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후 경력단절이 창업의 기회로
여유시간에 공예 접하며 인생꿈 발견
핫 플레이스로 부상한 대동에 터 잡아
소품숍 ‘하늘상점’ 열고 꿈 향해 진격

창업 1년, 모든게 낯설고 고단하지만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니 만족
하늘상점, 동네 사랑방으로 역할 톡톡
“청년예술인과 교감하며 꿈 키우고파”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코로나19가 평범한 일상을 집어삼킨 지 어느덧 반 년. 경기는 그만큼 위축됐고 감염병 재확산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희망은 점점 꺾여가고 있다. 골목상권을 지키고 있는 소상인들의 고통은 특히 더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곳엔 곧장 ‘감염지역’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통에 소상인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터, 생계를 위해선 가게 문을 열고 악착같이 버틸 수밖에 없다.

대전 동구 대동에서 소품숍 ‘하늘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소라(34·여) 대표도 다르지 않다. 아직은 젊기에 비관적인 전망에 축 처져있기보다 더 나은 내일을 그리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業)으로 하고 있으니 그래도 힘이 난다.
 

김소라 하늘상점 대표

◆ ‘집콕족’에서 창업가로

김 대표는 창업 전, 대학에서 회계를 전공하고 회사에서 경리업무를 맡아 했다. 당시엔 언젠간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바쁜 직장업무 외에 숨 돌릴 시간이 있으면 틈틈이 손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을 취미로 하면서 자격증 수업을 듣는 정도였다.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결혼’에서 비롯됐다. 많은 여성이 결혼을 하면 일을 그만두게 되는데 김 대표에겐 되레 창업의 기회가 됐다.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을 하면서 집에 있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어요.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을 하면서 공예 관련 수업을 들었죠. 그러다 남편의 권유와 지원으로 창업을 하게 된 특이한(?) 케이스인 셈이죠.”

창업의 터를 대동에 잡은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동구의 수많은 랜드마크 중에서도 하늘공원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명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대동이 지역 예술인들이 모여 협업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김 대표의 손을 이끄는 데 한 몫 했다. 비교적 잘 조직되고 나름 잘 운영되는 청년 커뮤니티 또한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직장생활과 다르게 홀로서기는 두려움이라는 게 있잖아요. 지역 청년 커뮤니티는 그래서 큰 위안이 됐던 것 같아요. 창업 전에 나름 준비도 철저하게 했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팔 것인지 고민하고 작품을 만든 뒤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검증도 받았어요. 점차 제가 만든 작품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구매 요청도 이어져서 매장을 내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김소라 하늘상점 대표

◆ 창업 1년 만에 커뮤니티 거점으로

김 대표가 하늘상점을 차린 지도 어언 1년이다. 창업 초기 기대했던 부분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 점도 많지만 그럼에도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으니 아직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코로나19로 약 6개월은 까먹은 셈이지만 그럼에도 1년이라는 시간은 김 대표를 담금질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창업 후 6개월 정도는 매장을 알리는 데 주력했고 올해부턴 손님들이 몰리길 기대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계획이 틀어졌어요. 이 동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그간 가게에 드나드시던 어르신들조차 발길이 뜸해졌을 정도예요. 약 한 달간은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였는데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아직 명확한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만약 지금과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요.”

하늘상점은 이제 어엿한 지역 작가들의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 김 대표가 하늘상점을 지역 청년들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재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작가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순 없습니다. 하늘상점의 문을 연 건 지역 작가들과 협업하고 그들의 작품을 내놓는 동시에 나아가 기업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역할에 대한 꿈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과 같이 고민하고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하늘상점도 더 탄탄한 성장구조를 갖게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1년간 하늘상점을 운영해온 김 대표에게도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다. 사업의 주요 아이템인 핸드메이드 제품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늘 고민이다.

“한 땀 한 땀 공을 들여야 하는 핸드메이드가 주력이다 보니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죠. 더욱이 핸드메이드 특성상 시간과 정성, 그리고 저만의 아이디어가 깃들어있는 수작업이다 보니 공장에서 찍어내는 정형화된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데 아직은 많은 소비자들이 이런 부분은 간과한 채 평가하기 때문에 속상할 때가 많아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야죠.”

이런 측면에서 김 대표와 핸드메이드 사이엔 교집합이 있다. 바로 정성과 시간이다. 김 대표가 자신의 꿈을 찾는 데 들였던 시간과 정성이 핸드메이드 작품 하나하나에 그대로 투영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이 정성과 시간에 녹아든 소중한 가치를 놓고 하늘상점을 찾는 사람들과 소통하길 기대한다.
 

김소라 하늘상점 대표

◆ 가치 지향점에 다가서는 재미

뒤늦게 발견한 꿈, 그래서 마음은 급하고 설상가상 감염병이라는 악재까지 맞물려 그 꿈에 다가서게 해 줄 창업생활이 고단하기만 하지만 김 대표의 얼굴엔 생기가 돈다.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 그래서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아직도 낯설 정도니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 길의 끝에 있을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오늘도 힘을 낸다.

“상점 하나 운영하는 것도 버거운데 제가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막막하긴 해요. 그래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마냥 두렵진 않습니다. 하늘상점 잘 꾸려서 이곳이 대동하늘공원 주변에 터를 잡은 청년들의 사랑방 같은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되고 더 나아가 기업과 연결될 수 있는 장(場)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선 제 꿈입니다. 작업공간을 지역 작가에게 대여해 창작 활동을 하거나 수업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구상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처음 작품 활동에 나서는 작가들이 아무래도 자신의 작품이 어느 정도 수요가 있는지 등에 대해 사전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수많은 작품 전시를 통해 기업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김 대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 또는 어린 청년들에게 ‘좋아하면서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김 대표가 꿈을 찾기까지 겪어왔던 과정이기도 하다.

“청년들이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되돌아보고 그 일을 찾아 실행에 옮겼으면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하고 있거나 무기력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에요. 분명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지만 현재 시점에서 하고 싶은 일이면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그 일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그만큼 값진 일이 또 있을까요?”

글·사진=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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