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단체 대치, 긴장감 속 안장식 엄수
군복 수의 착용 6·25 격전지 8곳 흙 뿌려
대전지법, 안장 금지 가처분신청 각하

반대 측 참가자가 마이크를 들고 고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반대 이유를 밝히고 있다. 김정섭 기자
광복회대전지부 등 반대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김정섭 기자
19발의 조포와 함께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김정섭 기자
참전용사와 육군 장병들이 6·25 격전지 8곳에서 흙을 가져와 허토식을 하고 있다. 김정섭 기자
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서 고 백선엽 장군 안장식이 엄수되고 있다. 김정섭 기자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이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엄수됐다. 1920년 생으로 올해 100세를 맞은 백 장군은 군복 수의를 착용한 채 6·25 격전지 8곳에서 채집한 흙과 함께 영면에 들어갔다.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둘러싼 대립은 이날까지도 이어졌다. 찬반단체들이 현충원 정문 앞에서 격렬하게 대치한 거다.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백 장군의 안장식은 오전 11시 30분 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서 거행됐다. 행사는 개식사, 고인에 대한 경례, 추모사, 헌화 및 분향, 하관, 허토, 조포 및 묵념, 참모총장 추모사 등으로 이어졌다. 안장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서욱 육군참모총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김판규 전 육군참모총장은 추모사에서 “백 장군님은 대한민국 안보 체제의 굳건한 초석을 다지셨다”며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고 했지만 백 장군님의 백전노장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모든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편히 가시길 바란다”고 추도했다. 이어 하관과 허토가 진행됐다. 허토용 흙은 경북 칠곡 다부동 전투 등 백 장군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 6·25 격전지 8곳에서 가져와 참전용사와 육군 장병들이 뿌렸다.

허토식 후 19발의 조포가 울리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묵념했다. 뒤를 이어 서 육군참모총장은 추모사에서 “장군님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나라를 위해 힘쓰셨다. 장군님께서 목숨걸고 지켜낸 8곳이 장군님과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며 “사랑하는 전우들이 있는 곳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 계실 것이라고 확신한다. 무거운 짐은 후배들에게 내려놓고 평안하시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날 안장식이 열린 대전현충원 정문 앞에선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단체와 찬성하는 단체가 격렬히 맞서기도 했다.

광복회 대전충남지부·독립유공자유족회는 오전 10시경 대전현충원 현충교에서 백 장군의 친일행적을 규탄하며 현충원 안장을 반대했다.

광복회 대전지부는 “백선엽은 1943년 2년 간 간도특설대 만주국군 장교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2009년 친일반민족 행위자 명단에 올랐다”며 “간도특설대는 독립군 토벌대로서 그 잔악성이 높다”고 비난했다.

그 맞은 편에선 우리공화당·재향군인회 등 찬성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백 장군이 독립군을 참살하거나 동족에게 해악을 끼쳤다는 실체가 없는 데도 구국의 영웅을 욕되게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감정적인 부분은 제외하고 영혼의 안식을 빌어주는 것이 도리”라고 힘줘 말했다.

양측은 서로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벌이는 등 한 때 충돌 위험이 있었으나 경찰의 제지로 일단락됐다.

한편 대전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이영화)는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가 제기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금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민사 가처분 형태로 행정행위 금지를 구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의 경우 본안소송이 제기된 상태여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부적법하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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