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 주재기자

이건용 <공주 주재>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 하나 만으로도 계림에 올 이유는 충분하다.”, “평생 잊지 못할 ‘인상 려강(印象麗江)을 강추합니다.”, “인상대홍포(印象大紅袍)는 환상 그 자체였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올린 후일담이다. 하나같이 중국 영화계의 거장인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실경공연 인상(印象) 시리즈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극찬한다.

여행사들 또한 장예모의 걸작 인상 시리즈를 앞 다퉈 패키지 상품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제 중국 여행에서 차마고도 운남성의 인상 려강, 계림 양삭의 인상 류삼저. 샤먼 무이산의 인상 대홍포, 항주 서호의 인상 서호, 하이난의 인상 해남도 관람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인상 시리즈가 성공한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해당지역 주민들의 문화 자긍심 고취는 물론 지역 브랜드 제고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계림의 경우 실경공연 시작 6년 만에 인구 7만에서 30만 이상으로 급증했다.

인상 유삼저의 관람료는 우리 돈으로 약 3만 5000원부터 12만 2000원까지 5등급으로 매일 2회 공연하는 3200석이 입추의 여지가 없다. 인상 려강 관람료 또한 7만 2000원에서 8만 5000원이란 돈을 내고도 2000여석의 세 차례 공연이 예약을 하지 않으면 관람이 어려울 정도로 연일 매진 사례다.

이처럼 인상 시리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지역경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이유는 뭘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서민적이면서도 친근한 내용들로 스토리가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쁘기로 소문난 묘족 마을의 유 씨네 셋째 딸이 부잣집들의 구혼을 뿌리치고 사랑하는 목동과 결혼한다는 스토리, 스님에게서 차를 대접 받고 복통이 나은 뒤 장원급제해 돌아와 홍포(紅袍)를 그 나무에 걸쳐 주었다는 전설 등 그 지역만이 가진 전설과 설화를 주민들의 삶과 문화로 녹여내고 있다.

또 웅장하고 화려한 자연 그대로를 무대로 활용하면서도 그 지역만의 특색을 살린 예사롭지 않은 무대연출은 보는 이들에게 감탄을 자아낸다. 유명 배우 없이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유는 철저한 현지화다. 현지 주민들을 배우로 활용하면서 지역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저절로 고취돼 공연의 품질이 계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는 점이다.

결국 지역만이 가진 스토리와 그 지역만의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지역 주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철저한 지역화’는 지역을 관광 상품화하고, 지역을 브랜딩화해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백제문화제 대표프로그램인 실경공연 ‘웅진판타지아’가 인상시리즈와 비견되려면 우선 탄탄한 스토리가 우선이다. 지난 2015년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전격 도입한 웅진판타지아는 6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간 시험무대만 반복한 이유는 백제를 대표하는 무령왕의 일대기를 그저 나열하는 식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웅진판타지아를 지역 브랜드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복안 즉, 입찰에 의해 매년 업체가 바뀌면서 시험무대만 반복했던 폐단에서 과감히 탈피해 총감독 체제 하에서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시켜 나가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 없이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

무령왕의 ‘누파구려 갱위강국' 선포 1500년인 2021년 대백제전의 웅진판타지를 수상미디어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멀티미디어 쇼로 탄생시킨다는 계획도 밋밋한 스토리로는 흥행 참패가 뻔하다. 특수효과에만 열을 올린 스토리도 감동도 없는 그저 그런 공연에 그쳤다는 평가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연극, 뮤지컬, 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다양한 장르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라도 예산타령만 할 게 아니라 단순한 이야기를 완성된 콘텐츠로 구현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스토리의 ‘텔링’화 또는 스토리노믹스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해 가을 무이산 ‘인상대홍포’를 보면서 던진 ‘왜 공주는?’이라는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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