젖히는 일이지. 시냇물이 스스로를 비워내며 넘고 넘어 강이 되듯이. 다시 강은 제 안의 벽을 허물고 쉬지 않고 나아가 끝내 바다에 이르는 것이야. 왜냐하면 그곳에는 굉장히 큰 고래가 살고 있기 때문이야. 그 깊은 곳에서 고래는 신화처럼 숨을 쉰다지. 바다가 살아있는 것은 바로 그 고래가 살아서 숨을 쉬기 때문이지.

움직이는 것만이 흐르는 건 아니야. 나를 비워서 더 큰 가슴 안에 꿈을 채서 옆을 도와주고 나의 온기를 나눠주는 것. 그게 바로 흐르는 것이야. 그러니까 자꾸 서둘러서 가려고만 하지는 말아. 나도 흘러본 적이 있냐고. 그럼, 매일매일 내가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내 마음이 너에게 흘러가는 것이지. 그러니까 너도 나를 생각하면 그건 나에게 흐르는 것이야. 그거면 족해. 그래서 내가 너를 생각하고, 또 네가 나를 생각하면 서로가 흘러 하나가 되는 곳. 그곳이 바로 금강이야 그러니까 금강은 우리가 끝내 가 닿아야 할 가장 큰 세상인 것이지.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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