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홀연히 어른이의 배낭여행/대책 없이, 요르단… 외 40권

▲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 조태호 지음.

수 없는 좌절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용감히 도전해 나름의 성취를 이룬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다.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돼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았던 글을 수정하고 보강해 책으로 엮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저자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컴퓨터 대회에서 입상한 것을 계기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의 한국 지사에 입사해 일하던 중 뜻하지 않게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유학할 기회를 얻게 된다.

꿈을 안고 떠난 유학길은 쉽지 않았다. 권위적인 일본인 지도교수는 산하 대학원생들을 괴롭히기 일쑤였고 특히 필자에게는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말을 내뱉으며 못살게 굴었다.

참다못한 저자가 “역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일본에 온 것이 아니다”라고 항의하자 앙심을 품은 지도교수는 문부성 장학금을 끊어 버리고 퇴학을 종용하는 등 치졸한 복수에 나선다.

어쩔 수 없이 귀국해 아내와 그사이 태어난 아이 둘의 생계를 위해 의료장비 영업사원으로 취직한 저자는 고객의 갑질에 시달리다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지만 다시 힘을 내 곤경에 맞서기로 한다.

결국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았던 교수 대신 인품을 갖춘 다른 지도교수를 만나 무사히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그 후로도 예기치 못한 고난은 끊이지 않았으나 일본과 미국에서 박사 후 과정과 훌륭한 연구소에서의 연구 프로젝트 참여, ‘세계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 수상과 같은 기회도 함께 찾아왔다.

저자는 지금은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영상의학과 연구 조교수로, 딥러닝을 이용해 치매 질환을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2017년에는 딥러닝 입문서 ‘모두의 딥러닝’을 출간하기도 했다.

어떤책. 288쪽. 1만4000원.

▲ 홀연히 어른이의 배낭여행 = 임병완 지음.

대학 졸업 후 28년을 한 직장에서 보내고 중년을 맞은 ‘금융맨’이 어느 날 사표를 내고 무작정 떠난 몽골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미얀마·유럽·스리랑카·모로코 등을 여행하며 여행과 인생의 의미를 성찰한다.

저자는 회사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직장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늘 몸에 맞던 양복이 도포처럼 헐렁해질 정도로 건강마저 악화하자 “청춘을 바친 회사를 떠나야 할 때가 왔구나”라고 본능적으로 느끼게 됐다.

여기저기 은퇴 의례의 장소로 불려 다니던 중 선배의 연락을 받고 무작정 떠나게 된 몽골 여행이 인생의 행로를 바꿔놓았다.

많은 이의 여행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저자도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주술 같은 힘과 대자연이 주는 위로의 경험을 책에 담았다.

또 전립선 때문에 비행기 통로석을 예약해야 한다거나 저가 항공권 구하기, 에어비앤비 예약하기, 구글 위성으로 글 찾기 등 청년에게는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운 과제들을 위축된 채 학습해야 하는 ‘중년의 어려움’도 토로한다.

성우애드컴. 304쪽. 1만5000원.

▲ 대책 없이, 요르단 = 김구연·김광일 지음.

직장 동료이자 32살 동갑내기 친구인 두 현직 기자가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탈출하기로 결심하고 여행지로 선택한 것이 요르단이었다.

지구본을 무작정 돌려 중동의 이 낯선 나라를 찍은 것은 그 생경함이 도전 의식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암만, 와디무집, 페트라, 그리고 와디럼과 아카바까지 이어지는 여행 속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이 이어지고 이국적이고 새로운 풍경에 감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여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파하는 ‘진지충’식 전개를 최대한 피하고 현장의 생생함과 자신들의 팔팔함을 담고자 노력했으며 요르단을 여행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사진기와 액션캠·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을 편집해 따로 유튜브에 올리고 책에는 QR코드를 실어 독자들이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담북스. 320쪽. 1만6000원.

▲ 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 리처드 드위트 지음, 김희주 옮김.

세계관(worldviews)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또는 믿음을 의미한다. 패러다임이 주로 과학적인 큰 사고의 틀을 말한다면 세계관은 더욱더 넓은 철학적 틀이자 여러 믿음의 퍼즐 조각이다.

저자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오늘날 현대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역시 과학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과학은 인간이 가진 지식과 사고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를 바탕으로 발전하고 대체되고 사라진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기본적인 쟁점을 소개하고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에서 ‘뉴턴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 등장한 상대성이론과 양자론, 진화론 등 과학 발전에 따른 세계관의 변천을 살펴본다. 이러한 새로운 발견과 발전으로 현대인 대부분이 간직한 중요한 믿음, 즉 세계관은 상당히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과학적 믿음이 대체되고 사라지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금 우리가 엉뚱하다고 믿었던 천동설이나 연금술도 당시에는 엄연히 당대 최고의 지식과 합리적 사고에 근거했다.

저자는 그와 마찬가지로 21세기의 과학적 사실도 언젠가 변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세종. 600쪽 2만5000원.

▲ 경제학의 대결 = 리처드 울프·스티븐 레스닉 지음, 유철수 옮김.

오늘날 경제학의 주요 이론인 신고전학파, 케인스주의, 마르크스주의를 비교 분석한다.

각 이론의 출발점, 목표와 초점, 내적 논리를 밝히고 이러한 측면에서 각 이론이 갖는 차이가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 생산의 계급구조 등 광범위한 정책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규명한다.

저자들은 왜 20세기 동안에 경제 논리의 주도권이 세 이론 사이에서 계속 바뀌어 왔는지, 왜 그런 변화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는지, 예를 들어 왜 2008년 대침체의 영향으로 신고전학파 관점이 새로운 케인스주의 접근에 무릎을 꿇었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들은 특히 동서 이념 대결로 뒷전으로 밀려났던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재조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서 신중하고 논리적이고 정교한 여러 사고방식을 포함한다.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 동학, 문제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이론화를 계속 무시하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고 썼다.

원서는 1987년 출간된 ‘경제학: 마르크스주의 대 신고전학파’의 내용에 2007년 세계 경제 위기 등 최신 상황과 이를 계기로 관심이 고조된 케인스주의 경제학 부분을 추가해 2012년 출간됐다.

연암서가. 608쪽. 3만원.

▲ 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즉 타인의 불행을 보면서 기뻐하는 심리를 분석한다.

샤덴프로이데는 쇼펜하우어와 같은 철학자나 도덕주의자들에게 비난받았지만, 저자는 악의적으로만 보였던 이 감정이 사실은 훨씬 더 깊고 복잡한 배경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보기에 샤덴프로에데는 가끔 문제를 일으키는 것만 빼고는 대체로 무해한 즐거움이다. 나아가 다른 사람도 우리처럼 실패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며 열등감을 약간의 우월감으로 바꿔 인생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갈 수 있게 해준다.

잘나가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자존감을 잃고 혼자 실의에 빠지기보다는 타인의 불행에 기꺼워하면서 우리의 질투가 적의와 앙심으로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샤덴프로이데는 일본어, 프랑스어, 덴마크어, 히브리어, 심지어 2000여 년 전의 고대 그리스어, 로마어에도 그에 대응하는 단어가 있을 만큼 시대나 문화와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해 온 감정이다.

2000년대 이후 이 단어가 들어간 논문이 신경과학에서 철학, 경영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수백 건이나 쏟아져나올 만큼 관심이 높아진 것은 예전에는 은밀히 혼자만 간직하거나 여럿이서 잠깐 웃음을 흘리며 주고받았던 감정이 디지털 세상에서는 영원히 박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짓궂고 고약하며 비열한 샤덴프로이데는 분명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니지만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결점을 인정하고 용감히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다산초당. 240쪽, 1만5000원.

▲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 = 로버트 U. 아케렛 지음, 이길태 옮김.

수십 년간 미국에서 심리치료의 현장에 있던 저자는 어느 날 ‘심리치료는 과연 내담자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가’라는 의문에 사로잡혀 30여 년 전 자신을 찾아온 아주 특별하고 위험했던 내담자 5명을 찾아 나선다. 모두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다.

첫 번째로 찾은 나오미는 사내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내 같은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또 섹시하다는 이유로 성장의 고비마다 정체성을 부인당하다 어느 날 자신이 스페인 백작 부인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플라멩코 댄서가 되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난다.

북극곰과 사랑에 빠진 찰스는 종종 목숨을 걸고 북극곰의 우리 안으로 들어가 구애하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자신이 마음속으로 바라기만 하면 누구에게든 해를 입힐 수 있다고 믿는 메리는 그런 능력으로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는다.

이 밖에도 사도마조히즘의 성적 도착자인 세스와 오직 작품을 위해 살아가는 작가 사샤도 그가 30년 만에 다시 만난 내담자들이다.

앞의 3명은 치료를 받기 전의 몇 년 동안보다 치료를 받고 난 이후의 삶이 대체로 훨씬 더 좋았다는 말을 들려줬다.

그러나 비교할 통제집단이 없어 이들이 실제로 치료의 효과를 본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 더 나아진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나머지 2명은 저자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 기분이 크게 좋아지지는 않았으나 문제가 됐던 강렬하고 깊은 감정이 무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이것이 확실히 치료 덕택이라고 믿는다.

이들과의 재회를 통해 ‘심리치료가 과연 인생을 변화시켰는가’라는 질문의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저자는 그들이 온갖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부터 중년이 된 지금까지 꿋꿋이 인생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감동을 하고 인간의 생존 능력에 경외감을 느낀다.

탐나는책. 384쪽. 1만6500원.

▲ 치즈 책 = 폴 S. 킨드스테드 지음, 정향 옮김.

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이며 치즈 전문가인 저자가 문명사적 관점에서 치즈의 발전과정을 살펴본다.

저자에 따르면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6500년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발굴된 토기 파편에 묻어 있던 동물의 젖 성분은 치즈가 우연히 ‘발견’된 것임을 말해준다.

아이에게 먹이고 남은 동물의 젖을 따뜻한 곳에 두었더니 부드럽게 응고되는 것을 발견한 신석기인들은 이 새로운 먹을거리가 높은 수분 함량으로 인해 금방 상해버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금을 치거나 토기에 담아 땅속에 묻는 보관 기술을 개발했고 나아가 인위적으로 젖을 응고시키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저자는 풍부한 역사적 기록과 문화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창세기 시대에서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의 중대 변곡점에 늘 치즈의 발전이 함께했음을 설명한다.

과학적 지식을 활용한 기술 발전에 따라 특정 치즈를 어디에서나 균일한 품질로 만들 수 있는 표준이 마련되자 그동안 전통적으로 어머니가 딸에게 또는 여주인이 하인에게 비밀지식을 전수해온 낙농부들은 치즈 장인이라는 지위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장’이 들어서고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제 농장 치즈는 맥이 끊기고 질 낮은 싸구려 치즈가 대중화됐다.

그러나 저자는 지속가능 농업, 동물 복지, 유기농 식품의 붐과 궤를 같이하는 소규모 수제 치즈의 바람에 주목한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원가 절감 중심의 식품 체계에 항거하는 문화적 변화의 증후라고 풀이하고 여기에는 커다란 비용이 들겠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지적한다.

글항아리. 324쪽. 1만8000원.

▲ 전쟁과 가족 = 권헌익 지음, 정소영 옮김

올해로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됐다. 20세기의 가장 폭력적인 내전이었던 한국전쟁은 장구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남아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북미관계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이자 서울대 인류학과 초빙석좌교수인 저자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 냉전 연구자로 유명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양민들이 처했던 현실과 폭력이 작동한 방식을 가족과 친족의 관계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인간적 친밀함이라는 환경이 어떻게 한국전쟁이라는 참혹한 정치의 주요 표적이 됐는지, 이후 긴 냉전시기 동안 어떻게 국가적 규율 행위의 핵심이 돼왔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또한 안동, 제주 등의 현지조사를 통한 인류학적 분석은 문학, 사회학, 정치학, 역사학과 만나 전 지구적 분쟁의 최전선에서 벌어진 냉전적 근대성의 본질을 묻는다. 이 책은 한국전쟁이 세계사라는 넓은 지평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토록 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창비. 324쪽. 2만원.

▲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 = 홍미숙 지음.

조선 시대에 왕비가 왕위를 계승할 왕자를 낳지 못하면 후궁이 낳은 아들이 왕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당인 종묘에는 조선의 왕과 왕비, 그리고 죽은 후 왕으로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다음으로 큰 사당이 칠궁이다. 이곳에는 왕비가 되지 못한 후궁 7명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들은 왕이 끔찍이 사랑했던 후궁으로서 왕을 낳았지만 왕비에는 이르지 못한 비운의 여인들이었다.

이들 후궁은 살아서는 왕을 낳지 못한 왕비들보다 훨씬 더 많이 왕 곁에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왕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도 죽어서는 왕비가 아닌 이상 왕 곁에는 얼씬도 못했다. 신주도 왕 곁에 모셔질 수 없었다.

이 책은 칠궁의 이야기를 담았다. 광해군의 어머니인 공빈 김씨(선조의 후궁)와 경종의 어머니인 대빈궁의 희빈 장씨(숙종의 후궁), 영조의 어머니인 육상궁의 숙빈 최씨(숙종의 후궁), 순조의 어머니인 경우궁의 수빈 박씨(정조의 후궁) 등이 그들이다.

글로세움. 232쪽. 1만5000원.

▲ 나무의 말 =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미국 사진작가인 저자는 10여 년 동안 아시아, 아메리카, 호주, 유럽은 물론 시베리아와 남극까지 돌아다니며 2000살이 넘는 나무 생명체들을 기록했다.

저자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 생명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면 인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현재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라고 안타까워한다. 오래된 생명체를 찾아가는 여정과 이 생명체를 둘러싼 이야기들, 그리고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사진들을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윌북. 340쪽. 1만7800원.

▲ 딥 메디슨 = 에릭 토폴 지음, 이상열 옮김, 최윤섭 감수

현직 심장 전문의가 이미 의료 현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인공지능의 실태를 현장감 있게 설명하면서 의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인공지능의 활용에 관해 견해를 피력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의료의 디지털화, 민주화를 이루고 인공지능을 의료의 중심으로 가져오는 과정의 정점이 바로 ‘딥 매디슨(deep medicine)이며 여기에는 3가지 딥 컴포넌트(deep component·심층 요소)가 필요하다. 모든 데이터를 이용해 개인을 심층적으로 정의하는 능력, 딥 러닝, 환자와 의사 간 딥 엠퍼시(deep empathy·심층 공감)와 딥 커넥션(deep connection·심층 연결)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의료현장에 도움을 줄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관해 실제의 경험을 토대로 말하지만, 과장 광고와 과잉 기대는 경계한다.

미국의 한 아동병원에서는 건강하게 태어난 신생아가 생후 8일째 되던 날 경련이 멈추지 않는 ‘뇌전증지속상태’를 보여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위기에 빠졌지만, 뇌 CT 촬영이나 뇌전도에서도 특이한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의료진이 속수무책으로 쩔쩔매기만 하는 동안 이 아기의 혈액샘플을 받은 유전체 연구소는 무려 125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염기 서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LDH7A1이란 유전자의 이상을 발견했고 의료진은 그에 따른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아기는 목숨을 건졌다. 아무리 숙련된 의사라도 전체 인구의 0.01%에서만 나타나는 이 희귀 변이를 자신의 경험과 의학 지식만으로는 판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에 저자가 진료했던 한 폐 질환 환자는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로감이 엄습해 왔는데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으나 환자가 희망하는 대로 우측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 시술을 했더니 곧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기력을 회복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밝혀내지 못한 병인을 환자의 직감이 정확히 알아맞힌 셈이다.

저자는 이 같은 현장의 사례들과 많은 연구 결과를 검토한 결과 인공지능은 기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인간 역시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업무, 즉 환자와 공감하고 함께 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상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소우주. 408쪽. 2만원

▲ 오티움 = 문요한 지음.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초래된 일상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정신적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오티움’을 제시한다. 라틴어에서 온 이 말은 결과를 떠나 활동 그 자체로 삶에 기쁨과 활기를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을 뜻한다.

오티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취미의 개념을 뛰어넘는다. 봉사나 공부, 운동 혹은 영성 활동까지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한다고 해서 돈이 생기거나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시간을 들이고 고생을 하는 활동이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여기에 시간을 투자하고 때로는 돈도 아끼지 않는다. 그 시간이 채움의 시간, 오티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생 공부와 일에만 몰두해온 사람들이 기쁨과 보람을 안겨줄 여가 활동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는 어떤 오티움은 찾지 않아도 우연처럼 자기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러면 그것을 잡으면 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자기 탐색과 가족 연구도 자신만의 오티움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또 운동, 음악, 춤과 연기, 창작, 음식 등 11개의 테마를 제시하고 선입견 없이 도전해 보고 경험해 보면 반드시 자신에게 맞는 테마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위즈덤하우스. 240쪽. 1만4800원.

▲ 한국의 다서 = 정민·유동훈 지음.

조선 지성사 연구의 대가와 차 전문 연구자가 조선의 차 문화를 보여주는 그 시대 저술 30종을 번역하고 해설한다.

조선 전기 학자 이목이 지은 ‘다부(茶賦)’는 230구에 달하는 장시이다. 중국 역대 고전에서 차와 관련한 온갖 고사와 인물을 소개하고 차의 산지와 종류별 이름, 차의 효용과 약성까지 방대한 정보를 담았다.

선비 이덕리가 진도 유배 중 지은 ‘기다(記茶)’는 국가 차원에서 차를 전매해 차 무역으로 국부를 창출하는 방안을 제시한 독창적 저술이다. 정약용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있던 것을 다산의 제자 이시헌의 집안에서 원문을 발견해 연구함으로써 바로잡았다.

고질적인 체증을 앓았던 정약용은 만덕사 주지 혜장에게 다시 차를 청하며 ‘걸명소(乞茗疏)를 썼다. 상소문 형식을 빌려 장난스럽게 차를 구걸하는 형식이지만 차 문화의 중흥을 알리는 뜻깊은 글이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이 밖에도 선조의 차 사랑과 차 문화의 실태, 차와 관련된 실용적 지식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시, 부(賦), 송(頌), 편지, 절목(節目), 상소문, 논설, 통사(通史) 등 다양한 글을 실었다.

김영사. 600쪽. 3만3000원.

▲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 이세라 지음.

KBS와 연합뉴스TV 기상캐스터로 활동한 방송인 이세라의 미술 에세이. 미술 애호가인 저자가 힘들고 지칠 때 자신을 위로하고 힘을 불어넣어 준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마르크 샤갈, 오귀스트 르누아르, 잭슨 폴록, 앤디 워홀 등 누구나 알만한 거장부터 상대적으로 생소한 작가까지 31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성공한 예술가의 아내로 남고 싶지 않았던 마리 크뢰위에르, 쏟아지는 찬사에도 평생 스스로 만족할 줄 몰랐던 알브레히트 뒤러,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아닌 최초 여성화가로 이름을 남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등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단순한 명화 안내서라기보다는 온갖 부침 속에서도 끝까지 삶과 예술에 열정을 다했던 작가들을 통한 저자의 자기 성찰기다.

‘젊은 여성 방송인’으로 살면서 겪은 고민과 좌절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예술가들의 삶 앞에서 위로받고 용기를 낸 경험과 기억을 전한다.

나무의철학. 344쪽. 1만6000원.

▲ 신화의 미술관 = 이주헌 지음.

서양 문화를 이해하는 출발점인 그리스·로마신화를 통해 보는 미술 이야기. 그리스신화 주요 캐릭터들과 일화들을 서양 미술 작품을 통해 살펴보도록 구성됐다.

총 두권으로 출간 예정인데, 이번 책은 ‘올림포스 신과 그 상징편’으로 올림포스 신들을 중점적으로 표현한 미술 작품을 소개한다. 르네상스 이후 제작된 그림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림을 감상하면서 신화의 핵심적인 내용까지 살펴볼 수 있다.

아트북스. 336쪽. 1만9000원.

▲ 볼라르가 만난 파리의 예술가들 = 앙브루아즈 볼라르 지음, 이세진 옮김, 박재연 감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파리 미술계 중심에 있던 미술상이자 출판업자 앙브루아즈 볼라르(1867~1939)의 자서전. 1937년 출간된 ‘어느 화상의 회고록’의 완역판이다.

볼라르는 인상파 화가들과 미술시장에 대한 글에서 꼭 언급되는 미술상이다. 인상파 무명 화가들이 평론가와 대중에게서 외면받던 시절 볼라르는 가능성을 알아보고 국제 미술시장에 선보였다.

세잔, 르누아르, 드가 등 수많은 예술가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볼라르의 회고를 통해 예술이 꽃피웠던 시대의 생생한 이야기를 접한다.

현암사. 512쪽. 2만2000원.

▲ CH’AEKKŎRI PAINTING(책거리) = 케이 E. 블랙 지음.

조선 후기 책을 소재로 한 그림을 뜻하는 책거리를 1970년대부터 연구해온 미국 학자의 30여년 연구 결실을 모은 책.

1970년대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국미술에 매료된 저자는 40대에 미술사 공부를 시작해 책거리를 비롯한 한국미술 연구에 몰두했다.

1980년대부터 책거리 주요 작품을 조사하며 관련서를 준비했고, 90대가 돼서야 마침내 책을 펴냈다. 영문판이지만 한국에서 출간되기 바란다는 저자 소망에 따라 한국 출판사에서 펴냈다. 1928년생인 저자는 책을 완성하고 92세 나이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회평론아카데미. 336쪽. 6만5000원.

▲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김동식 외 지음

떡볶이라는 소재 하나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모은 소설집.

김동식, 김서령, 김민섭, 김설아, 김의경, 정명섭, 노희준, 차무진, 조영주, 이리나 등 개성 넘치는 작가 10명이 떡볶이 소설을 선보인다.

떡볶이 맛이 조금씩 다르듯이 장르를 넘나드는 각 소설에서 떡볶이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희망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세상을 완전히 무너뜨리기도 한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찾게 되는 떡볶이처럼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수오서재. 308쪽. 1만4000원.

▲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2011년 발표한 ‘종이 동물원’으로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 등을 휩쓴 켄 리우의 SF 단편집. 함께 엮인 적 없는 단편 중 12편을 골라 한국판으로 펴냈다.

데뷔작 ‘카르타고의 장미’를 비롯해 스페인 이그노투스상 수상작 ‘사랑의 알고리즘’, 한글에서 영감을 얻은 ‘매듭 묶기’, 저자가 특별히 아끼는 시리즈인 싱귤래리티 3부작 등으로 구성됐다.

작품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가족들을 소재로 죽음과 영생, 인종과 문화의 충돌 등 현대인들의 관심사를 다룬다. 

황금가지. 420쪽. 1만4800원.

▲ 코로나19-기침소리 = 엄현주 외 지음.

신종 감염병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일상이 멈추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15명의 작가가 코로나19로 바뀐 삶의 풍경을 각기 다른 색깔로 들여다본다.

엄현주, 김세연, 이하언, 임재희, 이재은, 김민효, 오을식, 심아진, 김정묘, 김의규, 이현준, 이진훈, 한상준, 이시백, 구자명 등이 참여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우한과 대구 상황을 모티프로 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를 생생히 반영한 작품들이다.

나무와숲. 184쪽. 1만2000원.

▲ 우리의 더 나은 반쪽 = 샤론 모알렘 지음, 이규원 옮김.

세계적인 유전학자이자 의사가 왜 생의 모든 단계에서 여성이 더 강한지, 그런데도 왜 우리는 정반대로 믿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20년 넘게 전 세계를 다니며 직접 수행한 연구 끝에 저자는 여성의 유전학적 우월성은 X염색체를 2개 보유한 데서 나온다고 결론을 내린다.

일반적으로 의대에서는 X염색체가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에 집중해서 가르치지만, 이는 대개 X염색체가 1개뿐인 남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고 X염색체가 2개일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저자에 따르면 2개의 X염색체는 여성이 위급한 상황에 부닥칠 때마다 유전학적 선택과 세포 협력을 통해 1개의 X염색체보다 탁월한 결과를 도출한다.

X염색체는 남성에게는 색맹이라는 질환을 유발하지만, 여성에게는 1억 가지 이상의 색상을 보는 능력을 부여한다. 자폐스펙트럼을 비롯한 수많은 X-연관 지적장애 역시 남성에게만 편향돼 나타난다.

그러나 2개의 X가 ‘선택과 협력’을 통해 도출하는 탁월한 결과물에 대해 의학계는 여전히 무지하다. 현대의학이 여전히 남성만을 표준으로 해 수컷동물과 남성의 세포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약물시험에서 수컷 쥐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암컷 쥐가 귀하고 비싸기도 하지만 훨씬 더 강력한 면역계를 가지고 있어서 양쪽 성별에 똑같이 효과적인 감염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더 길고 복잡한 실험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가 겹쳐 여성의 유전학적 우월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사 대부분이 여성 환자에게 처방할 약물의 적정 투여량이나 치료법을 강구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인생을 울트라마라톤에, 남성을 스포츠카에, 여성을 하이브리드카에 비유한다. 단거리 경주에서는 높은 출력의 스포츠카가 유리하지만, 울트라마라톤에서는 연료와 전기라는 선택지를 가지고 오래 갈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가 단연 우월한 위치를 점한다는 설명이다.

지식의날개. 280쪽, 1만7000원.

▲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 = 유새빛 지음.

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위계서열과 성차별이 지배하는 조직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 알려진 대기업에 입사한 저자는 첫 직장생활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말로만 듣던 회식 중 성희롱을 당하게 된다.

너무 당황해 즉각 항의하지는 못했지만, 동료들이 대부분 2차 자리로 옮겨갔을 때 남아있던 상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털어놓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뒤늦게 알고 지하철로 귀가하던 저자에게 전화해온 지사장은 “동료들끼리 어깨동무 정도는 할 수 있지”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가해 당사자와 함께 찾아가겠다는 지사장을 거듭 만류해 귀가하면서 악몽 같았던 하루가 끝났다. 지사로 배치된 지 고작 1주일 만이었다.

그 뒤 이어진 일은 이 땅의 많은 성희롱 피해자가 겪은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직 내 좍 퍼진 소문, 덮고 넘어가려는 상사들, 피해자 입장은 안중에도 없는 이들에 의한 2차 가해.

저자는 그러나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믿음에 기대어 꿋꿋이 문제를 제기했고 100일간의 투쟁 끝에 가해자는 징계를 받고 자신은 새로운 부서로 이동하는 것으로 사태는 정리된다.

저자는 “조직이 나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근로환경에서 불평등과 차별을 겪는다면 직접 스스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썼다.

21세기북스. 248쪽. 1만7000원.

▲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 김은실 외 지음, 김은실 엮음

전작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에 이은 ‘페미니스트 크리틱’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구하는 코로나 19가 신자유주의와 포개지며 페미니즘에 던진 곤란한 질문, 즉 ‘지금 같은 시대에 경계를 넘는 연대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질문에 13명의 페미니스트가 각자의 입장에서 해답을 구한다.

올해 초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자대학에 합격한 것을 계기로 제기된 ‘누가 진짜 여성인가’라는 논쟁과 관련해 여성학자 김은실은 “생물학적 여성은 결코 여성 연대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페미니즘은 여성을 생물학적으로 규정하는 지식과 담론에 반대하면서 여성의 주체성을 고양해 왔기 때문이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은 “페미니즘이 여성을 피해자로만 여기는 고정관념과 싸워 왔다”고 이야기한다. ‘피해’를 싸움의 중심에 놓으면 그것을 자원으로 삼아 누가 더 고통받는가를 경쟁하는 구도에 매몰되고 만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손희정은 “페미니즘은 억압받는 이의 편에 서는 것이지만, 억압받는 이의 다양성을 함께 생각해야 ‘아무도 짓밟지 않는 운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 코로나 19가 연 재난의 시대를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조명하고 ‘파이’와 ‘안전’에 얽매인 여성의 현재를 톺아보며 새로운 사회를 위한 페미니스트 전략을 모색하는 글들을 엮었다.

휴머니스트. 168쪽. 1만3000원.

▲ 빛 : 신화와 과학, 문명 오디세이 = 브루스 왓슨 지음, 이수영 옮김.

신화와 경전에서 예술과 문학 작품, 과학 논문과 실험 자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통찰과 상상력이 미치는 모든 곳에서 살펴본 빛의 이야기다.

소크라테스 이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시작된 빛에 대한 질문은 에우클레이데스, 프톨레마이오스의 탐구와 실험으로 이어졌고 훗날 11세기 아라비아의 과학자 이븐 알 하이삼의 광학을 거쳐 케플러, 데카르트, 갈릴레오, 뉴턴에게 영향을 미쳤다. 빛의 속도에 관한 이론으로 뉴턴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아인슈타인도 닐스 보어의 도전에 결정적인 반박을 내놓지 못했다.

빛에 대한 갈망과 질문은 오늘날까지도 과학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리스 신전의 숭고한 빛은 암흑시대 중세 고딕 성당과 이슬람 세계 모스크의 첨탑에서 재구현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래 빛은 그림자와 원근법을 대동해 렘브란트와 모네, 고흐, 터너의 화폭에 가득 담겼으며 음악으로 빛을 표현하는 노력은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바이런과 키츠, 블레이크의 황홀한 내면세계의 자유와 일렁이는 감성은 실증주의와 계몽주의를 ‘간섭하는 지성’으로 몰아세웠고 그들이 열어젖힌 낭만주의 시대는 또다시 매혹적이고 웅장한 빛의 협주를 시작했다.

빛의 과학은 마침내 현대 문명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렸다. 마술과도 같은 사진과 영화는 파리 시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고 야경꾼과 자경단을 몰아낸 백열전구와 가로등은 뉴욕과 런던, 암스테르담의 거리를 환하게 비췄다. 오늘날 베를린과 시카고, 리옹, 상하이, 뭄바이, 미얀마에서 열리는 빛의 축제는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임시직 타자수, 바텐더, 공장 노동자, 교사 등 갖가지 직업을 거친 언론인이자 역사가인 저자는 “빛은 영원하므로 빛에는 끝이 없다. 광자는 다른 아원자 입자들과는 달리 질량이 없기에 부패하지 않는다. 신이 만들었든 무심한 우주가 만들었든, 천지창조 최초의 광자들은 여전히 우주 어딘가에 존재한다. 빛에 대한 숭배 역시 언제까지나 이어지리라”라고 썼다.

삼천리. 345쪽. 2만5000원.

▲ 창조력 코드 =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유진 옮김.

많은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은 인공지능이 창조의 영역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게 될 수 있을지, 기계가 만든 예술 작품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될지, 그렇다면 창조력의 본질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질문의 해답을 구한다.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발전해 나가는 기계는 이미 창조적인 능력을 보여줬다.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가 보여준 창조적인 수가 대표적인 예다.

인공지능 작곡가인 ‘에미’가 발표한 쇼팽 풍 곡은 음악 전문가를 충격에 빠트릴 정도였고 기계 학습을 통해 문학 창작에 도전하는 ‘보트닉’의 새 소설은 ‘해리 포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의 초상화는 사소한 붓 자국의 비일관성을 지적받았을 뿐 렘브란트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저자는 “예술의 영역이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일”이라는 독일 화가 파울 클레의 말을 인용하며 기계가 독자적인 의식을 얻기 전까지는 기계의 창조력이란 인간의 창조력을 확장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언젠가 의식을 가진 기계가 등장한다고 해도 그들의 의식은 우리의 것과 사뭇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혹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게 된다면 인류의 운명은 인간과 의식 있는 기계가 서로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우리가 기계의 코드를 풀고 기계의 기분을 느껴 보려면 결국 기계의 그림, 곡, 소설, 수학 지식 같은 창조적 결과물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이자 영국 왕립학회 회원인 저자는 2008년 리처드 도킨스의 뒤를 이어 과학대중화사업의 책임을 맡아 시모니 석좌교수로 부임했으며 과학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북라이프. 464쪽. 2만원.

▲ 영웅의 여정 = 조지프 캠벨 지음, 박중서 옮김.

미국의 세계적인 신화종교학자이자 비교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1904~1987)의 주요 강연과 인터뷰를 엮은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책으로 재구성했다.

어린 시절부터 북미 대륙 원주민 신화와 아서왕의 전설과 같이 전혀 다른 문화권 속 신화들의 유사함을 발견했던 저자는 전 세계의 신화를 탐구하며 각각의 이야기들에서 공통의 서사 구조를 추출한다.

‘태어남-부름-모험-역경-귀환’으로 요약되는 이 테마를 저자는 ‘영웅의 여정’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소개했다.

저자는 이와 더불어 ‘영웅의 여정’ 테마가 신화 속에 박제된 이야기가 아니라 뭇사람들의 삶 안에서도 전개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신화’와 ‘삶’을 연결한다.

이 책에서는 개인적인 체험과 삶의 태도에 관해서도 이야기함으로써 그 자신의 삶 역시 이러한 ‘영웅의 여정’ 모델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 안무가 마사 그레이엄, 시인 로버트 블라이, 인류학자 바버라 마이어호프와 고고학자 마리야 김부타스,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 록 밴드 그레이트풀데드 등이 그의 메시지로 인해 자신의 삶과 작품에 깃든 신화적 차원에 관한 깨우침을 얻는 모습도 함께 소개한다.

갈라파고스. 522쪽. 2만5000원.

▲ 밤의 역사 = 카를로 긴즈부르그 지음. 김정하 옮김.

미시사(微視史) 연구 방법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이탈리아 역사가 카를로 긴즈부르그가 민중 문화를 연구한 내용 담은 책이다.

긴즈부르그는 지배층 문화와 병존했던 민중문화의 존재를 밝히고 재구성해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 ‘치즈와 구더기’ 등을 출간해 왔다.

이번 책은 중세 이후 ‘악마의 잔치’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추적하고, 16∼17세기 민중의 일상과 정신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그 기원을 찾아 나선다.

저자는 악에 대항하는 농민 세력인 ‘베난단티’를 비롯해 마녀, 주술사, 늑대인간, 오이디푸스 신화, 신데렐라 등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분석해 보여준다.

문학과지성사. 565쪽. 3만3000원.

▲ 노자 = 이석명 역주.

‘도덕경’(道德經)이라고도 불리는 ‘노자’(老子)의 여러 판본 중 왕필본(王弼本), 백서본(帛書本), 죽간본(竹簡本)을 상호 비교해 기존 오류를 정정하고, 새롭게 번역하면서 자세한 해설을 곁들였다.

노자 사상의 핵심인 ‘도라고 말할 수 있는 도는 참된 도가 아니다’를 시작으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 ‘반지르르한 말은 미덥지 않다’까지 81장을 하나씩 이야기하며, 이와 관련해 오늘날 독자들이 함께 생각할 거리를 전한다. 원문도 병기했다.

책 앞부분에서는 노자란 인물에 대한 이야기와 ‘노자’가 집필된 시기와 저자에 대해 다룬다. 부록에서는 ‘노자’의 역대 주요 판본을 정리했다.

민음사. 716쪽. 2만5000원.

▲ 인종과 불평등 = 조영현·김영철·김희순·차경미 지음

라틴아메리카 사회변동의 양상을 추적·분석하고, 사회 변혁을 위한 수많은 움직임과 노력, 불평등 극복을 위한 시도들을 탐색한 책이다.

저자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사회 변동을 추동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불평등에 있다고 진단한다. 또 마약·치안 불안·무장투쟁·빈곤·불법 이민과 이주·정치 혼란·이념대립 등도 바로 불평등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불평등 문제를 들여다보고,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한다.

알렙. 288쪽. 1만8000원.

▲ 아시아의 표해록 = 서광덕·안재연·최정섭·최가진·김보배 지음

15∼19세기 우리나라, 중국, 일본, 베트남 사람들이 아시아 각국을 표류하며 남긴 교류의 역사와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나라 표해록으로는 부산에서 출발해 동해를 표류하다 일본 홋카이도와 본토, 대마도를 거쳐 돌아온 내용을 담은 ‘표주록’과 제주도에서 출발해 베트남까지 갔다 온 ‘표해일록’이 있다.

중국인의 베트남 및 일본 표류기인 ‘해남잡지’ ‘안남기유’ ‘표박이역’,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뒤 만주와 조선을 거쳐 간 일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달단 표류기’, 일본에 표류한 베트남 군인들에 관한 기록인 ‘일본견문록’도 함께 실었다.

소명출판. 419쪽. 3만2000원.

▲ 죽음을 배우는 시간 = 김현아 지음.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일어나는 일생의 최대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는다. 새 자동차를 살 때는 그토록 세심히 생각하면서 말이다.

한림대 류마티스내과 의사인 저자는 30년 동안 의료현장에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왔다. 저자는 현대의학이 늙음과 죽음을 치료해야 할 질병처럼 호도하면서 오히려 죽음을 덜 준비하게 됐다고 안타까워한다.

실제로 인간 사망의 자연스러운 단계가 모두 처치 가능한 질환으로 탈바꿈했다. 이 같은 ‘죽음의 의료화’는 환자와 가족에게는 고통의 연장과 경제적 손실을, 국가적 차원에서는 제한된 의료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알아야 할 노화와 죽음의 의미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까지 ‘죽음 공부’의 모든 것을 담았다. 가족의 입장에서도 언제부터 마음을 정리하고 죽음에 관해 대화해야 할지, 행정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지 상세히 설명해준다.

창비. 344쪽. 1만7000원.

▲ 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 데이비드 슈워츠 지음, 김희봉 옮김.

이탈리아계 미국인 물리학자로 학문은 물론 교육과 과학 정책, 원자력 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업적을 남긴 페르미의 인생을 정리했다.

저자는 페르미의 제자가 될 뻔했던 선친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한 편의 글에 흥미를 느끼고 많지 않은 기존 자료에 더해 1970년 이후 새로 알려진 사실들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4년에 걸친 조사와 집필 끝에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페르미는 1938년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하게 된 것으로 기회로 삼아 파시스트가 지배하던 이탈리아를 떠나 미국으로 이주해 원자폭탄 제조를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후 수소폭탄 개발에도 힘을 보태지만, 물리학자로서도 탁월한 업적을 쌓았다. “페르미보다 더 많은 장소와 개념에 이름이 붙은 물리학자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제자 제프리 추는 페르미를 “모든 것을 아는 마지막 사람”이라고 불렀다. 이론과 실험에 모두 뛰어날 뿐만 아니라 천체물리학에서 지구물리학까지, 입자물리학에서 응집물리학까지 당대의 물리학에 관한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는 오늘날에는 물론이고 당시에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특히 그는 가르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교육자였다. 전쟁이 끝난 후 재직한 시카고 대학에서는 강의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됐는데도 매 학기 반드시 2~3 강좌를 맡았고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절대로 짜증을 내지 않았고 오히려 한 번 더 설명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이 밖에도 개인적인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고 평전이나 자서전도 드문 페르미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많은 일화가 소개된다.

김영사. 596쪽. 2만5000원.

▲ 언더커버 =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최연소로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 요원으로 발탁돼 중국 상하이부터 파키스탄 카라치까지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막기 위한 포섭과 잠입, 협상 활동을 벌여온 여성의 회고록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예정됐던 영국 옥스퍼드대 입학을 미룬 채 미얀마로 가 아웅 산 수 치 현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주화 운동을 지원했던 저자는 대학원 재학 중 테러범들의 은신처를 알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을 계기로 CIA에 스카우트된다.

그 후 가장 위험하지만, 모두가 선망하던 최정예 비밀 작전에 투입되면서 수년간 가장 위험한 6개국의 테러 조직을 추적했다.

책에서는 스타벅스 카드 잔액에서 라떼 구매 금액이 빠지면 그로부터 24시간 후 조력자와 접선하거나 천식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킨 테러 집단 지도자의 아이를 도와주고 테러를 막은 이야기 등 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일화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CIA에서 은퇴한 후 작가, 평화운동가로 일하며 방송에도 자주 출연했고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부 장관의 증손자 로버트 케네디 3세와 결혼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세종서적. 376쪽. 1만5000원.

▲ 음식과 자유 = 카를로 페트리니 지음, 김종덕 옮김.

1980년대 이탈리아 로마에 맥도날드가 입점하는 것을 반대하며 ‘슬로 푸드’ 운동을 창시한 저자가 음식을 통한 자유와 해방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에게 ‘미식’, 즉 좋은 음식이란 좋은 식자재로 만들어진 음식일 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 주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생산과정에서 공정함을 담보하는 음식이다.

책은 저자가 슬로 푸드 운동의 슬로건대로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미식을 위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고 농민과 소비자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폭식과 기아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그리고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음식이 모든 측면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저마다 자기 문화와 기호에 맞는 ‘우리’ 음식으로 복원된다면 미식을 통해서 음식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음식은 자유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따비. 360쪽. 2만원.

▲ 나를 데려가 =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남명성 옮김

영화와 연극으로 제작된 뱀파이어 로맨스 ‘렛미인’을 쓴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세 번째 장편 소설.

어린 딸의 실종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 드라마의 틀 안에 스칸디나비아반도의 겨울 풍광과 대자연에 대한 오랜 공포심을 담은 호러 스릴러다.

인간에게 삶의 터전이자 생명을 위협하는 두려운 공간이었던 바다가 호러의 중심축이다. 거친 바다와 미스터리한 생명체가 주는 공포와 여기서 비롯된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스웨덴 문학상 셀마 라겔뢰프상과 예테보리 포스텐 문학상을 받았다. 

문학동네. 608쪽. 1만8000원.

▲ 좋은 여자들 = 박향 지음

고통의 시간을 보낸 여성들이 치유와 회복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를 모은 박향의 소설집.

수록작 ‘타임캡슐’에서 ‘나’는 20년 전 성폭행 위기와 친척 동생의 자살을 떠올린다. ‘이매진’의 ‘나’는 22년 전 죽은 재혼가정의 여동생이자 첫사랑 수정을 기억한다.

여덟 편의 소설은 저마다 상실과 고독을 안고 살아가던 이들의 삶을 직시하며 상처와 치유를 말한다.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향은 소설집 ‘영화 세편을 보다’, ‘즐거운 게임’, 장편 ‘얼음꽃을 삼킨 아이’,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 등을 썼다.

도서출판 강. 304쪽. 1만4000원.

▲ 쇼리 =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박설영 옮김

SF 문학의 대가로 꼽히는 미국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2005년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장편소설.

겉모습은 소녀인 53세 흑인 뱀파이어가 치명적인 기억상실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 흑인 소녀가 기억을 완전히 상실하고 온몸에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로 숲에서 홀로 깨어난다. 그녀는 우연히 만난 젊은 남자와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거대한 음모가 드러난다.

흑인 여성인 작가는 뱀파이어 이야기 속에서 젠더와 인종 등 사회적 문제도 파고들었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SF 분야 최고 권위의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프시케의숲. 456쪽. 1만6800원.

▲ 디 아더 피플: 복수하는 사람들 =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음성적으로 웹에서만 운영되는 지하조직이 있다. 이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간 죄인을 처단한다. 돈은 받지 않으며, 도움을 받았으면 다른 계획에 참여하는 것으로 반드시 갚아야 한다.

‘초크맨’으로 주목받은 C.J. 튜더의 세 번째 소설로, ‘디 아더 피플’이라는 조직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라진 딸을 찾아 나선 남자가 우여곡절 끝에 디 아더 피플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다산책방. 460쪽. 1만6000원.

▲ 강철왕국 프로이센 = 크리스토퍼 클라크 지음. 박병화 옮김.

17세기에서 20세기까지 공국(公國), 왕국, 바이마르공화국의 주(州)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사라져버린 프로이센의 역사를 다뤘다.

'강철왕국 : 프로이센의 흥망(Iron Kingdom : The Rise and Downfall of Prussia) 1600-1947'이란 원제처럼, 책은 프로이센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면서, 7년 전쟁과 멸망의 위기 등 역사의 분수령이 됐던 사건, 그리고 그 원인과 결과를 살핀다.

또 오스트리아·프랑스·러시아 동맹군과 7년간 전쟁을 벌인 프리드리히 대왕(1712∼1786), 독일 통일의 주역 비스마르크(1815∼1898), 독일의 제2대 황제 빌헬름 2세(1859∼1941) 등 프로이센과 관련한 주요 인물도 빠짐없이 다룬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클라크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지난 20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원인을 다룬 저서 '몽유병자들(The Sleepwalkers)'을 펴냈다. 이 책은 2017년 제프리 펠트먼 당시 유엔 사무차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리용호 외무상에게 건네지기도 했다.

마티. 1056쪽. 4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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