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교육연구소장

 

▲ 명성과 명예, 함께 얻을 수 있는가
경행록에는 ‘석자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백년의 몸을 보전하기 어렵고, 석자의 무덤 속으로 들어간 후에는 백년의 무덤을 보전하기 어려우니라.’ 했다. 평생을 살면서 자기 일신의 안녕과 명예를 지키며 살기가 그 얼마나 어려움이며 죽어서도 평생 쌓아올린 명예를 지켜지기가 얼마나 어려움인가 하는 것이다.

지위와 명성을 얻고도 순간의 부도덕함으로 인하여 쌓아올린 그 지위와 명성이 더럽혀지고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것을 볼 때 평생 명예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게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명성(名聲)과 명예(名譽)는 다르다는 것이다. 어느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이름을 날리는 것을 명성이라 한다면 명예는 그 위에 도덕적 가치가 부여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명성을 얻었다고 해서 명예까지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즈음 음주, 마약, 성문제 등 부도덕함으로 인하여 불명예스럽게 추락한 유명인들을 종종 보지 않는가. 명성을 얻은 자가 명성을 명예롭게 지키려면 뼈를 깎는 자기 성찰과 수신(修身) 즉 자기관리로서 고도의 도덕적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5분 걸린다. 지금까지 쌓아온 내 인생의 명성, 양심과 도덕적 삶으로써 명예롭게 지켜야 할 것이다. 오직 수신(修身)이 답이다. 그래서 수신(修身)은 인간의 영원한 키워드가 아니겠는가.

▲ 양심이 어려운가? 선이 어려운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도덕적 삶을 살아야 하고 도덕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양심을 지켜야 한다. 즉 언제 어디서나 양심에 흐트러짐이 없이 생각하고 말하고 판단하고 행동하여야 한다. 그런데 살다보면 양심 지키는 일이 남 속이는 일보다 얼마나 어려움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양심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어느 때일까? 남이 안 보일 때다. 남이 안 보이는 곳에서는 어떤 행동을 해도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보는 사람이 없으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려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양심을 속인 것이다.

공자께서는 ‘소인은 남이 볼 때는 삼가고 조심하여 양심을 지키는 행동을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삼가고 조심함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홀로 있을 때 삼가고 조심하라.(君子愼其獨也)' 하였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방에 홀로 책을 읽을 때도 항상 의관을 정제하고 자세를 반듯이 하였는데 이는 홀로 있을 때 더욱 삼가고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려는 군자의 수신(修身) 자세라 하겠다. 양심은 한시도 내 마음 방을 떠나서는 안된다. 비양심이 항상 침범하려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자는 ‘하루라도 선(양심)을 지켜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악(비양심)이 저절로 일어나니라.’ 하였다. 그렇다. 선한 일을 하는 것보다 양심 지키는 일이 몇 배 더 어렵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선을 행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더 한층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였다. 누구나 지키기 어려운 양심, 잠시라도 방심하면 비양심이 양심을 잡아먹어 인생을 순식간에 파멸시킴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버리기 어려운 것? 지키기 어려운 것?
인간에게 있어서 재물욕과 명예욕 중 어느 것이 더 강할까? 경행록에서는 이렇게 답했다. ‘재물욕을 없게 하기는 쉬우나 명예욕은 버리기 어렵다.’ 했다. 그러니까 명예욕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보통사람보다 지식이나 지위가 높을수록 명예욕은 더 강하다 하겠다. 이처럼 명예욕은 집착이 강한 욕망이기 때문에 버리기 어렵다. 반면에 명예는 도덕적 가치와 양심으로 지켜야 하기 때문에 지키기가 어려운 것이다. 한마디로 버리기 어려운 것이 명예욕이요, 지키기 어려운 것이 명예가 아니겠는가.

▲ 명예를 잡아먹는 것은?
욕망이 지나치면 도덕과 양심을 잡아먹게 된다. 그러므로 명예욕이 지나치면 명예를 잡아먹게 된다. 그래서 명예와 명예욕은 반비례하여 명예욕을 비울수록 명예는 높아지고 명예욕이 가득 찰수록 명예는 낮아짐이다. <인문학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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