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오백리길 : 한여름밤의 대청호] 달빛 품은 호수, 낭만이 소근대는 밤
  • 조길상 기자
  • 승인 2020.07.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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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조길상 기자]

조용한 밤하늘에/아름다운 별빛이/멀리 있는 창가에도/소리 없이 비추고
한낮의 기억들은/어디론가 사라져/꿈을 꾸듯 밤하늘만/바라보고 있어요
부드러운 노랫소리에/내 마음은 아이처럼/파란 추억의 바다로/뛰어가고 있네요
깊은 밤 아름다운 그 시간은/이렇게 찾아와/마음을 물들이고/영원한 여름밤의 꿈을 기억하고 있어요 아이유(IU) - ‘여름밤의 꿈’ 中

 

 

머리 위엔 뜨거운 태양이, 발아래에는 아스팔트가 이글거리는 여름. 더욱이 올해는 입과 코를 막아야 하는 마스크까지 더해지면서 보다 더워진 느낌을 준다. 때가 되면 더워지고, 또 시간이 흐르면 추워지는 게 자연의 이치이지만 이 계절은 항상 힘이 든다. 날이 더워 시원한 것만 들이키게 되고 잠시만 움직여도 온몸엔 훈기로 가득 찬다. 그렇다보니 여름은 뜨거운 한낮보다 시원한 저녁과 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한낮을 뜨겁게 달궜던 열기가 점차 식어갈 무렵 대청호오백리길을 찾았다.

 

 

대청댐
대청댐물문화관 입구.
대청댐물문화관 입구.
삼정동. 은은한 조명이 여름밤 산책의 운치를 더한다.
삼정동. 은은한 조명이 여름밤 산책의 운치를 더한다.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의 시작점인 대청호물문화관. 이제는 익숙함이 묻어나오는 곳이지만 밤이 되면 그 느낌은 전혀 새롭게 바뀐다. 하늘 높게 떠 있는 자연의 조명이 꺼지고 난 뒤 제 색을 드러내는 곳곳의 조명들은 자연과 어우러지며 빛난다. 한낮의 빛은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밋밋한 느낌도 들지만 해가 진 뒤 새롭게 태어난 빛은 사물을 다채롭게 바꿔준다. 제 본연의 음영과 굴곡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분위기를 더하는 까닭이다. 늘 한결같은 대청호도 밤이 되면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다. 어두움에서 오는 무서움부터, 움직임이 담긴 ‘철썩’ 소리에 청량감까지 말이다. 머리 위 조명을 벗 삼고 가만히 앉아 대청호를 바라본다. 지친 삶을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며 다시 일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또 다른 밤의 아름다움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하기 전 최근 연일 내린 비로 수문이 열린 대청댐을 바라본다. 댐 위의 조명과 폭포수처럼 떨어져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대청호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그동안 삭막한 느낌을 주던 회색의 콘크리트도 이 그림 안에서 멋진 배경이 된다.

 

 

이현동생태습지. 새까만 어둠이 내려앉은 대청호는 빛들의 향연으로 반짝인다. 어둠이 깔린 호수에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낮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현동생태습지. 새까만 어둠이 내려앉은 대청호는 빛들의 향연으로 반짝인다. 어둠이 깔린 호수에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낮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촌생태습지. 새까만 어둠이 내려앉은 대청호는 빛들의 향연으로 반짝인다. 어둠이 깔린 호수에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낮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자리를 옮겨 이촌생태습지를 찾았다. 생태습지 주변으로 자리한 카페들의 불빛과 생태습지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키 작은 조명들이 반긴다. 여름밤을 즐기러 나온 선객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에 보는 이마저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해가 저문 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은 열기가 느껴지는 탓에 잠시 앉아 열기를 식힌다. 입이 허전해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곤 멍하니 앉아 여름밤의 매력 속에 잠시 빠져든다.

 

수변공원 가는길(왼쪽), 추동습지보호구역 가는길
수변공원 가는길(왼쪽), 추동습지보호구역 가는길
추동생태습지보호구역. 형형색색 조명으로 반짝인다.
추동생태습지보호구역. 형형색색 조명으로 반짝인다.
대청호자연수변공원. 밤에는 아름다운 야경을 선물한다.
조명이 켜진 대청호자연수변공원. 동화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더 어두워지기 전, 마지막 목적지를 향한다.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 추동생태습지보호구역과 대청호수변공원을 만나러 간다.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았던 추동생태습지보호구역. 이곳에 설치된 데크길은 밤이 되면 보다 휘황찬란해진다. 데크를 따라 설치된 조명이 발아래를 꽤 요란하게 만든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을 가릴 것이 없어 앉지 못했던 의자는 이미 손님들로 만석이다.
대청호수변공원의 밤도 형형색색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작은 나무들과 키를 맞춘 낮은 조명들이 발길을 비추고 머리 위엔 이곳을 찾은 이들을 포근히 감싸주는 녀석들도 있다. 뭔가 허전함을 느낄까 번쩍거리는 녀석도 만날 수 있다. 정자에 앉아 열기가 한 풀 꺾여 시원함이 섞인 바람을 느끼며 휴식을 취한다. 도시의 밤도 아름답지만 자연의 밤도 그에 못지않다. 어둠이 깃든 하늘과 불빛이 곁들여진 나무와 풀들은 색다름을 선사한다. 항상 보던 장소들이 낯설게 느껴지고 묘한 설렘을 전해준다.

글·사진=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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